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개봉 후 환불요구시 위약금 25만원 청구…소비자들 '황당'
제품 시연도 굳이 새 제품으로 하고선 환불시 고객 잘못으로 몰아

[월요신문=조규상 기자] 독일 루라(LURA) 청소기 수입 및 유통업체 ㈜위퍼니(루라코리아)가 방문판매를 하면서 소비자를 기만해 논란이 일고 있다. 루라코리아 직원은 끈질기게 제품 구매를 강요했고, 제품 구매 후에는 환불시 불합리하고 과도한 위약금을 발생시키기도 했다.

19일 변호사들의 집단소송 플랫폼 ‘화난사람들’에 따르면 루라코리아에서 무료 침구케어 서비스를 빙자해 고가의 진공청소기를 구매토록 유도하고, 소비자의 환불요청에 대해서는 포장개봉 등을 이유로 과도한 위약금을 발생시키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A씨는 최근 베이비 페어를 방문했다가 루라코리아 침구케어 1회 무료체험권을 받았다. 얼마 후 업체에서 연락이 와서 방문 날짜를 정했고, 업체 직원 B씨가 A씨의 집을 방문했다.

B씨는 진공청소기를 들고 와서 아이 방 매트리스 청소를 해주고는 빨아들인 먼지를 A씨에게 보여주면서 아이의 아토피, 호흡기질환이 걱정된다고 설명하고 제품홍보를 시작했다.

A씨는 애초에 250만원이나 되는 고가의 진공청소기를 구매할 마음이 없었다. 그런데 B씨가 한 시간도 넘게 제품홍보를 하면서 가격을 점점 낮춰줬고, 급기야 '일부 선납금에 장기할부로 하면 월 1만원대에도 사용이 가능하다'고 끈질기게 구매를 권유하자 A씨는 그만 신용카드를 내주고 말았다.

B씨는 대금결제를 마친 후 진공청소기 조립법과 사용법을 알려주겠다고 하면서 굳이 새 제품을 가져와 박스 포장을 개봉했다. 이어 B씨는 A씨에게 칼로 포장 테이프를 몇 개 잘라달라고 요청했고, A씨는 얼떨결에 테이프를 잘랐다. 이 같은 제품 개봉 과정은 이 사건의 발단이 됐다.

A씨는 충동구매가 후회돼 다음날 아침 눈을 뜨자마자 루라코리아에 환불을 요청했다. 루라코리아는 처음에 포장이 개봉돼 환불이 곤란하다고 했고, A씨가 눈물로 사정을 하자 큰 선심을 쓰듯이 환불해주겠다고 했다. 단 위약금 25만원을 공제한 나머지 돈만 돌려주겠다는 단서를 달았다.

이에 A씨는 “무료 침구케어 서비스 한 번 받으려다가 업체의 상술에 넘어가 한순간에 25만원 돈을 날리게 됐다”며 울분을 토했다.

이와 관련 루라코리아 관계자는 “제품 판매전 환불 요청 시 30%의 위약금을 문다는 조항이 있다”며 “그 이유는 상기 제품을 한 번 개봉하면 시연을 위해 제품에 물을 넣고 사용해야 한다. 소비자가 반품을 요구하면 이 제품은 중고가 되고 그 손해는 본사가 고스란히 안을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A씨를 비롯한 피해자들은 루라코리아의 해명을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 다른 피해자는 “우선 제품 개봉은 직원이 했고, 테이프 제거 권유 등 교묘한 수법으로 고객들도 같이 개봉한 것처럼 한 것”이라며 “특히 시연을 굳이 새 제품으로 해서 환불시 무조건 위약금이 발생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이하 '방문판매법') 제8조 제1항, 제9조 제2항에 따르면 제품의 포장을 뜯거나 1회 사용한 것이 동법상 청약철회 제한사유나 비용공제사유(동법 제8조 제2항, 동법 제9조 제8항)에 해당한다. 단, 이 조항은 포장개봉이 상품의 가치를 현저히 떨어뜨리는 종류의 제품(식품, 음반 등)에 적용된다. 진공청소기와 같은 가전제품에서는 적용이 제한적이다.

실제로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에서도 2015년도에 A씨와 유사한 사례에서 '방문판매로 구입한 진공청소기의 한번 사용이 소비자의 청약철회권을 제한하는 사유가 될 수 없다'면서 방문판매업체에게 구입대금 전액을 환급하라고 결정한 사례가 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실제로 제품의 가치를 떨어뜨리지 않은 범위 내에서는 전액 환불이 가능한 상황”이라며 “또한 판매자가 제품을 개봉했다면 피해자에게 위약금을 물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화난사람들은 진공청소기 방문판매업체의 청약철회 방해로 인해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의 제보를 받아 공동으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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