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강성부·권홍사가 추천한 대한항공 출신 김치훈 후보 사퇴에 ‘ 곤혹’
한진 경영권 조 회장 쪽으로 기울어…3자연합은 노조반발까지 겹쳐 곤혹

서울 중구 한진빌딩 모습./사진=뉴시스

[월요신문=김기율 기자]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KCGI, 반도건설 등 한진칼 3자 주주연합이 흔들리고 있다. 내부 직원들은 물론 3자 주주연합이 사내이사 후보로 추천한 김지훈 전 한국공항 상무까지 ‘KAL맨’을 자처하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지지에 나섰다. 난전이 예상됐던 경영권 분쟁은 조 회장 쪽으로 승기가 기운 모양새다.

이에 3자연합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재계 일각에서 3자연합이 내세운 ‘한진그룹 정상화’는 표면적 이유고, 이들의 진짜 속셈은 따로 있어 ‘동상이몽’을 꾸고 있다는 관측이 나와서다. 특히 KCGI와 반도건설은 각각 ‘투자금액 회수’와 ‘유휴부지 개발권’을 노리고 있다는 의혹에 휩싸여 있는 만큼, 셈법이 한층 더 복잡해 졌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한진그룹은 18일 “김치훈씨가 전날 한진칼 대표이사 앞으로 보낸 서신에서 ‘3자연합이 추천하는 사내이사 후보에서 사퇴하겠다’고 알렸다”고 밝혔다.

한진그룹에 따르면 김치훈 전 상무는 “3자연합이 주장하는 주주제안에 동의하지 않으며 본인의 순수한 의도와 너무 다르게 일이 진행되고 있음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KAL맨’으로서 한진그룹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현 경영진을 지지한다”고 전했다.

김치훈 전 상무는 과거 대한항공 본사에서 근무하며 런던공항지점장을 맡았고, 2006년부터 8년간 한진그룹 계열사 한국공항에서 상무를 지냈다. 특히 대한항공의 국내외 호텔관련 사업을 총괄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조 전 부사장의 측근으로 분류되기도 했다.

김치훈 전 상무가 사퇴하면서 3자연합은 겹악재를 맞았다. 조 전 부사장에 대한 회사 안팎의 비판의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 전날 한진그룹 계열 3개 노동조합(대한항공, ㈜한진, 한국공항 노동조합)은 “조현아 3자연합이 가진 자들의 배를 채우기 위해 벌이는 해괴한 망동이 한진 노동자의 고혈을 빨고 고통을 쥐어짜도록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하게 경고했다.

일각에서는 3자연합의 명분이 대내외적으로 갈수록 약해지면서 경영권 무게추가 조 회장 측으로 기울어지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김치훈 전 상무의 사내이사후보 사퇴로 3자연합이 크게 한 방 맞은 모습”이라며 “3자연합이 주총 전까지 어떤 대응책을 들고 나올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왼쪽부터)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강성부 KCGI 대표,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

한 지붕 세 가족, ‘동상이몽’ 꾸는 3자연합 향후 행보는?

조 전 부사장과 KCGI, 반도건설의 3자연합 결성 당시 재계에서는 “각자 복심이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 있었다. 한진그룹과 이해관계로 엮인 그들이 단순 ‘지배구조 개선’을 꾀한다는 목적은 말이 되지 않는다는 의문이다.

조 전 부사장과 KCGI는 연합 결성 전까지 관계가 좋지 않았다. KCGI는 한진그룹 경영참여 명분으로 ‘오너 일가의 갑질’을 들어 ‘땅콩 회항’으로 물의를 빚은 조 전 부사장을 겨냥했고, 더 나아가 조 전 부사장이 각별히 여기는 호텔·관광 사업을 처분하라고 요구해왔다. 

반도건설은 지난해 말까지 권홍사 회장과 고(故)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과의 친분을 이유로 ‘단순투자’ 목적임을 강조하며 한진칼 지분을 늘려왔다. 그러나 지난 1월 공시를 통해 지분을 8.28%로 확대하고 ‘경영참가’로 보유목적을 변경했다. 반도건설은 한진칼 지분에 약 1500억 원 이상의 돈을 쏟아 부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여전히 뒷말이 무성하다. 우선 반도그룹이 한진그룹 유휴부지 개발과 호텔·관광산업을 선점을 목표로 한진일가 경영권 분쟁에 뛰어들었다는 주장이다. 일각에서는 권 회장이 3자연합 결성 전 조원태 회장과 조현아 전 부사장을 오가는 줄타기를 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권 회장이 노리는 유력한 부동산 후보지로 대한항공 소유의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와 대한항공 자회사 왕산레저개발이 운영하는 인천 을왕리 ‘용유왕산마리나’ 요트 계류장 인근 부지 등이 거론되고 있다.

최근 대한항공이 이사회를 열고 송현동 부지와 왕산레저개발 지분의 연내 매각 추진을 결정한 데 대해 회사 재무구조 개선 차원보다 유휴부지 개발을 노리는 반도건설의 사업 기회를 박탈하기 위한 의도라는 해석도 나왔다.

‘투자금 회수’를 꾀하는 KCGI와 손을 잡고 한진그룹 경영권을 쥐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펀드와 주식담보대출 등으로 한진칼 지분을 매입하면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KCGI에 유용 현금이 충분한 반도건설은 매력적인 파트너라는 것. 반도건설이 KCGI의 지분을 매수하면 단숨에 한진칼의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난항을 겪은 HDC현대산업개발과는 달리 항공업 진출 발판을 손쉽게 마련하는 셈이다.

다만 이는 한진그룹의 경영권을 장악했을 때 가능한 시나리오다. ‘조원태 퇴진’을 공동 목표로 달려온 3자연합이 수세에 몰린 지금, 다가오는 주총 전까지 어떤 행보를 보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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