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직원 뿔난 가운데 3천여 밴드가입자, 갈등 부추긴 임금지급에 노조설립 의지 움직임

삼성디스플레이 아산 캠퍼스.. 사진/삼성디스플레이 제공

[월요신문=김기율 기자] 올해 성과급을 0%로 결정한 삼성디스플레이가 일부 사업부에만 격려금을 지급하기로 하면서 임직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최근 삼성의 무노조 경영 방침이 깨지면서 계열사에 노조 설립 바람이 부는 가운데, 삼성디스플레이 역시 이번 성과급 논란을 계기로 노조 설립 움직임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4일 중소형 사업부에 격려금 차원에서 기본급 100% 수준의 백화점상품권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올해 초과이익성과금(OPI)을 0%로 결정한 이후 회사 내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자 내놓은 보완 대책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회사의 이 같은 방침에 일부 임직원들은 “대형·본사 직원들은 받지 못하는 상품권의 지급 기준은 무엇인가”, “회사의 이번 결정은 중소형과 대형 사업부간 갈등을 부추기는 것”이라며 불만을 표했다.

OPI는 연간 경영 목표치를 넘었을 때 초과 이익의 20% 한도에서 개인 연봉의 최고 50%까지 지급하는 성과급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12년 삼성전자에서 분사된 이후 매년 OPI를 사업부별로 나눠서 지급해왔지만, 올해부터 전사 일괄로 지급 기준을 변경했다.

올해 OPI 0% 지급이 결정되자 일부 임직원들은 사측의 일방적 결정이라고 반발했다. 지난달 29일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공식 홈페이지에 게시된 글에는 “사측이 2019년 8월 23일 일방적으로 OPI 지급 방식을 변경했다”며 “임직원들에게는 일절 관련 사항 공유 없이 일방적으로 언론사에 공유만 해왔고, 이번 OPI 발표에서 언론플레이했던 대로 0% 공지를 했다”는 주장이 담겼다.

이어 “대다수의 임직원들이 1조 9000억 원이라는 영업이익을 번 회사에서 단 한 푼의 OPI도 지급하지 않는다는 점을 동의하지 못하고 있다”며 “사업부 중 하나인 중소형사업부 자체적으로 3조 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벌어들였음에도, 0%로 변경된 점 역시 이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성과급을 향한 불만은 삼성디스플레이 임직원들의 노조 설립 움직임으로 번졌다. 임직원들은 카카오톡 오픈채팅방과 네이버 밴드 등을 통해 노조설립 준비위원회를 꾸렸다. 이날 기준 네이버 밴드의 가입자는 3200명을 넘어섰다.

양대 노총은 삼성디스플레이 임직원들의 노조 설립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노조 활동가와 법률지원단을 통해 노조 설립 및 노동법률 자문을 돕고 있으며, 민주노총은 미조직전략조직실을 통해 교섭과 법률지원 등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삼성디스플레이 노조설립 준비위는 이날 노조 상위조직 방향성에 대한 투표를 진행한다. 최근 ‘제1노총’ 지위를 놓고 양대 노총의 조직 확대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삼성디스플레이 임직원의 선택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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