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실적 잔치’ 작년으로 끝…핵심 자회사, 은행 휘청거려 국민은행 선두탈환 가능성

[월요신문=박은경 기자] 2018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업계 최고 실적을 올리며 ‘리딩뱅크’ 를 사수하던 신한은행이 라임자산운용 사태로 휘청거리며 국민은행과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신한은행이 라임사태로 흔들리는 사이 국민은행은 라임사태 등을 피해 업계 1위를 넘보며 ‘리딩뱅크’ 의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리딩뱅크란 금융시장에서 선도 구실을 하는 우량은행을 말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신한은행을 비롯한 신한금융지주의 2019년 당기순이익 전망치는 3조4864억원으로 2018년 3조 1567억원보다 무려 10.47%(3297억원) 증가했다. 2위인 KB금융그룹의 2019년도 당기순이익은 3조 3396억원으로 두 회사 간 격차는 1394억원 가량이다. 같은 기간 하나금융지주는 2조4740억원으로 10.4% 수준 증가하고, 우리금융지주는 2018년에 소폭 상회한 2조216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금융지주들의 ‘실적 잔치’는 지난해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핵심 자회사인 은행의 수익성 지표가 악화되고, 라임사태 등의 논란에 휘말려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은행의 수익성 지표인 NIM(순이자마진)은 이미 하락하고 있다. 신한은행의 작년 3분기 NIM은 1.53%로 전분기보다 5bp(100bp=1%) 떨어졌다. 이 기간 국민은행도 3bp 낮은 1.67%의 NIM을 나타냈으며 KEB하나은행은 1.48%, 우리은행 1.40%으로 각각 7bp, 9bp 하락했다. 여기에 정부의 대출규제 강화로 인한 이자 수익 감소와, 올 4월에 추가 기준금리 인하설이 나오고 있어 앞으로 NIM 전망도 어둡다. 

신한금융지주 또한 지난해까지는 높은 실적으로 업계 1위를 사수하고 있지만 향후 전망에는 먹구름이 끼고 있다.

지난해 금융권을 뒤 흔들었던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에서는 두 은행 모두 이를 피해가며 타 은행들과 격차를 벌려왔지만 라임사태를 두고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신한은행은 라임사태로 손실이 불가피해졌을 뿐 아니라 그 동안 사수했던 신뢰도 하락까지 우려되기 때문이다.

신한은행이 판매한 라임자산의 ‘크레딧 인슈어드(CI) 무역금융 펀드’ 투자금 2700억원 중 1000억원이 지난해 10월 환매가 중단된 부실펀드에 흘러들어간 사실이 최근 뒤늦게 확인됐다. 해당펀드는 오는 4월 만기로 안전성을 강조한 만큼 정상운용 되고 있었으나 라임자산 측이 지난해 10월 환매가 중단된 부실펀드에 해당 펀드 자금을 융통하는 막장운용으로 피해를 보게 됐다.

신한은행측은 정상운용 되던 해당 펀드 자금이 부실펀드에 흘러간 사실을 라임측으로 부터 뒤늦게 통보받아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으나, 신한은행을 통해 해당 펀드에 투자한 고객들은 손실을 입게돼 책임으로부터 그 자유로울 수 없으며 업계 1위 이미지에 타격도 불가피하다.

신한은행은 지난해까지는 타 은행들을 웃도는 실적으로 라이벌인 국민은행과도 격차를 벌려왔지만 올해도 ‘리딩뱅크’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인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신한은행이 라임사태로 주춤하는 사이 국민은행이 추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민은행은 신한·하나·우리 등 시중은행들이 지난 DLF사태부터 현재 라임사태까지 부실한 리스크 관리로 위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4대 은행 중 국민은행만이 두 사태를 비껴가며 비교적 호조를 맞고 있다.

우선 KB국민은행은 문제의 라임자산 펀드를 취급하지 않아 논란의 화근을 키우지 않았다. 국민은행의 경우 지난해 7월 기준 746억 원 규모의 라임자산 펀드를 판매했지만, 같은 해 11월 모두 수익 상환했다. 또한 해당 펀드는 현재 환매가 중단된 문제의 상품이 아니었다.

국민은행은 대규모 원금 손실을 낸 ‘DLF 사태’도 비껴갔다. 국민은행은 자산관리(WM) 상품위원회에서 리스크가 크다는 이유로 DLF 판매 승인을 거절했고 이를 받아들였다. 하나은행이 내부경고를 묵살하고 판매를 강행했던 것과 다른 행보다. 국민은행은 WM 상품위원회의 보수적인 판단이 '신의 한 수'로 작용하며 리스크관리 능력을 인정받은 셈이다.

오히려 국민은행은 DLF의 기초자산인 해외금리가 떨어진다는 쪽에 투자하는 역발상으로 수익을 남겼다. 지난해 6~7월 미국 국채 CMS 10년물 등을 기초자산으로 한 DLF 262억 원어치를 판매했다. 이 상품은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의 판 상품과 달리 '금리가 하락하면 수익이 나도록' 설계됐다. 실제로 기초자산 금리가 하락하면서 수익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은행은 이번 기회를 발판삼아 조직 개편으로 자산 관리에 더욱 힘쓰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비대면 채널증가와 오픈뱅킹 도입으로 은행권의 무한경쟁시대가 열린 만큼 축배를 들기는 이르다. 특히 금융권을 휩쓴 DLF사태와 라임사태로 더 이상 ‘안전한 은행’이라는 신뢰가 깨진 만큼 시중은행들은 소비자 신뢰회복과 디지털 전환을 맞아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다. 

지난 2018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리딩뱅크 지위를 굳혀왔던 신한은행이 위기를 맞은 가운데 국민은행이 기회를 삼아 발돋움 할 수 있을지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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