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쟁조정 대상 기업 2곳에 42억원 배상 계획…다른기업 재상을 위한 은행협의체 참여는 “글쎄”

[월요신문=박은경 기자] 우리은행은 최근 이사회를 열고 ‘키코(KIKO)' 사태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안을 수용하고 배상절차를 진행하겠다고 3일 밝혔다.

우리은행은 대상 기업 2곳에 42억원을 배상할 계획이다. 다만, 금융감독원에 분쟁조정을 신청했던 이들 기업 2곳 이외에 다른 키코 피해 기업 배상을 위한 은행협의체 참여는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은행들은 금융당국에 분쟁조정을 신청한 대상기업들 이외 다른 피해기업에 대한 추가 분쟁조정을 위해 은행협의체를 구성하고 자율조정에 나선다고 밝힌 바 있다.

은행권에서는 키코 사태에 대한 금감원의 분쟁조정안에 대해 배임행위에 해당된다며 미온적인 태도를 고수해 분쟁조정이 불발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그러나 우리은행이 은행권에서 최초로 분쟁조정안을 수용함에 따라 키코 사태는 12년 만에 첫 배상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키코(knock-in, knock-out)’는 2007년부터 국내 수출 기업에 집중적으로 판매된 파생상품이다. 환율이 일정 범위에서 변동하면 약정한 환율에 외화를 팔 수 있으나 범위를 벗어나면 큰 손실을 보는 상품이다. 당시 금융사들은 키코를 판매하면서 달러가 하락해도 어느정도 선에서 보장해주겠다고 설명한 사실이 밝혀져 불완전판매 논란이 불거졌다.

금감원에 따르면 당시 키코 사태로 기업 738개사가 3조2247억원에 달하는 피해를 봤으며 919개의 중소기업이 손해 또는 도산됐고 우량 중견기업들이 무너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에 금감원은 지난해 12월 12년 만에 분조위를 열고 키코 피해 기업 중 분쟁조정을 신청한 4곳(일성하이스코·남화통상·원글로벌미디어·재영솔루텍)에 대해 은행측이 평균 23%를 배상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조정안은 지난해 12월 20일 양측에 통보됐으며, 양측 모두 수용해야 화해의 효력이 발생한다. 키코 피해기업측은 환영하는 반면 은행 측은 배임 우려에 수용을 망설여왔다.

은행권에서는 키코 사태가 피해 기업 손해 배상 청구권의 민법상 소멸 시효인 10년이 지난 상태이기에 배상의무가 없어 자칫 주주들로부터 배임 논란이 벌어지는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은행이 첫 배상에 나서며 키코 사태가 새 국면을 맞은 가운데 미온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다른 은행에서도 분쟁조정안을 수용하고 배상에 나설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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