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내수 등 경제전반 급속 위축으로 경기회복세 꺾여…기준금리 인하카드 '만지작'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들러 한동안 임시휴업을 했던 서울 중구 신라면세점. 사진/뉴시스

[월요신문=윤소희 기자] 한국경제가 코로나19 충격으로 휘청거리고 있다. 모처럼 회복세를 보이는 듯한 경기가 다시 곤두박질치며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된다는 어두운 전망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증시도 우리경제의 어려움을 반영,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경기가 급속히 냉각되면서 한은의 기준금리 운용이 주목된다. 지난번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한은은 추락하는 경기를 막기위해 최저수준인 기준금리를 한 두 차례 하향조정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코로나 공포 여파는 우리경제에 치명적인 타격을 가하고 있다. 올해들어 회복세를 보이는 듯한 우리경제가 다시 저성장세를 벗지 못하고 마이너스 성장마저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증권사 연구원들은 코로나 여파로 올해 1분기(1~3월) 성장률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하나금융투자 연구보고서는 이번 코로나로 인한 우리경제에 대한 쇼크는 메르스(중동 호흡기 증후군)를 능가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채권 담당 연구원은  25일 펴낸 보고서에서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빠르게 증가하는 현재 상황은 연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하락 폭이 15년 메르스(중동 호흡기 증후군) 당시의 -0.2%포인트를 넘어서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해당한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올해 1분기 국내 GDP는 전 분기 대비 약 0.3% 감소하고 올해 연간 성장률 역시 1.8% 내외로 하락할 위험이 커졌다고 이 연구원은 예상했다.

코로나 확산으로 내수와 생산이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 휴업하는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다. 현대·기아차 등 중국이 코로나로 부품생산을 중단하면서 생산라인을 1주일 정도 멈춘 바 있다. 코로나 감염이 우려되는 유통업체들도 자발적으로 일정기간 휴업을 실시하고 있다. 사회곳곳에서 단체활동이나 모임이 취소되고 있다. 심지어는 국회도 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과 우리경제 의존도가 높은 중국의 전염병 확산은 내수와 생산을 급속히 위축시키고 있다.  중국 기업연합이 최근 발표한 중국 기업의 직원 복귀율과 가동률은 각각 66%, 59%에 불과하다. 중국의 가동률 부진은 중국 현지 공장에서 부품 등 중간재를 조달하는 국내 제조업체의 생산 차질을 빚고 수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공포 확산으로 인해 소비 심리도 꽁꽁 얼어붙고 있는 분위기다. 유흥음식업소들은 고객이 격감하면서 매출감소에 한숨이 절로 나온다. 증시침체는 내수소비를 더욱 얼어붙게 한다. 각종 경기도 관중이 없는 경기를 하고 실정이다. 코로나 전염을 우려하여 노약자를 비롯한 많은 국민들이 외출을 자제하면서 소비활도을 하지 않고 있다. 내수가 급랭하면서 소상공인들은 더욱 심화되는 경영난에 속수무책이다. 

생산과 소비 등 경제활동이 급속히 위축되고 있는 것은 말할 것도 없이 코로나19가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지난 17일 30명에서 21일 204명으로 7배가량 급증했다. 24일 기준으로는 830명을 넘어섰다. 아직 코로나19 ‘음성’ 판정이 내려지지 않아 검사가 진행 중인 건수도 24일 오전 현재 8725건으로 한 주 전보다 10배 이상 늘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발생으로 긴급 휴업에 들어간 경기 시흥시 매화고등학교 정문에 휴업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이 연구원은 “중국의 경우 지난 7일 14개 지역을 봉쇄한 이후에도 확진자 수가 3만여 명에서 현재 7만6000명까지 증가했다”면서 “한국은 본격적인 대규모 의심 증상자 검사를 이제 막 시작했고 공식적인 활동 제한 조치도 지난 24일부터 취해 당분간 확진자 수 증가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로나 여파로 국내경기의 하락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벌써 올해 경제성장률을 하향 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연구원은 오른 27일 금융통화운영위원회에서 한은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3%에서 2.1%로 하향조정할 것으로 예상했다.

경기가 곤두박질치는 상황인 만큼 한은이 기준금리 추가 인하카드를 만지작거리지 않을 수 없다. 이 연구원은 오는 27일 금통위에서 추락하는 경기를 붙잡기 위해 기준금리는 현재 1.25%에서 0.25%포인트 인하할 것으로 관측했다. 그는 한은이 당분간 경기추세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 3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다시 동결하더라도 4월에는 인하조정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연구원은 “중국 경제가 올 2분기(4~6월) 중에도 정상화하지 못하고 공급망 훼손이 장기화할 경우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하 트리거(방아쇠)가 될 것”이라며 “미국 금리 인하는 한국의 기준금리 추가 인하 기대를 자극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국내 국고채 3년물과 10년물 금리는 현재 1.15%, 1.42%로 한 주 전보다 0.16%포인트 급락했다. 이 연구원은 “만약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로 내릴 경우 국고채 3년물 금리는 1.1~1.2% 수준에 머물면서 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을 엿볼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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