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측, 근무시간 외 업무지시 말아달라 노조요구에 오해 생긴다며 거부
노조, 임단협 결렬선언…중노위에 조정신청한 후 거센 투쟁전개 예고
SK하이닉스 “60% 가까운 안건 합의…노조와 계속 대화할 것”

/사진=뉴시스

[월요신문=김기율 기자] 퇴근 후 SNS를 통한 업무지시를 금지해달라는 SK하이닉스노조 기술사무직지회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을 두고 내부에서는 최태원 SK 회장이 강조하는 ‘행복DNA’에 반하는 경영행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3일 SK하이닉스 기술사무직지회(이하 사무직노조)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진행된 ‘2019년 임금 및 단체 협약’ 협상이 결렬됐다. 

사무직노조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사측은 노조가 요구하는 핵심안건에 대해 논의조차 불가하다는 식의 태도를 고수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요구하는 핵심안건은 ▲전임직(생산직)과 차별 없는 평가제도 ▲코어타임 문제, 근무시간 외 업무지시 금지 등을 담은 유연근무제 개선 ▲포괄임금제 폐지 ▲노조 활동 보장 등이다.

사무직노조는 “업무시간이 아닌 퇴근 후나 휴가 중에는 SNS 등을 통한 업무지시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부득이한 경우 공식 채널을 통해서만 지시한 뒤 연장·야간수당을 지급하는 등 구성원의 휴식권을 보장해달라는 요구에 사측은 ‘오해와 논란’이 생긴다며 논의를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렇다면 회사는 퇴근한 구성원에게 SNS 등을 통해 아무 때나 업무를 지시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며 “이것이 구성원의 행복을 최고 가치로 여기는 SK의 기업 정신에 부합하는 것인지도 궁금할 따름”이라고 꼬집었다.

최태원 SK 회장은 지난해 경영 화두를 ‘구성원의 행복’으로 내세우고 각 계열사 대표들에게 ‘행복 전략 실행’을 당부한 바 있다. 올해 역시 신입사원과의 대화를 통해 격의없는 대화를 나누는 등 구성원과의 소통을 최우선으로 당부했다. 

사무직노조는 사측이 기본적인 노동권도 인정하지 않는다고도 주장했다. 사측이 쟁의금지 장소를 광범위하게 정하고, 단체행동권을 원천봉쇄하는 협정근로자를 내놓았다는 설명이다. 또 단체협약의 적용을 받지 못하는 조합원의 범위를 정해 사무직노조 교섭위원과 간부들을 배제하려 했다고 비판했다. 

사측이 사무직노조의 홍보 활동도 ‘사전검열’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사무직노조 관계자는 “사측은 홍보물을 내기 전 사측의 ‘동의’를 받으라고 한다. 말만 동의지 ‘검열’과 다를 바 없다”며 “이는 노조 활동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자 개입”이라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임단협이 지지부진한 이유는 사측에서 사무직노조를 ‘허울뿐인 노조’로 생각하고 불성실과 차별로 일관했기 때문”이라며 “조만간 고용노동부 중앙노동위에 조정신청을 접수하고 상급단체와 연대해 투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 기술사무직지회는 지난해 7월 18일 상견례를 시작한 후 본교섭 10차, 실무교섭 3차를 거친 2019년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을 진행했다. 그러나 결국 사측과의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다음 주 중 중노위에 조정신청을 낼 계획이다.

이에 대해 SK하이닉스 관계자는 “회사는 교섭과정 중 60%에 가까운 안건들을 합의했다”며 “이견이 있는 사안들은 전체 구성원들의 일하는 방식과 비즈니스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중요한 요소이기에 전체 구성원의 충분한 논의와 합의가 필요하다고 노조 측에 충분히 설명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코로나19, 글로벌 경쟁 등 위기상황에 맞서 노사가 일치단결해야 할 현 시점에서 이런 이야기들이 나와 안타깝다”며 “앞으로도 회사는 기술사무직노조와 대화하겠다는 의지가 분명한 만큼 노조도 더욱 열린 자세로 대화에 임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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