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오픈경쟁시대 예금확보에 ‘비상’…미끼 상품 주의해야

한 고객이 은행창구에서 상담을 받고 있다.(기사와 무관)/사진=뉴시스

[월요신문=박은경 기자] 예금금리가 0%대에 진입하면서 줄어든 예금확보에 핵심예금 쟁탈전에 나섰던 은행들이 5%를 웃도는 고금리 특판 상품을 속속 출시하면서 행복한 비명을 지르는 반면 고객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고금리 특판 적금 출시는 반가운 소식이지만 진입장벽이 까다롭기 때문에 가입자체가 제한되기 때문이다.

10일 은행권에 따르면 최근 하나은행의 ‘하나더적금’은 3일부터 5일까지 사흘간 136만7453명, 가입 금액 3788억 원이 몰렸다. 이 적금은 1년 만기 상품으로 기본 금리 연 3.56%에 하나은행 입출금통장으로 자동이체 등록 시 1.25%포인트를 제공하고 온라인 채널 가입 시 0.2%포인트 추가 금리를 제공한다. 월 납입액은 10만원 이상 30만원 이하다.

이 적금은 신청자가 폭주해 전산망이 지연됐으며 영업점에도 수백 명의 고객이 몰려들며 대기표를 받는 진풍경을 연출해 고객들은 접속 과정에서 불편을 호소했다. 이 상품은 결국 실수령액의 많고 적음을 떠나 가입 기간이 짧고 납입액 한도가 적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우리은행이 우리카드와 연계해 출시한 ‘우리 여행적금2’는 최고 금리가 연 6.0%에 이른다. 단, 우리은행 첫 거래를 비롯해 우리 신용카드 이용액 및 공과금 카드납부 등의 조건을 충족해야한다. 6개월 또는 1년간 매월 최대 50만원 한도로 납입할 수 있다.

신한은행도 최고 연 5% 금리의 ‘첫 급여 드림’(DREAM) 적금을 판매하고 있다. 이 적금은 새내기 직장인뿐만 아니라 다른 은행에서 신한은행으로 계좌를 옮기는 고객도 가입할 수 있다. 기본금리 2%에 우대금리 3%p를 더 준다.

다만 이 또한 우대금리를 받는 조건이 복잡하다. 급여이체 실적 3개월을 달성하면 우대이자율 연 1%p, 6개월을 달성하면 우대이자율 연 2%p, 9개월을 달성하면 우대이자율 연 3%p가 각각 적용된다. 상품 가입 이후 9개월 이체분부터 3개월간은 최고 연 5%의 이자율이 적용된다. 가입기간은 12개월이며 가입금액은 1000원부터 100만원까지 가능하다.

그러나 이처럼 까다로운 가입조건에 고객들은 발길을 돌려야 했다. 시중은행의 고금리 특판 상품을 가입하기 위해 은행을 방문했던 A씨는 “은행이 지정한 신용카드로 연간 2000만원 이상을 써야 최고 금리를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을 듣고 가입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B씨는 “년 간 카드 사용액 2천만원이면 수수료 1%만 잡아도 20만원인데 그럼 적금 이자 더 주고도 남는다”고 꼬집었다.

A씨와 같이 몰려든 인기로 발길을 돌리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결국 가입자를 모으기 위한 ‘미끼상품’이 아니냐는 지적이 뒤따르고 있다. 고금리 상품으로 알고 가입하려고 보니 신용카드 발급 실적 및 아파트 관리비 자동 이체, 친구 추천 등 다양한 요건을 충족해야해 배보다 배꼽이 더 커 고금리 마케팅으로 고객을 유인한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카카오뱅크 또한 연5% 고금리의 1년짜리 정기예금을 출시했다 고금리 마케팅이라는 질타를 받은 바 있다. 총 100억 원 한도로 선착순으로 가입자를 모은 이 상품은 작한 지 1초도 안 돼 판매가 끝났기 때문이다. 당시, 사전 신청자 100만 여명 가운데 실제 가입에 성공한 사람은 1383명인 0.1% 불과했다.

은행권이 고금리 마케팅을 선보이는 것은 비대면 채널증가로 온라인을 통한 예금가입이 보편화되면서 시중은행의 예금확보에 빨간불이 켜졌기 때문이다. 그간 은행권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핵심예금을 두고 경쟁을 벌여야만 하는 오픈경쟁 시대가 열린 것이다. 

핵심예금이란 고객에게 제공하는 이자가 적어 원가 부담이 거의 없는 예금으로, 은행들이 필수적으로 관리해야 할 성과지표 중 하나다. 은행들은 그간 안정적인 수익 보전을 위해 핵심예금 유치에 노력을 기울여왔다. 예금 시장은 10여 년간 연평균 9.4% 증가하며 빠르게 성장해왔지만 오픈경쟁 시대가 열리면서 하락세가 불가피하다.

은행권이 오픈경쟁시대로 줄어든 예금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우대금리 요건을 낮추고 가입절차를 단순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고객의 경우 이벤트 적금의 미끼 상품이 많아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우대금리를 적용받지 못할 우려가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금리만 보고 가입했다가 만기 때 실망하는 경우가 있어 무리하게 가입하기보다는 조건에 따른 우대금리와 납입금액, 기간 등을 꼼꼼히 따져 봐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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