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원들, “근로기준법 위반한 ‘갑질’”…은행권 “바쁘면 간단한 업무 정도 가능”

[월요신문=박은경 기자] 시중은행이 경비원을 불법으로 은행 업무에 동원하고 쌀 등을 배달하도록 한 등 노동을 착취했다는 폭로가 이어져 논란이 되고 있다.

은행경비원은 경비업법에 따라 경비업무만 해야 하는데도 기업은행측이 경비원에게 고유 업무이외의 업무를 지워 과중한 노동에 시달리게 하는 것은 것은 노동인권 탄압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

22일 정의당 비정규노동 상담창구(비상구)에 따르면 시중은행 경비원이자 용역업체 소속인 A씨는 최근 은행 직원으로부터 스마트폰 대출업무를 고객에게 안내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또한 은행경비원 B씨는 부동산 행사장에서 비대면 계좌개설, 카드발급 등을 거들어야 했다고 전했다.

관련법에서는 대출모집이나 카드발급 등의 업무는 금융회사와 위탁계약을 맺은 자 혹은 법인만 하도록 되어 있다. 즉, 권한이 있는 사람만 해당 업무를 처리할 자격이 있다. 자격을 갖추지 않은 미 자격자가 대출 업무 등에 관여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 행위다. 

그러나 시중은행은 자격을 갖추지 않은 경비용역 직원에게 임의로 대출업무 등을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전문가가 아닌 사람이 대출이나 카드발급 등에 관여할 경우 불완전판매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시중은행은 경비원에게 쌀 배달 업무부터 야유회 동원 및 택배업무까지 지시해 노동착취가 만연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은행경비연대에 따르면 은행 경비원들은 은행 직원 지시로 현금(동전) 세기·대출업무 소개·현금지급기 수리·전표 작성·금융상품 홍보·택배 포장과 운반 등의 업무까지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김장철 김장사역과 야유회 동원은 물론 쌀 배달까지 감당한다고 폭로했다.

하지만 경비원들은 은행에 들어가는 용역업체는 많은데 비해 지점마다 은행경비원이 1명밖에 없기 때문에 해고에 대한 우려로 부당한 업무지시에 항의하기도 쉽지 않다고 밝혔다.

앞서 2017년 한 시중은행은 경영지원그룹장 명의로 전국 지점에 경비원에 대한 경비업무 외 업무지시를 금지한 바 있다. 

당시 한 시중은행은 “경비업법에 의해 용역경비원에게 경비업무 범위를 벗어난 행위를 하게 해서는 안 된다”며 “서류작성·차량운전·고객차량 주차 관리·현금지급기 관리·단독 파출수납 등을 시켜서는 안 된다”고 지시했다. 그러나 은행경비원에 대한 경비업무 외 업무지시가 만연한 것으로 드러나 그룹장의 지시가 유명무실해진 셈이다.

만일 은행이 경비원에게 경비 업무 외의 은행업무를 전가시키는 행위가 지속되면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을 수 있어 빠른 조치가 요구된다. ‘금융기관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금융기관의 위법·부당행위가 계속될 경우 제재 대상에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정의당 비상구는 “은행경비원들은 각종 근로기준법 위반과 직장 내 괴롭힘, 갑질에 시달리고 있다”며 “불법파견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노동부가 서둘러 근로감독에 나서야 한다”며 경비원들의 부당한 처우개선을 촉구했다.

반면 은행권에서는 융퉁성있게 일반적인 업무는 할 수 있는 게 아니냐며 반문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외부용역이라고 해도 같은 사업장에서 일하는 직원이고 또 바쁘다보면 간단한 업무 정도는 할 수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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