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청서에는 위험설명도 없어…‘원금손실 가능성에 대해 이해하였음’ 서명만 존재

DLF피해자들이 시위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월요신문=박은경 기자]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환매중단사태의 피해규모가 확산되면서 사기판매 공방으로 이어지고 있다. 일부 투자자들은 라임 펀드의 가입과정에서 누락된 위험고지 및 정식설명서 미교부와 더불어 ‘사인 몇 번에 쉽게 가입’시켰던 판매사들의 판매 과정이 피해를 키웠다고 지적했다.

19일 투자자들은 시중은행과 일부 증권사의 위험미고지 및 정식설명서 누락과 같은 불완전판매 주장을 제기한 것에 대해 판매사들이 반박 근거로 제시하는 ‘원금손실 가능성에 대해 이해하였음’이 기재된 가입신청서에 비판하고 나섰다.

최근 시중은행과 일부 증권사를 비롯한 판매사들이 판매과정에서 초 고위험군에 속하는 라임 펀드를 “안전하다”며 ‘만기 확정형’으로 속여 판매한 사실이 폭로돼 불완전판매 및 사기판매 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일부 판매사들은 투자자들이 가입 당시 신청 서류에 자필로 서명했던 것을 근거로 들어 투자자들에 사모펀드의 위험성을 고지했다고 해명했지만 판매사들이 제시한 신청서 어디에도 라임 펀드에 대한 위험성에 대한 설명을 찾아볼 수 없었다. 

위험설명이 빠진 동의 신청서

특히, 한 시중은행은 판매과정에서 투자자들이 작성해야 할 ‘투자성향분석 설문 항목’ 조차 담당PB가 작성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한 시중은행으로부터 라임 펀드를 가입한 A씨는 “신청서류에는 ‘설명서를 교수받았음’에 체크가 되어 있는데, 절대로 투자설명서 및 상품설명서, 약관 등을 설명 받거나 본적이 없다”며 “가입 시 작성했던 신청서 4장 중 내가 자필서명 한 것 제외한 체크항목 등은 PB가 대신 체크했다”고 설명했다.

A씨는 이어 “나는 찍어서 글씨체를 쓰기 때문에 간단한 체크를 할 때도 브이자에 꼬리부분을 흘리지 않고 정확히 꺾어 쓰기에 저렇게 날림으로 펜을 사용하지 않는다”며 “내가 체크한 것이 아니라는 건 글씨체를 분석해보면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수 억원에 달하는 초 고위험도 사모펀드에 가입하는 과정이 투자상품 거래신청서 싸인 몇 번이면 가능하도록 되어 있는 것이다. 단, 그럼에도 법적으론 투자자들이 직접 서명을 한 만큼 소비자보호로서 보호 받기 어렵다는 점에서 ‘라임 사태’는 금융당국과 판매사들의 합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손실은 투자자에게 귀속됩니다'라고 적힌 신청 서류

A씨는 또 신청 서류 내에 “손실은 투자자에게 귀속됩니다. 투자원금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라는 문구를 읽고 PB한테 이 부분에 대해 설명을 요구했지만 담당PB는 “가입을 위해 형식적으로 적혀 있는 내용이니 그냥 읽고 넘어가면 된다”는 답변으로 일축했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성일종의원실에 따르면 판매사별로 라임펀드 판매규모는 ▲우리은행 3259억원 ▲신한금융투자 1249억원 ▲하나은행 959억원 ▲대신증권 692억원 ▲메리츠종금증권 669억원 ▲신영증권 646억원 ▲부산은행 427억원 ▲삼성증권 311억원 ▲KB증권 284억원 ▲경남은행 139억원 ▲NH투자증권 138억원 ▲미래에셋대우 67억원 ▲농협은행 65억원 ▲산업은행 57억원 ▲신한은행 56억원 ▲유안타증권 28억원 ▲한화투자증권 12억원 이다. ​

판매사측은 내부 기준을 들어 “투자설명서를 교부하고 있으며 위험고지를 하고 있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 리스크관리가 부실했던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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