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국토교통부, 무리한 수사 의뢰 논란
검찰 "뇌물에 기반한 도정법에 해당 안돼"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 일대 전경/사진=뉴시스

[월요신문=윤중현 기자]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 재개발 시공권을 두고 과열 경쟁을 벌였다며 국토교통부와 서울시의 의뢰로 검찰 수사를 받은 대형 건설사들이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이를 두고 정부의 무리한 기소였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국토교통부는 "(불기소 처분에도) 현행법을 위반한 사안인 만큼 입찰무효가 가능하다"며 시장을 압박하는 입장을 내놨다.

서울북부지검 기업·노동범죄전담부(부장검사 이태일)는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도정법) 위반, 입찰방해,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수사 의뢰된 대림산업·현대건설·GS건설을 불기소 처분했다고 21일 밝혔다.

이들 건설사는 재개발 사업 수주를 위해 조합원들에게 위법적인 이익 제공을 약속한 혐의를 받았다. 앞서 서울시와 국토교통부는 한남3구역 재개발 사업에 대한 현장점검을 벌인 결과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법 위반 소지가 있는 20여건의 행위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수사의뢰는 지난해 11월 27일에 한 것으로 전해졌다.

건설사들은 ▲임대아파트 없는 단지 조성 ▲가구당 5억원의 최저 이주비 보장 ▲조합 사업비 전액 무이자 지원 ▲김치냉장고와 세탁기 등 제공 등을 내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검찰은 건설사가 조합원에게 최저 이주비나 이주비 무이자 지원을 약속한 것이 도정법이 규정하는 '금품, 향응 또는 그 밖의 재산상 이익'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검찰 관계자는 "도정법은 뇌물에 근거하는데 이번 사건의 경우 입찰제안서에 이주비 지원 등이 담겼기 때문에 뇌물이 아니고 계약 내용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주비 지원 부분은 국토교통부 고시 제30조 "건설업자 등은 입찰서 작성 시 이사비, 이주비, 이주촉진비 건축부담금, 그 밖에 시공과 관련이 없는 사항에 대한 금전이나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는 제안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규정을 위반했을 소지가 있기 때문에 행정처분은 가능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토부 고시 30조 위반의 경우 형사처벌 조항은 없다.

또 임대아파트 없는 단지를 조성하겠다고 제안한 혐의에 대해서도 검찰은 "뇌물성 재산상 이익제공으로 보기 어렵다"며 같은 쥐치로 무혐의 처분했다. 검찰은 "시공사가 '분양가 보장', '임대 후 보장' 등을 약속한 것은 표시광고법상의 표시나 광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표시광고법의 경우 공정거래위원회 고발이 있어야 하므로 검찰은 '공소권 없음' 처분을 내렸다. 

아울러 검찰은 서울시 등이 시공사가 입찰 제안서에 이행하지 못할 내용을 담았다며 입찰방해 혐의가 있다고 판단한 부분에 대해서도 "민사상 채무불이행 문제에 불과하고, 입찰방해죄의 위계·위력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불기소 처분은 서울시와 국토부가 입찰 제안서를 바탕으로 수사의뢰한 것에 대해서 도정법 위반 등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신속히 판단한 것 뿐"이라며 "입찰 과정 전반에서 어떠한 범법 행위도 없었다는 판단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국토부·서울시 등의 수사의뢰가 무리였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번 결과를 두고 일각에서는 국토부와 서울시가 정비사업 과정에 무리하게 개입해 문제를 키웠다는 비판도 나온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애초에 한남3구역의 상징성에 주목해 행정처분으로 처리가 가능했던 사안을 무리하게 검찰까지 끌고 갔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법리검토가 충분했다면 벌어지지 않았을 일”이라고 비판했다. 건설사들도 “사전에 대형 로펌으로부터 문제없다고 검토받은 바 있어 이런 결론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국토부는 이같은 불기소 처분에도 입찰 무효 등을 언급하며 시장에 엄포를 놓고 있다. 국토부는 이날 보도참고자료를 내고 "한남3구역 재개발 시공자 선정 과정에서 제안된 사업비·이주비 등에 대한 무이자 지원, 일반분양가 보장, 임대주택 제로, 특화설계 등은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도 불구하고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과 ‘서울시 공공지원 시공자 선정기준’ 등을 위반한 것으로 행정청의 입찰무효 등이 가능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월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