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KCGI 인력불법파견 의혹 제기에 즉각 반박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 일가서 주주간 싸움으로 확전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해 6월 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대한항공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대한항공 제공

[월요신문=김기율 기자] 한진그룹 경영권 향배를 결정할 오는 3월 한진칼 주주총회를 앞두고 국내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흔들기에 나섰다. 한진그룹이 주총에 앞서 대한항공 임직원을 불법 파견했다고 주장했고 대한항공은 사실이 아니라며 즉각 반박했다.

조원태 회장은 가족 내 불화도 정리하지 못한데다가, 확실한 우군이 아닌 반도건설마저 ‘경영 참가’를 선언하고 지분을 늘리면서 우호지분 확보가 절실한 상태다. 여기에 조 회장 반대파의 최선봉인 KCGI가 본격적인 행동에 들어가면서 한진그룹 경영권 향방은 ‘시계제로’ 상태가 됐다.

2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최근 주총 업무를 도우라는 이유로 일부 임직원을 한진칼에 파견했다. 

KCGI는 전날 보도자료를 내고 “조 회장이 총수 자리 지키기를 위해 한진그룹의 주력 기업인 대한항공의 임직원들까지 동원하는 전근대적인 행태를 펼치는 것에 대해 개탄을 금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는 자신의 지위보전에만 연연하는 것으로서 조속히 시정되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조 회장을 위한 의결권 위임 작업에 나설 것이라는 언론의 보도가 사실이라면, 이는 총수 개인의 이익을 위해 계열회사인 대한항공의 인력과 재산을 유출하는 것”이라며 “공정거래법상 부당지원행위 등에 해당하고, 파견법 위반의 소지도 크다”고 주장했다.

KCGI는 “조 회장은 과거에도 대한항공을 동원해 본인이 투자한 회사들을 부당 지원하도록 한 전력으로 이미 공정위와 검찰의 조사를 받았다”며 “이에 대한 어떠한 반성도 없이 또다시 국적항공사인 대한항공의 임직원들을 동원하는 조 회장의 잘못된 행위는 근절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회장 측은 즉각 반박했다. 대한항공은 이날 바로 입장자료를 내고 “한진칼에 대한 직원 파견은 그룹 내 인력 교류에 해당하는 적법한 전출”이라며 “파견 시 발생하는 인건비 등 제반 비용에 대해서는 공정한 계약에 따라 정당한 절차로 정산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그룹사 간 전출 및 인적교류는 다양한 사업에 대한 이해와 인력양성을 목적으로 시행하는 것”이라며 “타 기업에서도 통상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적법한 방식”이라고 덧붙였다.

한진칼은 한진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지주사로, 오는 3월 말로 예상되는 주총에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안이 다뤄진다. 현재 한진그룹 총수 일가와 특수관계인의 한진칼 지분은 28.94%로 조원태 회장 6.52%,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6.49%, 조현민 한진칼 전무 6.47%,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5.31% 등으로 구성됐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남매의 난’ 선전포고 이후 기회를 엿보고 있던 KCGI는 ‘불법 파견’이라는 강수로 조 회장에게 일격을 날렸다. KCGI는 한진칼 지분 17.29%를 쥐고 있는 단일 기준 최대 주주로, 한진칼 주총의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조 전 부사장과의 연대설까지 떠도는 KCGI의 이번 비판은 조 회장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조 회장을 연일 비판하던 기존 태도를 바꾸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최근 경영참가를 선언하고 한진칼 지분을 8.28%까지 늘린 반도건설은 아직까지 정확한 의도를 드러내지 않고 있다. 조 전 부사장과 KCGI와의 연대설까지 나오는 이유다. 재계에서는 반도건설의 추가 지분 매입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어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의 향방은 아직까지 불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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