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 상반기 영업이익 1050억원 달성…전년 比 164%↑
미국·중국 중심 해외사업 확대 지속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 구축 통해 차별화"

[편집자 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식(食)문화'가 변화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여파로 외식 경기는 움츠러들었지만 대조적으로 '집밥'에 대한 수요가 늘며 라면과 즉석밥, 가정간편식(HMR) 등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 미국, 유럽 등에서도 'K-푸드'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때 아닌 특수를 누린 국내 식품 기업들의 발걸음은 더욱 빨라지고 있다.

55년 식품사업 외길을 걸어온 농심의 글로벌 경쟁력이 코로나19 위기 속 빛을 발했다. 농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미국법인 매출은 영화 기생충 '짜파구리' 열풍에 힘입어 전년 동기대비 35% 성장한 1억6400만 달러(추정치)로 사상 최대실적을 달성했다.

신라면의 브랜드 파워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간편식품 수요 증가와 맞물려 눈에 띄는 성과를 이뤘다는 분석이다. 농심 관계자는 "최근 코로나19 영향으로 전 세계 라면 소비가 가파르게 증가함에도 불구 공급 부족 현상이 없었던 이유는 체계적이고 안정적인 생산 인프라가 밑받침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영국에서 진행된 농심 '짜파구리' 프로모션. 사진=농심
영국에서 진행된 농심 '짜파구리' 프로모션. 사진=농심

농심이 밝힌 첫 번째 위기 극복의 힘은 혁신적인 생산 시스템이다. 농심은 초고속 생산 라인을 구비한 구미공장을 비롯 국내에서만 총 5개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또 중국과 미국에도 생산체제를 구축해 그 어떤 수요에도 탄력적인 대응이 가능하다.

실제로 농심은 라면 수요가 폭증한 1분기 국내 공장을 풀가동해 생산량을 기존 대비 30% 늘렸다. 지난 2001년 준공된 구미공장은 신라면 생산기지의 주축으로 당시 농심은 최첨단 자동화 설비에만 1400억원을 투자했다.

면에서부터 스프 제조, 포장, 물류설비 등을 유수의 기업과 공동 개발하거나 자체 제작한 농심은 연간 10억개 이상의 신라면을 생산하는 등 30년째 국내 라면시장 부동의 1위 신화를 만들어냈다.

아울러 내수시장의 한계는 해외사업의 경쟁력으로 극복해냈다. 한국의 식품 브랜드로 세계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꿈을 키워온 농심은 1971년 첫 라면 수출을 시작으로 1981년 일본 동경사무소, 1984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사무소 설립에 이어 1996년에는 중국 상해에 법인을 세우고 생산공장을 가동했다.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최근에는 호주, 베트남에도 법인을 설립해 전 세계를 무대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최근 뉴욕타임즈는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라면으로 '신라면블랙'을 선정하기도 했다. 사진=농심
최근 뉴욕타임즈는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라면으로 '신라면블랙'을 선정하기도 했다. 사진=농심

K-푸드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농심이 식품 외교관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농심은 "대한민국 대표 신라면이 K-푸드 대명사로 자리 잡으며 한국인의 매운맛을 세계에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며 "해외 소비자들도 이제는 한국 라면을 간식의 개념이 아닌 식사 대용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전했다.

농심 해외진출은 매출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을 중심으로 시작됐다. 지난 1996년 상해 공장을 준공한 이래 신라면 그대로 고급 제품의 이미지를 구축하는 전략을 통해 차별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실제 지난해 농심 중국법인 매출은 2억7천만 달러로 전체 8억 달러의 해외매출 중 약 34%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 진출 당시 신춘호 회장은 "얼큰한 맛은 물론 포장, 규격 등 모든 면에서 있는 그대로 중국에 가져가야 한다"며 농심 브랜드와 제품력을 기반으로 '한국의 맛'을 알리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현하기도 했다.

농심은 신라면, 안성탕면, 짜파게티, 너구리 등 주력 제품을 중국에 선보이는 한편 저가 제품과는 달리 고급 제품의 이미지를 고수했다. 반면 마케팅은 철저히 현지인들의 정서와 문화를 고려했다. 1999년 농심 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을 창설하는 등 중국 내 인기 스포츠인 바둑을 매개체로 신라면 브랜드 이미지를 쌓아왔다.

이어 상해 등 동부 해안지역에서 내륙도시로 사업 무대를 넓히고 중국 시장 공략에 속도를 더할 전망이다. 농심은 중경, 청두 등 서부 지역으로 영업망을 확장하고, 장기적으로는 중국 전역을 대상으로 판매망을 갖추겠다는 계획을 밝혀왔다.

또한 중국시장 판도가 온라인으로 이동할 것으로 보고 온라인 채널 공략에도 힘쓰고 있다. 타오바오, 징둥닷컴 등 주요 온라인 업체와 협업해 프로모션을 집중적으로 실시하고, 일명 '왕홍'으로 불리는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제품 광고를 진행하는 등 온라인 마케팅을 강화할 방침이다.

LA뮤직페스티벌 신라면 샘플링 현장. 사진=농심

이와 함께 미국 시장은 '라면=요리'라는 공식을 통해 돌파해나가겠다는 포부다. 라면을 저가의 음식으로 포지셔닝하기 보다, 스파게티, 파스타 등의 면류 식품과 대등한 위치에서 고급화를 추구하겠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일본 라면제품이 미국시장에서 3~4개들이 한 팩에 1달러 수준인 반면 신라면과 신라면 블랙은 개당 1~3달러 안팎으로 비싼 편에 속한다.

농심의 장기 전략은 월마트, 코스트코 등 미국 메이저 유통사를 통해 미국 전역에 판매망을 구축하는 것이다. 매출 1등 공신인 '신라면'을 필두로 지난 2017년 업계 최초 미국 월마트 전 점포 입점을 완료했다. 농심은 한인 교포시장, 히스패닉 등 소수시장에서 벗어나 K-푸드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하겠다는 목표다.

미국 아티스트 버튼 모리스와 콜라보한 신라면 버스 광고. 사진=농심
미국 아티스트 버튼 모리스와 콜라보한 신라면 버스 광고. 사진=농심

신(辛) 브랜드를 활용한 아트마케팅도 주목할 만하다. 농심은 지난 2017년부터 매년 음악과 춤, 그림 등 문화예술과 접목한 신라면 광고를 선보이고 있다. 한 편의 난타 공연으로 연출한 '맛있는 신라면'을 시작으로 작년에는 세계적인 화가 에바 알머슨과 함께 '맛있는 신라면의 문화'를 제작했다. 특유의 화풍으로 따뜻한 가족애를 그린 해당 광고는 유튜브 조회수 700만건을 넘어설 정도로 큰 호응을 얻었다.

농심 마케팅 담당자는 "예술성을 더한 광고에 힘입어 미국 시장에서 신라면 매출이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추후 웰빙 트렌드 확산에 따른 건면 시장 확대에도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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