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스코어가 조사, 대기업집단 사외이사 지난해 이사회 안건 찬성률 99.59%

[월요신문=박민우 기자] 재벌그룹 사외이사는 여전히 ‘거수기’ 역할을 하는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경영에 대한 감시나 견제는 말뿐이고 족벌이나 친위세력에 의한 주요 경영 결정에 반론을 제기하거나 비판하지 않고 적잖은 급여를 받는데 만족하고 있다.

26일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국내 59개 대기업집단 상장 계열사 267곳의 이사회 안건을 전수 조사한 결과, 지난해 사외이사의 이사회 안건 찬성률은 99.59%로 거의 100%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서 상장계열사가 없는 부영과 중흥건설, 한국지엠은 조사에서 제외됐다.

이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267개 사에서 2769회에 이르는 이사회거 열려 6332건의 안건이 취급됐는데 이 중 사외이사가 한 명이라도 반대(보류, 기권 포함)표를 던진 안건은 26건에 불과해 99.59%의 찬성률을 기록했다.

100%찬성률을 기록한 곳은 GS, CJ, 대림, KCC, HDC, S-Oil, OCI, 코오롱, 셀트리온, 세아, DB, 삼천리, 유진, SM, 호반건설, 하림, 미래에셋, 카카오, 동원, 한국투자금융, 현대백화점, 아모레퍼시픽, 태광, 영풍, 이랜드 등 43개 그룹으로 전체의 3분의 2를 넘었다.

이에 반해 민영화 후 기업공개로 국민주주가 만은 KT&G는 87.82%로 유일하게 찬성률이 80%대를 기록해 사외사들이 상대적으로 독단경영을 다소 견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어 대우조선해양(93.94%), 대우건설(97.02%), 금호석유화학(97.05%), 농협(97.61%), 롯데(98.73%), 태영(99.21%), 한진(99.52%), 한화(99.52%), 금호아시아나(99.67%), 다우키움(99.69%), 한라(99.71%), 신세계(99.83%) 등의 순을 보였다. 여기에서 족벌경영을 하지 않는 그룹에서 상대적으로 사외이사 찬성률이 낮은 것을 볼 수 있다.

개별기업별로는 267곳 중 253곳(94.8%)의 사외이사가 이사회 안건에 100% 찬성표를 던졌고, 반대(기권, 보류 포함)가 한 건이라는 있는 기업은 KT&G, 롯데쇼핑, 남해화학, NH투자증권, 대우건설 등 14곳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대기업들이 사회 저명, 유력 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해 경영감시 역할을 하라고 하기보다는 이사회에서 방패막이로 활용하는 고질적인 병폐가 그대로 남아있다면서 사외이사제도의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또한 사외이사 스스로 역할을 명확히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문제가 있는 사외이사를 재선임하지 못하도록 주주가 행동에 나서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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