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조위 결정에도 신한 등 5개은행은 배상 유보상태…147개 기업 배상여부는 미정

[월요신문=박은경 기자] 시중은행 중 가장 먼저 키코 피해기업 배상에 나선 우리은행이 이르면 이날부터 배상을 시작해 이달 말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에 키코 배상 결정을 유보하고 있는 나머지 은행에 대한 책임론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14일 은행권과 키코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전날 키코 피해기업인 일성하이스코와 재영솔루텍에 배상금을 지급하겠다고 알려온 것으로 확인됐다. 공대위 측은 “은행 쪽에서 배상금을 지급할 예정인데 어디로 전달받을 것인지를 물어왔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12월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는 6개 은행(신한·우리·산업·하나·대구·씨티)에 피해기업 4곳의 피해액 15~41% 배상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금감원 분조위 결정에 따라 신한은행은 150억원, 우리은행은 42억원, 산업은행은 28억원, 하나은행은 18억원, 대구은행은 11억원, 씨티은행은 6억원을 각각 배상해야 한다.

우리은행이 분조위 결정에 따라 배상에 나선다는 방침을 밝혔으며, 나머지 은행들은 결정을 유보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금감원 분조위 결정에 따라 피해기업 2곳에 대해 42억원을 배상할 방침이며, 이르면 이날 지급방식을 협의하고 배상절차를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과 피해기업이 이날부터 배상을 시작함에 따라 나머지 시중은행들에 배상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난 11일 키코 공대위는 은행들이 키코 사태에 대한 분조위 결정을 미루는 것과 관련해 “감독원의 조정안마저 핑계를 대며 빠져나갈 궁리만 하고 있다”며 비판하고 나섰다.

이 같은 비판여론이 거세지자 우리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은행 5곳도 이르면 이달부터 늦으면 내 달 첫주까지는 이사회를 열고 키코 피해기업에 대한 배상 문제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단, 우리은행 또한 분조위 신청 대상기업인 2곳에 대해서만 배상 결정을 내렸을 뿐 나머지 피해기업 147개의 기업들에 대한 배상여부는 결정하지 않았다. 앞서 분조위는 분쟁조정을 신청한 4개 기업을 제외한 나머지 기업들에 대해선 은행들이 공동 협의체를 꾸려 자율배상을 실시할 것을 권고했다.

특히 나머지 은행들은 분조위 신청 대상기업 4곳에 대한 배상 결정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 4일 열고 수용 여부를 논의했지만 추가적인 법률 검토 등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정식 안건으로 부의하지 않았다. 하나은행도 이달 초 이사회에서 결론을 내지 못했다.

‘키코(knock-in, knock-out)’는 2007년부터 국내 수출 기업에 집중적으로 판매된 파생상품이다. 환율이 일정 범위에서 변동하면 약정한 환율에 외화를 팔 수 있으나 범위를 벗어나면 큰 손실을 보는 상품이다. 그러나 당시 은행들은 기업들에 키코를 판매하면서 달러의 가격이 하락해도 어느 정도 선에서 보장해 주겠다며 불완전판매를 일삼았다.  

금감원에 따르면 당시 키코 사태로 기업 738개사가 3조2247억원에 달하는 피해를 봤으며 919개의 중소기업이 손해 또는 도산됐고 우량 중견기업들이 무너졌다. 

이미 은행의 불완전판매로 결론 난 키코 사태가 발생한 지 12년이 지나가지만 은행들이 키코 배상에 망설이고 있어 비판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월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