내부비리 색출 위해 '비위신고시스템' 마련…비위 제보는 직원 상호간 불신풍조만 조장

[월요신문=윤소희 기자] 아시아나 항공을 인수, 마무리 절차를 진행 중인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 내부비리를 색출하기 위해 직원을 상대로 ‘익명 신고 시스템’, 즉 일종의 사내 신문고를 마련해 내부비리파악에 나섰다.

HDC현산 측은 인수를 최종 마무리하기 전에 그동안 숨겨진 내부비리를 척결해 윤리경영을 확립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반대로 많은 아시아나 임직원들은 회사가 피합병되면서 신분에 대한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와중에 임직원들을 비리 혐의자로 몰아 비위 제보를 받는 것은 직원의 상호불신을 조장, 직장의 화합을 해치고 나아가 조직의 능률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점에서 반발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한 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 직원들을 대상으로 비위제보를 받아 비리척결에 나섰다. 사진/SBS CNBC영상캡처

특이 이 비위 제보가 인력구조조정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이 아닌지를 의심하고 있다. 아시아나 일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HDC현산이 직원들로부터 비위 제보를 받아 이를 경영진을 포함인 인력감축 수단으로 삼기 위한 ‘꼼수’일 수 있다는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HDC현산은 지난해 말 익명 신고 시스템 업체인 '스마트휘슬'을 통해 내부 임직원을 상대로 부정행위를 신고받는 시스템을 개설했다. 이 사이트를 통해 회사 임직원은 물론 협력업체 직원까지 익명으로 사내 부정행위를 신고할 수 있는 일종의 사내 신문고다.

신고 대상은 직무와 관련한 비윤리적 행위나 경비를 부당하게 사용한 경우 등이다. 즉 △임직원의 직무와 관련해 행해진 비윤리적인 행위 △회사 외부인의 회사 재산상 손해를 가한 행위 △회사 자산 및 경비 부당·불법 사용 △기타 비윤리적 행위 등을 신고토록했다.

스마트휘슬을 통해 신고된 내용은 HDC현산의 전담 직원에게 접수된다. 이후 익명이 보장된 상태에서 전담 직원과 추가 정보 교환까지 이어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집중 신고 대상으로는 금품·향응 수수 행위, 영업기밀 유출, 사내정보를 활용한 사익 편취 등 임직원의 비리 행위다. 단순 민원성·음해성 내용은 제외된다. 금품·향응 수수행위 신고자에게는 포상금도 지급된다. HDC현산 측은 신고된 제보 내용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최대 1억원의 한도 내에서 신고금액의 5배를 보상한다고 명시했다.

HDC현산 측에서는 "그룹 전반적으로 윤리 경영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익명성을 좀 더 보장하는 쪽으로 시스템을 변경했을 뿐"이라며 "아시아나항공 만을 대상으로 한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아시아나 항공이 직원 수도 많고, 현재까지 밝혀지지 않은 비위 등이 있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신문고 형식의 서비스를 통해 제보를 받으려는 게 아니냐는 풀이다. 일각에서는 HDC현산이 현재 인수 작업을 하고있는 상황에서 숨겨진 비위를 찾으려는 것은 임원진 교체와도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HDC현산은 오는 3월 중으로 주주총회를 열어 한창수 사장을 비롯한 사내외 이사진을 전면 교체할 예정인데 이런 제보들이 이들의 거취는 물론 직원들의 구조조정과도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풀이도 나온다. 즉 인력감축을 위한 ‘꼼수’라는 예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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