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만에 롯데쇼핑 등기임원 사임배경 풀이도 …비리의혹 많은 롯데건설선 오래 전에 그만 둬

대법원 판결후 법정을 나서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뉴시스

[월요신문=윤소희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0년 만에 그룹 핵심 유통계열사인 롯데쇼핑 등기임원직에서 물러난다. 신 회장은 지난해 말 롯데쇼핑 사내이사직 사임계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앞서 신 회장은 비상장사인 호텔롯데와 롯데건설에서도 등기임원직을 그만뒀다.

매년 국민연금으로부터 과다 겸임을 지적받아 온 신 회장은 다음 달 롯데지주와 롯데제과, 롯데쇼핑 등 주요 계열사 3곳의 사내이사직 임기종료를 앞 두고 있는 상황에서 롯데쇼핑 등기임원에서 사임했다.

신 회장의 롯데쇼핑 사내이사 임기는 오는 3월 22일까지이지만 지난해 10월 대법원에서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뇌물공여 등 혐의에 대한 판결이 확정된 이후 올해 주주총회 전에 사임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그가 그룹을 총괄하는 롯데지주의 등기임원을 그만두는 것은 어렵겠지만 롯데제과 등기임원 사임계도 제출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재계는 관측한다. 롯데제과는 조만간 이사회를 열고 주총에 재선임 안건을 올릴지 결정할 예정이다.

신 회장의 사임은 일단 국민연금의 과다겸직 지적을 해소하는 차원의 결정으로 보인다. 아울러  강희태 유통BU장(부회장)의 '원톱' 전문경영 체제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포석이라는 풀이도 나온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말 인사에서 사업부문별 대표 체제를 '강희태 원톱 대표' 체제로 전환하면  전문경영체제를 구축했다. 신 회장은 강 대표가 롯데쇼핑의 강력한 구조조정을 단행할 수 있도록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주는 의미에서 스스로 등기임원에서 물러난 것으로 보인다. 강 대표는 전자상거래 비중 확대로 갈수록 실적부진이 심화되고 있는 롯데쇼핑의 점포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신 회장의 이번 롯데쇼핑 등기임원 그가 현재 집행유예 상태에 있다는 점과도 무관치 않다. 신 회장은 지난해 10월 대법원에서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뇌물공여 등 혐의로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의 판결을 받았다.

국민연금의 과다겸직 지적도 있지만 사건사고가 많은 계열사 등기임원으로 남아있을 경우 지은 죄에 대한 벌을 받고 있는 신 회장으로서는 사법적 리스크가 더해지는 것은 여간 부담스럽지 않을 수 없다. 롯데쇼핑 역시 골목상권침해, 협력사에 대한 갑질 등으로 그룹계열사 중에서 소송이 많은 편이다. 신 회장이 이런 리스크를 해소하는 차원에서 20년만에 롯데쇼핑 등기임원 사임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앞서 롯데건설 등기임원에서 가장 먼저 사임계를 제출한 것은  건설·부동산 유관 계열사는 등기임원의 사법 리스크가 사업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호텔롯데의 경우 상장을 앞두고 있어 예비심사 과정에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 점을 사전에 차단한 조치로 해석된다.

앞서 신 회장은 "국정농단 관련 재판 결과에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며 롯데건설 사내이사직을 사임한데 이어 호텔롯데와 롯데쇼핑 등기임원 사임을 결정했지만 미등기 임원이더라도 그룹 경영전반을 총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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