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우리은행 노조…“DLF 사태 책임은 판매은행에만 있는 것 아냐”
감독·감시 소홀한 금융당국 책임커…소비자보호전담기구 설립 서둘러야

DLF·DLS 피해자 대책위원회와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해 11월26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 앞에서 DLF 사태 관련 금융당국의 책임 촉구 및 금융위·금감원·고용보험기금 감사청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월요신문=박은경 기자]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전날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관련해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겸 우리은행장과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DLF 판매 당시 하나은행장)에 대한 중징계를 확정한 가운데 금융당국의 책임론이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

우리은행 노조와 참여연대는 DLF사태에 대한 책임을 금융기관 CEO에게만 묻는 것은 금융당국의 권한 남용 소지가 있다고 지적하고 사실상 이번 사태의 근본원인은 파생상품판매에 대한 감독과 감시를 소홀히 한 금융당국에 있다면서 책임을 주장했다.

4일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DLF 사태의 책임은 은행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라는 논평을 내고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참여연대는 “지난해 10월 금감원 중간 검사결과 DLF 판매에 따른 막대한 손실이 두 은행의 불완전판매로 인한 것임이 확인됐다”며 “지난해 12월 분쟁조정위원회도 두 은행의 잘못을 인정해 최고 80%까지 배상 결정을 내린 것을 감안한다면 이번 중징계는 당연히 내려졌어야 할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이번 사태는 무리하게 금융상품을 판매한 은행뿐만 아니라, 그에 대한 감시·감독을 소홀히 한 금융당국에게도 책임이 있다”며 “향후 이와 같은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선 경영진에 대한 징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보호 전담 기구 설립 등의 제도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참여연대는 특히 “DLF 사태는 이익 추구에 혈안이 된 금융기관의 현주소를 보여준다”며 “2008년 키코(KIKO) 사태, 2011년 저축은행 사태, 2013년 동양증권 사태, 최근의 라임자산운용 환매 중단 사태는 그것을 입증하는 파국적 사례”라고 꼬집었다.

실례로 금융당국은 지난 2015년 사모펀드 가입자격을 완화해 진입장벽을 낮춤으로 상대적으로 많은 피해자를 양산하는데 기여했다. 당시 금융위가 자본시장법 심사 과정에서 5억원이던 사모펀드 가입자격 기준을 1억원으로 낮춤으로써 사모펀드 가입을 장려했다는 지적이다. 결국 금융위는 DLF·라임 사태로 이어진 사모펀드 쇼크에 지난해 11월 14일 가입자격 기준을 3억원으로 높였다.

금융당국의 부실한 감독시스템도 논란이 되고 있다. 금융당국의 금융사에 대한 미흡한 감독이 불완전판매를 키웠다는 것이다.

금감원의 불완전판매 감독방안으로는 미스터리쇼핑, 즉 감독요원이 고객으로 위장해 은행창구를 점검하는 검사방법이 있지만 현재 이는 일반창구에만 쓰여 지고 있을 뿐, 단골고객이나 자산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라이빗뱅크(PB)에서는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대규모 사모펀드 등의 거래가 창구보다 PB에서 이뤄진다는 것을 고려할 때 사실상 무용지물에 가깝다.

이에 금융위는 금감원이 PB센터를 보다 엄밀히 점검할 수 있도록 미스터리쇼핑 방안을 개선해야 한다는 방침을 밝혔으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우리은행 노조 또한 이날 성명서를 내고 금융당국의 부실 감독 책임을 들어 “금감원의 회피성 권한남용 책임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우리은행 노조는 손 회장에 대한 금감원의 중징계를 ‘책임회피’와 ‘권한남용’으로 규정하고 강하게 반발했다. 사모펀드 가입자격 완화 등의 정책을 통해 사모펀드 육성을 강요해온 금감원이 부실 감독에 대한 책임은 회피하고 금융사 제재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제재심에서 중징계의 명분으로 삼고 있는 내부통제 기준에 대한 법률적 검토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금융회사는 내부통제 기준을 정해야만 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내부통제 기준 위반이 제재사유로 규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또 현행법에는 금융 사고가 발생하면 경영진을 처벌할 수 있는 명시적인 조항이 없다.

노조 측은 은행이 DLF사태가 터진 뒤 신속한 자율 배상과 재발 방지책 마련에 나서는 등 최선을 다하는 동안 금감원이 어떤 대응을 했느냐고 꼬집었다. 노조는 “차라리 분쟁조정 비율을 100%로 조정하여 금융소비자 보호를 극대화 하던가 자율경쟁 시장 원칙을 지켰어야 했다”며 이도저도 아닌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은행 노조가 금감원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이며 손 회장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는 데는 차기 회장 인선과 관련한 리스크를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지주 출범 1년간 검증된 경영능력을 갖춘 손 회장을 대체할 수 있는 내부인사가 아직 없다는 인식이다.

전날 윤석헌 금감원장이 의결한 DLF사태에 대한 중징계안을 금융위가 그대로 의결할 경우 우리은행은 혁신금융을 비롯한 경영운영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손 회장과 함 부회장에 대한 중징계가 확정돼 은행권에 먹구름이 낀 가운데 CEO때리기로 일관하는 금융당국의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어 오는 3월 초 중징계안을 의결할 것으로 예상되는 금융위의 정례회의에서 반전이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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