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최선임 이사’로서 회사 이해도 높아…행정가 경험으로 전략적 의사결정 주도할 것”
2010년 국감서 삼성 반도체 백혈병 문제 ‘옹호’…지난해 주총서 ‘독립성’ 자격 의심받기도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21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빈소로 들어서고 있다. 2020.01.21./사진=뉴시스

[월요신문=김기율 기자]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으로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선임되면서 재계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처음으로 외부인 출신이 의장으로 선임되면서 이사회 독립성이 강화된 것은 긍정적이지만, 과거 박 전 장관의 전례를 비춰 볼 때 그 독립성이 보장되겠느냐는 의문이다.

24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지난 21일 열린 이사회를 통해 박재완 전 장관이 신임 이사회 의장에 선임됐다.

박 전 장관은 1955년생으로 서울대학교 경제학 박사, 미국 하버드대학교 정책학 석·박사를 마쳤다. 2004년부터 2008년까지 제17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2008년에는 대통령실 정무수석 비서관을 역임했다. 2008년부터 2010년까지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 비서관을 지냈다.

이후 2010년~2011년 고용노동부 장관, 2011년~2013년 기획재정부 장관을 역임했다. 2016년 3월부터는 삼성전자 사외이사로 활동해왔다.

박 전 장관 선임에 대해 삼성전자 측은 “‘최선임 이사’로서 회사와 이사회에 대한 이해도가 높으며, 기재부 장관을 역임하는 등 행정가로서의 경험 또한 풍부해 전략적 의사결정을 주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번 선임으로 이사회의 독립성과 경영 투명성을 높이고 이사회 중심의 책임경영에 더욱 박차를 가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2018년 정기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분리를 선언했다. 사내이사인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부회장이 의장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긴 했으나, 앞서 삼성전자의 의장 분리 선언, 또 최근 거세지는 이사회 투명성 요구 등이 박 전 장관의 선임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최근 출범한 삼성준법감시위원회에 힘을 싣기 위한 선임으로도 해석된다. 독립적인 외부 감시기구인 준법감시위원회는 CEO의 준법의무를 파악하고 위반 리스크가 높은 사안을 검토해 이사회에 의견을 제시하게 된다.

박 전 장관도 선임 후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이사회의 역할은 주주가치 제고와 경영진을 투명 감시하는 것인 만큼 준법감시위원회와 소통하면서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박 전 장관이 ‘독립성’이 요구되는 이사회 의장으로 적합한 인물인지를 두고 논란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박 전 장관은 2010년 고용노동부 장관이던 시절 그해 국정감사에서 삼성 반도체 공장과 백혈병의 인과관계에 대한 질문에 “백혈병 발병과 노동환경 사이에는 통계적 유의성이 없다”고 답한 바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 주총에서는 박 전 장관의 사외이사 재선임 안건에 해외 연기금 등이 반대 의견을 내기도 했다. 이들은 “삼성그룹의 공익법인인 성균관대 교수로 재직 중인 박 전 장관의 독립적인 직무수행이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시 주총서 박 전 장관 사외이사 재선임 안건에 대한 반대표는 30% 가까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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