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남정 부자 등 특수관계인 지분 거의 100%로 개인회사격
조합 포장재 동원시스템즈에선 실적부진에도 129억 배당 챙겨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의 둘째 아들로 식품분야를 맡고 있는 김남정 부회장.사진/뉴시스

[월요신문=윤소희 기자] 동원그룹 식품분야 비상장 지주회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는 김남정 부회장의 기업승계는 물론 지배력 강화를 위한 돈줄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동원그룹 김재철 명예회장의 둘째 아들인 김 부회장은 동원엔터프라이즈와 계열사에서 해마다 거액의 배당금을 챙겨 개인재산을 불리고 지배력 강화를 위한 재원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원엔터프라이즈가 사실상 김 부회장의 사금고라고 할 수 있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업계에 따르면 김 부회장이 동원시스템즈 등에서 해마다 거액의 배당금을 받아 자신의 부를 빠른 속도로 불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김 부회장이 엔터프라이즈를 비롯한 계열사 지분의 대부분을 보유하고 있는데서 가능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자공시시스템을 보면 김 부회장은 동원엔터프라이즈 지분 67.98%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동원엔터프라이즈는 다시 계열사 동원F&B 지분 71.3%, 동원산업의 지분 62.7%, 동원시스템즈의 지분 80%를 각각 소유하고 있다. 즉 김 부회장은 동원그룹 핵심사업인 식품·물류·포장재 계열사 지분의 절반 이상을 보유해 누구도 도전할 수 없도록 기업승계를 완전히 마친 상태다.

동원엔터프라이즈는 동원그룹 오너일가의 개인회사 격이다. 김 부회장을 비롯한 김재철 명예회장 등 특수관계인 지분이 99%에 달한다. 이 지분율은 다른 지주회사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말하자면 김 부회장이 동원엔터프라이즈는 물론이고 계열사의 배당금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얘기다. 김 부회장이 엔터프라이즈 지분의 근 70%를 보유하고 있고 다시 엔터프라이즈가 다른 계열사 지분을 적게는 60%에 많게는 80%를 갖고 있다.

이같은 지분구조로 보아 계열사의 배당금이 동원엔터프라이즈로 거쳐 들어와 다시 오너일가의 주머니로 들어가  김 부회장이 배를 불리는 구조다. 엔터프라이즈가 그동안 김 부회장 개인의 재산증식은 물론이고  기업승계나 지배구조 강화를 위한 금고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고 볼 수 있다.

김 부회장은 우선 동원엔터프라이즈의 배당금으로 주머니를 두둑이 불렸다. 최근 3년간(2016~2018년) 지주회사에서 수령한 배당금만 180억 원에 달했다. 이를 계열사별로 보면 동원엔터프라이즈는 2016년 주당 750원, 2017년 1000원, 2018년 1000원의 배당을 실시해 그가 받은 배당금은 같은 기간 각각도 88억, 116억, 116억 원에 달했다.

동원엔터프라이즈는 계열사들의 실적을 바탕으로 배당금 수익을 2017년 190억원, 2018년 487억원, 2019년 3분기까지 299억원으로 꾸준히 늘리고 있다. 계열사에서 받은 배당금을 다시 배당재원으로 활용하고 있는 만큼 배당금 수익이 늘어나는 것과 더불어 오너일가의 재산도불어나는 것이다.

동원그룹 식품계열사 배당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종합포장재 회사인 동원시스템즈가 실적악화에도 고배당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동원시스템즈는 그동안 김 부회장에 최근 3년간 129억 원 정도의 배당을 실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원시스템즈는 영업이익이 2017년 880억원, 2018년 788억원, 2019년 739억 원으로 계속 감소하는데도 김 부회장에 대한 배당금에서는 별 변동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실적악화로 배당금이 준 동원산업과는 대조적이다. 동원산업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영업이익이 대폭 감소하자 배당금을 135억원에서 74억원 거의 절반수준으로 줄였다.

동원시스템즈가 실적하락에도 김 부회장에 대한 배당금을 그대로 유지하는 이유를 김 부회장의 지분관계에서 찾을 수 있다. 동원엔터프라이즈가 동원시스템즈 지분은 80%로 갖고 있도 김 부회장이 동원엔터프라이즈 지분 거의 70%를 보유해 다른 계열사에서 보다  높은 배당을 기대할 수 있다. 이것이 동원시스템즈가  실적부진에도 배당을 줄이지 않는 이유라는 풀이도 없지 않다.

동원시스템즈는 탈로파시스템즈의 고성장으로 고배당의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탈로파시스템즈는 과거 아르다 메탈 패키징 그룹의 사모아 소재 캔 생산법인으로, 동원그룹이 2014년 100% 지분을 271억원에 사들였다. 동원그룹이 인수 후 2014년 69억원의 매출이 2015년 359억원, 2016년 377억원으로 계속해서 늘었다.

동원시스템즈에서 원재료를 구입해 탈로파시스템즈에서 캔을 생산, 스타키스트에 납품하는 구조로 실적이 증가했다. 실적이 오른 만큼 2015년부터 배당금을 지급해 2018년에는 102억원의 배당금을 동원시스템즈에 냈다. 실적이 나빠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동원엔터프라이즈에 배당을 할 수 있는 여력을 가질 수 있게 된 셈이다.

김 부 회장을 비롯한 동원 오너일가는 지주회사를 개인회사처럼 운영해 해마다 거액의 배당금을 챙기는 것을 나무랄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지주회사가 계열사의 안정경영을 위한 중심역할을 하고 그 자체 경제력 집중에 의한 폐해를 차단해야 하는데도 오너일가의 치부를 위한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점에서 외부 시선은 곱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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