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주주권 강화와 시민단체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 압박이 '총수지위' 위협
일가 지분50% 넘어 국민연금 반대만으로는 불가…“주주제안으로 정관 변경해야”

200억 원대 배임·횡령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조현준 효성 회장이 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2019.09.06./사진=뉴시스

[월요신문=김기율 기자] , 횡령 및 배임 등 각종 비리의혹으로 재판을 받고있는 효성그룹 총수  조현준 회장이 오는 3월 정기주총에서 이사 연임을 할 수 있을 지가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31일 재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가 대폭 강화되고 시민단체들이 국민연금에대해 횡령, 배임혐의로 기업가치를 훼손하고 주주권익을 침해한 조 회장에 대한 이사연임을 반대하는 의결권을 행사할 것을 압박하고 있어 조 회장이 이사에서 배제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국민연금은 과거 효성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 연임 안건 등에 반대표를 계속 행사했지만 지분 부족으로 고배를 마셔왔다. 이에 시민단체들은 주총서의 의결권 행사뿐만 아니라 주주제안 등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국민연금에 요구하면서 조 회장의 연임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재계와 시민단체가 국민연금의 올해 주총 행보를 주목하는 까닭은 지난해보다 주주 권한이 더욱 막강해졌기 때문이다.지난해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에도 불구하고, 기관투자자에 적용되던 ‘5%룰’은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에 걸림돌로 남았다. 5%룰은 투자자가 상장사 주식 등을 5% 이상 보유하거나 이후 1% 이상 지분 변동이 있을 시, 5일 이내에 관련 내용을 공시하도록 한 규정이다.

그러나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시행령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상황이 변했다. 적극적 유형의 주주활동이 ‘일반투자’로 편입됐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배당과 관련된 주주활동 ▲사전에 공개한 원칙에 따른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정관 변경 추진 ▲회사 임원의 위법행위에 대한 상법상 권한 행사 등은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 위한 목적의 활동’ 범위에서 제외됐다.

이와 관련, 국민연금의 첫 번째 표적으로 점쳐지는 곳은 효성이다. 올해 사내이사 임기가 만료되는 조현준 회장은 현재 법정 다툼을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조 회장은 개인자금으로 구매한 미술품들을 효성 ‘아트펀드’에서 비싸게 사들이도록 해 차익을 얻은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또 부당 지원 등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검찰로부터 추가로 기소 당했다.

이러한 가운데 시민단체 참여연대는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요구하면서 효성을 압박하고 나섰다. 참여연대는 국민연금의 주주활동은 해외 연기금들에 비해 여전히 소극적이라고 지적하면서 조 회장의 배임·횡령·사익편취 등 행위로 손해를 입은 효성에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오는 3월 주총에서 조 회장 연임안에 대한 국민연금의 반대표는 영향력이 거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조 회장과 특수관계인의 ㈜효성 지분율은 과반수인 55.08%지만, 국민연금의 지분율은 10.0%에 불과하다.

이에 참여연대는 국민연금이 효성에 ‘횡령·배임·사익편취 등 행위로 회사에 손해를 끼친 이사의 자격을 제한’하는 내용을 정관에 넣도록 하는 주주제안을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회사 측에도 정관변경을 통해 자발적인 지배구조 개선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조현준 회장은 회삿돈을 횡령해 사익을 추구하는 등 회사에 대한 선관주의 및 충실 의무를 져야할 이사로서의 자격을 상실했다”며 “오는 3월 주주총회서 조 회장의 연임 안건이 상정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연금은 주주활동을 위한 수탁위를 소집하고 조속히 기금위를 열어 횡령·배임·사익추구 이사의 이사직 상실을 내용으로 하는 정관변경 주주제안을 의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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