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한진칼 지분율 2% 선…조원태·조현아 지분격차 1%안팎으로 ‘캐스팅보트’역할 가능

조흥식(가운데)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부위원장이 5일 오전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2020년도 제1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2020.02.05./사진=뉴시스

[월요신문=김기율 기자] 한진그룹 경영권을 놓고 조원태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다툼이 거세지는 가운데 캐스팅보트로 떠오른 국민연금의 선택이 주목받고 있다. 국민연금의 한진칼 지분률이 당초보다 적은 2%대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조 회장과 조 전 부사장의 지분차가 얼마 나지 않아 여전히 주요한 역할을 맡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 5일 열린 제1차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에서 조흥식 국민연금 기금위 부위원장은 “(의결권 행사 관련) 개별기업에 관해서는 구체적으로 논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들이 원하는 좋은 방향으로 돼야 할 것”이라며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는 곳이지만 사회적 책임도 있다. 국민들이 바라보는 관점에서 받아들여주고, 기업이 좋은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이 한진칼에 주주제안 등 경영 참여형 주주권을 행사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대신 한진칼 주총에 오른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에 대해서는 찬반을 표하는 등 단순 의결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4월 기존 5.36%에서 4.11%로 한진칼 보유 지분이 감소했다고 공시한 이후 5% 이상 보유 보고를 하지 않고 있다. 5% 미반 보유 시 보고 의무가 없어 국민연금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지분은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지난해 6월 말 기준 국민연금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은 3.45%로 전해진다.

한진그룹 지분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이 33.45%,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측은 31.98%다. 양측의 지분율 격차는 1.47%P로 근소하다./그래픽=뉴시그

현재 조 회장의 한진칼 지분은 특수관계인을 포함해 22.45%다. 여기에 ‘백기사’로 분류된 델타항공과 카카오의 지분을 합하면 33.45%까지 오른다. 조 전 부사장은 본인 지분 6.49%에 KCGI와 반도건설 지분을 더해 31.98%을 확보했다. 양측의 지분 차는 1.47%에 불과하다.

한진칼은 이사 선임·해임 안건을 일반 결의사항으로 정하고 있어 주총에 출석한 주주 과반의 찬성을 얻으면 안건이 통과된다. 지난해 주총 참석률(77.18%) 기준 최소 38%~39%의 지분 확보가 필요하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국민연금은 지분이 줄었다고 해도 충분히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공산이 크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위원회는 지난해 대한항공 주총에서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에 반대한 바 있다.

김장원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오는 3월 한진칼 주주총회를 앞두고 조현아 전 부사장과 조원태 회장 진영의 지분율 차이가 거의 없어 어느 쪽이 승자가 될지 알 수 없다”며 “양측의 지분율이 비슷해짐에 따라 국민연금과 카카오 그리고 일반 주주의 의사결정이 중요해졌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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