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불 수수료 면제에 노선 중단까지…中 춘절 기간 질병 확산 여부 관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진자가 증가한 28일 인천국제공항 중국행 탑승권 발권 창구가 한산하다./사진=뉴시스

[월요신문=김기율 기자] 지난해 일본 노선 불매운동과 홍콩 사태 등으로 수익성 악화를 겪은 항공업계는 수익성 회복을 위해 일본과 동남아시아 등 기존 노선에서 눈을 돌려 중국 노선 신규 취항에 주력해왔다.

그러나 최근 중국에서 발병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우한 폐렴)으로 인해 중국 노선 수요가 둔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국내 항공업계를 덮친 ‘보릿고개’가 올해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28일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탈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여객수는 1896만2610명으로 전년(2147만9566명)보다 11.72% 줄었다. 반면 지난해 중국 여객수는 1950만9176명으로 전년(1618만9570명)보다 20.50% 늘었다.

이는 지난해 한일 무역분쟁의 영향으로 불매운동이 벌어지면서 일본 대신 중국을 택하는 여행객이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항공사들은 포화상태인 동남아 지역 대신 중국 지역 신규 취항을 통한 노선 다변화를 꾀했다. 미중 무역분쟁도 소강상태에 접어들고 반도체와 석유제품 수출도 회복세에 접어들면서 항공화물 수송량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졌다.

그러나 우한 폐렴이 확산되면서 실적 개선 기대감은 우려로 변했다. 실제로 국내에서 중국 지역에 대한 항공권 취소가 잇따르면서 국내 항공사들은 환불 수수료를 면제해주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 24일 이전에 발권한 중국 모든 노선의 항공권에 대한 환불 수수료를 면제하기로 했다. 대상 항공편은 다음달 29일까지 출발하는 항공편이다.

아시아나항공도 24일 이전에 발권한 한국~중국 노선이 포함된 모든 항공권의 환불과 여정 변경에 수수료를 받지 않기로 했다.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 등 저비용항공사(LCC)들 역시 중국 노선 환불 수수료 면제에 나섰다.

노선 중단도 뼈아프다. 인천~우한 노선을 주4회 운항하고 있던 대한항공은 중국 당국이 24일부터 우한공항의 노선 운항을 중단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오는 31일까지 해당 노선을 운항하지 않기로 했다. 티웨이항공도 인천~우한 노선 운항을 중단했다.

제주항공은 우한 폐렴이 중국 본토 내에서 확산하면서 부산~장자제, 무안~장자제 노선에 이어 무안~싼야 노선도 비운항하기로 결정했다. 해당 노선들의 운항 재개 시기는 미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업계는 우한 폐렴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사스(SARS)와 메르스(MERS) 사태 당시처럼 여객이 급감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 2003년 3월 사스 확산 이후 국제선의 운항이 일부 중단되면서 여객 수송은 전년 대비 30~40% 감소했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3분기 기준 중국 노선 매출 비중은 대한항공 13%, 아시아나항공 19%, 제주항공 15%, 티웨이항공 4%”라며 “(우한 폐렴 사태는) 중국 노선 매출 비중이 높은 대형 국적사와 제주항공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제주항공을 제외한 LCC들은 중국 노선 매출 비중이 낮아 직접적 영향은 낮으나, 중국 노선 확대 계획에 차질이 발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성봉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중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발병으로 중국 노선 수요 둔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데 중국 춘절 기간 동안 확산 여부를 지켜봐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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