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마켓 성인용 'KF94' 마스크 가격 2018년보다 2.7배 올라…노인 등 취약계층 부담 늘어

3일(월) 오후 트레이더스 월계점에 입고된 마스크를 인당 1박스씩 한정 판매하는 모습/사진=이마트

[월요신문=이아름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마스크 수급이 원활치 못하자 유통업체들이 물량 확보를 위해 안간힘인 가운데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가격이 대폭 오르고 있다. 신종 코로나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이같은 마스크가격인상은 쪽방촌 주민들이나 노인, 취업 준비생 등 경제적 빈곤층에 부담이 되고 있다.

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 이마트와 트레이더스 바이어들은 마스크 물량이 달리자 최근 마스크 협력업체를 방문해 생산‧판매 물량에 대한 긴급 협의를 했다. 협력업체와 '핫 라인'을 구축하는 등 긴말하게 협조하기로 했다.기존에는 협력업체에 발주하면 이틀 뒤 점포에 입고됐지만 주요업체의 경우 발주 다음날 입고될 수 있도록 배송시스템을 개선했다.

11번가도 마스크 물량이 부족해지면서 가격까지 급등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지난주부터 마스크 추가 물량 확보에 힘쓰고 있다.

유통업체들이 마스크를 충분히 확보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가운데 수요는 하루다르게 늘어나자 가격이 큰 폭의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소비자시민모임이 소셜커머스와 오픈마켓 5곳의 마스크 한장당 평균 가격을 조사한 결과, 성인용 KF94 마스크는 3,148원, 성인용 KF80 마스크는 2,663원이었다. 2018년 4월 조사한 가격과 비교하면 KF94는 2.7배, KF80은 2.4배 올랐다.

일반인들에게는 어느 정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가격이지만 일정한 수입이 없는 빈곤층에게는 마스크 한 두 개 구입하는 일조차 힘들다. 노동 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노년 빈곤층에게는 이 같은 상황이 한층 더 힘들다. 고시생 등 젊은 저소득층에게도 마스크를 수시로 구입해야 하는 상황은 부담스럽기만 하다.

방역용품 구매 부담이 커지자 지방자치단체나 각종 복지재단은 취약계층을 위해 방역용품 지원을 늘리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달 28일 신종코로나에 대응하기 위해 재난관리기금 167억원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이 기금은 지하철역, 시내버스, 노숙인 시설, 장애인·노인 복지 시설, 어린이집, 초등돌봄시설, 보건소, 현장 구급대원 등을 위한 물품 구매 등에 활용된다. 대한적십자사도 조손 가정이나 독거노인 등 재난 취약계층 4000세대에 마스크 20000매를 배부하기로 했다.

다만 지금 같은 사태가 장기화하고 방역용품 수급이 나아지지 않으면 지원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쪽방촌이나 복지시설 등 외부 지원이 절실한 곳은 벌써부터 걱정스럽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서울시가 노숙인이나 쪽방촌 노인들에게 마스크 등을 지원하고 있지만 지원체계가 일부 지역에 밀집돼 있다”며 “지원 사각지대가 있어 지원 인력과 체계 정비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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