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 판매원, 안전교육원 사칭해 종신보험 권유
안전보건공단-KDB생명 "후원 계약 체결한 적 없어"

[월요신문=김기율 기자] #세종시에서 학원을 운영하는 A씨는 최근 "산업안전교육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는 한 통의 연락을 받았다. A씨는 학원에 산업안전교육이 왜 필요한지 의문이 들었지만 국가기관 소속 교육원이라는 B씨의 말을 믿고 시간을 내 교육 일자를 잡았다.

교육 당일 B씨는 15분 내외의 짧은 강의를 진행한 후 본색을 드러냈다. "KDB생명보험과 스폰서십을 체결했다"며 A씨에게 종신보험 가입을 권유한 것이다. A씨는 B씨에게 소속이 어디인지 물으며 명함을 보여달라고 요청했으나 B씨는 "사정상 보여드릴 수 없다"며 거부했다. 

독립법인보험대리점(GA) 소속 판매원들의 불완전판매 수법이 나날이 과감해지고 있다. 과거 은행과 금융지주를 사칭하는 명함을 이용해 개인영업에 나섰다면, 요새는 단체교육이나 행사 등을 빌미로 사람들을 모아 단체영업에 나서는 추세다. 특히 이번 사례는 국가기관의 일원으로 행세해 보험 판매에 나섰다는 점에서 그 충격을 더하고 있다.

제보자 A씨는 "교육원이라고 자칭한 B씨는 산업통상자원부와 산업안전교육원 등을 들먹이며 무조건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는 식으로 접근해왔다"며 "교육 후 보험을 권유하는 과정에서도 KDB생명보험이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의 계열사임을 계속해서 강조했다"고 말했다.

이어 A씨는 "당시 B씨가 제대로 된 명함이 없었고, 소속을 묻는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하는 등 '사짜' 티를 내서 보험에 가입하지는 않았다"며 "그렇지 않았다면 국가기관이라는 위상에 속아 보험에 가입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업장 안전교육을 담당하는 안전보건공단은 보험사와의 스폰서십 체결 여부를 묻는 질문에 '사실무근'이라고 선을 그었다. 

안전보건공단 대전세종광역본부 관계자는 "안전보건공단 차원에서 금융사와 협업해 상품을 판매하는 경우는 전혀 없다"며 "교육을 받으라고 사업장에 먼저 연락하지도 않으며, 교육 과정은 사업장에서 신청할 경우에만 이뤄진다"고 강조했다.

이어 "민간교육기관 역시 고용노동부에 등록된 기관만 교육을 할 수 있다"며 "미등록 기관에서 나오는 수료증이나 확인서는 효력이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GA란 은행과 보험사, 증권사 등 금융회사의 금융상품을 판매대행하는 업체를 뜻한다. 수십 개의 보험 상품을 비교할 수 있다는 장점을 토대로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급격한 성장세를 보였다.

저금리와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보험사들은 GA와 협업을 맺고 비용절감에 나서고 있다. 특히 지난 2017년 한 차례 구조조정을 겪은 KDB생명보험은 타 보험사에 비해 GA 채널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KDB생명보험의 판매 채널별 보험모집액 중 대리점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12월말 27.48%에서 2019년 12월말 43.82%로 급증했다.

KDB생명 본사 사옥.
KDB생명 본사 사옥.

다만 이 같은 증가세에도 GA의 불완전판매에 대한 보험사의 예방책은 아직까지 부족한 실정이다.

해당 제보에 대해 KDB생명보험 관계자는 "GA와 위탁계약을 맺는 것은 사실이나 영업방식을 직접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은 현재로써는 없다"며 "민원이 들어올 경우 청약서 발행 등 계약 과정에서 GA 상호와 판매원 번호 등을 확인한 뒤 불완전판매 정황이 드러난다면 제재를 가할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GA 판매원이 사용한 상품자료가 사실과 다르거나 불리한 내용을 고지하지 않는 등 불완전판매에 대한 문제를 어떻게 관리할지 사측에서도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보험사들이 GA의 불완전판매 실태를 이미 알고 있음에도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불완전판매 피해구제를 자문하는 한 컨설팅업체 관계자는 "GA측에서 강사를 구해 안전교육과 판매를 함께 진행하는 경우가 있다. 과연 그 교육이 공신력이 있을지 의문"이라며 "이번 사례는 GA측에서 비용 절감을 위해 교육원을 사칭, 영업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은 기본적으로 가짜 명함과 사설 자료 등을 들고 다닌다"며 "어제오늘 일도 아니고 금융감독원이나 보험사들도 문제점을 파악하고 있는데 모두 이를 쉬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불완전판매 피해가 이어지면서 GA에게도 배상책임을 부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급성장한 규모에 비해 과도한 면책권이 부여되고 있다는 것이다. 현행 보험업법 102조는 '보험회사는 그 임·직원, 설계사, 보험대리점이 보험모집을 함에 있어 계약자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 3월 발간한 '보험판매채널 구조변화에 따른 법인대리점(GA)의 문제점 및 발전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7년 GA의 불완전판매 비율은 0.28%로 전속대리점( 0.19%)보다 높았다. 2018년 역시 0.21%를 기록, 전속대리점(0.12%)보다 높은 불완전판매 비율을 나타냈다.

당시 김창호 경제산업조사실 금융공정거래팀 입법조사관은 "GA는 보험설계사의 많은 유입으로 외형상 성장했지만, 다소 높은 불완전판매율을 기록하는 등 질적 성장은 이루지 못했다"며 "GA가 보험전문가 집단으로서 역량을 갖추도록 법·제도적 발전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월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