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팀장, 감정평가계약 체결하고선 임차인대표에 평가법인 선정해달라 실무자-임차인 회장 간 대화록서 드러나…평가 착수하고선 사견이라며 발뺌

[월요신문=윤중현 기자] 판교 10년 공공임대주택의 분양전환 과정에서 LH(한국토지주택공사) 실무자가 임차인 대표에게 결과적으로 거짓된 감정평가 제안을 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임차인 대표회의 측은 이 LH 실무자의 발언 취지가 이해할 수 없고, 결과적으로 감정평가를 강행하기 위한 꼼수였다고 보고 있다. 이후 LH는 입주민의 99%가 거부한 감정평가를 바탕으로 감정가격을 내겠다고 나서고 있어 큰 파장이 예상된다.

지난 4일 서울 강남 자곡사거리 LH 스마티움 앞에서 전국LH중소형10년공공임대연합회가 10년 공공임대주택 분양전환가 산정방식의 개선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사진=전국LH중소형10년공공임대연합회

10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백현동 백현마을 8단지 임차인대표회의는 LH의 해당 단지 분양전환 담당 실무자(경기지역본부 주거복지사업처 분양전환1부 노 모 차장)와의 대화록을 공개했다. 대화록에는 LH 노 모 차장이 임차인 대표회장과 만나서 감정평가에 대한 제의로 보이는 발언을 하고 있다. 

대화록에는 LH 노 모 차장은 임차인 회장에게 "지금이라도 임차인들의 감정평가법인을 선임하도록 하면 좋겠다"고 했다. 이에 임차인 회장은 "이미 감정평가법인과 계약이 끝난 것으로 알고 내일부터 감정평가사가 우리단지에 나오는 것이 아니냐"고 되물었다.

이에 LH 노 모 차장은 "아직 계약이 끝나지 않아 괜찮다"며 "또 계약이 끝났다고 하더라도 감평사들에게 양해를 구하면 된다"고 했다. 임차인 회장은 LH 노 모 차장에게 감평사들을 나오게 하지 않게 해달라고 말했고, 노 모 차장은 "만약 연락이 안 닿아 나오게 된다면 감평사들을 회장님이 그냥 돌려보내도 된다"고 대답했다. 이에 대해 임차인 회장은 동대표와 대표단 회의를 열고 의견을 모아보겠다고 화답했다.

여기까지는 양측이 문제의 실마리를 풀려는 듯한 대화가 오간다. 그런데 이후부터 LH 노 모 차장의 석연치 않은 태도가 감지된다. LH 노 모 차장은 "이 문제는 제 개인의 의견입니다"라고 했기 때문이다.

이에 임차인 대표회장은 "LH가 통보한 감정평가일정(11월18일~ 12월17일)이 조금 늦어질 수는 있지만 13개 감정평가법인에게 공문을 띄우고 설명회를 열어 감정평가법인을 선정하는 절차를 신속하게 추진하면 늦어도 12월 안으로 감정평가를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감정평가 작업과 관련, 백현마을 8단지는 인근의 판교원마을 12단지가 신청한 분양전환절차중지가처분 신청을 기다리면서 감정평가 작업을 중단해 달라고 LH와 국토부, 감정평가협회에 공문을 수차례 보냈다. 그러나 판교 원마을 12단지가 낸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자마자 LH는 임차인 회의 측에 감정평가 절차를 통보하고 강행 중이다. 그동안 임차인 회의 측의 입장과 공문이 무시된 채로 감정평가 절차를 강행했다는 논란이 있다.

그러나 LH 노 모 차장은 본지에 "이미 11월 14일에 감정평가 법인 2곳과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본지 2월 5일 보도). 문제는 임차인 대표회의에 선임을 통보한 동시점인 10일 전에 감평 법인과도 계약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노 모 차장이 24일 임차인 대표회장에게 계약 당일에도 계약 취소가 가능하다는 발언의 취지에 대한 의혹이 제기된다.

LH 노 모 차장이 사견이라고 밝힌 부분은 전문가들도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한 임대주택 부동산 전문가는 "LH 실무자의 말을 어떻게 개인의 의견으로 받아들일 수 있겠나"며 "아마 이 실무자는 동 대표회의를 열고 의견을 모아보겠다고 하니까 부담을 느끼고, 1대1로 문제를 그 자리에서 해결하고 싶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임차인 대표회장은 "개인의견이라고 했지만 내일부터 현장 감정평가가 진행되는 촉박한 일정에 실무팀장이 임차인 대표회장에게 진지하게 제안한 것이라면 LH 내부적으로 승인된 의견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며 "만일 그렇지 않고 임차인의 반응을 떠보려는 심산이었다면 더더욱 국가 공기업으로서 취할 수 없는 부도덕한 갑질 횡포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임차인 회장은 "다음날(25일) 백현8단지에 나온 감정평가사 두 사람을 되돌려 보낸 후 노 모 차장이 감정평가법인과는 이미 계약이 되어 해약이 어렵게 됐고, 임차인의 감정평가법인의 선임에 대한 제안은 없던 일로 하자고 했다"고 밝혔다. 본지 취재결과 LH 노 모 차장은 임차인 대표 회장과의 대화를 대체로 인정했다. 

LH는 이후 백현마을 8단지의 감정평가를 강행하고 있다. 입주민의 1%인 4세대만 허락한 감정평가를 바탕으로 가격산출 절차를 밟고 있다. 입주민들은 이것이 불완전한 감정평가라며 강하게 반대 입장을 나타내면서 또 다른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판교 백현마을 8단지 임차인 대표회의가 공개한 2019년 11월 24일 LH 실무자와의 대화 전문

(LH 노 모 차장) 임차인 대표회장님이 지금이라도 임차인들이 감정평가법인을 선임하도록 하면 좋겠습니다.

(임차인 회장) 내일(25일)부터 감정평가사가 우리 단지에 나오는 것으로 일정을 통보했는데 이미 감정평가법인과 계약이 끝난 것이 아닙니까?

(LH 노 모 차장) 아직 계약이 된 것이 아니니까 괜찮습니다. 또 계약이 되었다 하더라도 감정평가사들에게 양해를 구하면 되는 사안입니다.

(임차인 회장) 그럼 노차장님이 먼저 감정평가사들에게 현장 감정평가를 나가지 않도록 연락을 줘야하지 않겠습니까?

(LH 노 모 차장) 제가 연락해 보겠지만 혹시 연락이 안되서 감정평가사가 백현8단지로 나오게 되면 회장님이 그냥 돌려보내시면 됩니다.

(임차인 회장) 알겠습니다. 우리 단지는 성남시가 감정평가를 시행하지 않으면 감정평가를 수감하지 않겠다는 분위기인데 오늘 동대표와 분추위원 회의(이하 대표회의)를 열어 의견을 모아보겠습니다.

(LH 노 모 차장) 회장님 이 문제는 제 개인의 의견입니다. 

(임차인 회장) 귀 공사가 통보한 감정평가일정(11월18일~ 12월17일)이 조금 늦어질 수는 있지만 13개 감정평가법인에게 공문을 띄우고 설명회를 열어 감정평가법인을 선정하는 절차를 신속하게 추진하면 LH가 계획한 일정에 맞출 수 있고 또 늦어져도 12월 안으로 감정평가를 완료할 수 있겠습니다. 아무튼 대표회의에서 의견을 모아보겠습니다.

(LH 노 모 차장) 그럼 내일 다시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저작권자 © 월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