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글로벌 시장 점유율 20% 목표…'제2의 D램'으로 본격 육성할 것"
메모리반도체 1위 삼성전자 견인차·주요 대학들의 교두보 역할 대한 기대감 높아져

왼쪽부터 ASML 관계자 2명,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장 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피터 버닝크(Peter Wennink) ASML CEO, 마틴 반 덴 브링크(Martin van den Brink) ASML CTO. 사진=삼성전자
왼쪽부터 ASML 관계자 2명,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장 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피터 버닝크(Peter Wennink) ASML CEO, 마틴 반 덴 브링크(Martin van den Brink) ASML CTO. 사진=삼성전자

[월요신문=왕진화 기자]인공지능(AI)의 역사는 한국에서 길지 않다. 그러나 이제는 인공지능을 어디서든 쉽게 만날 수 있다. 

대중들이 인공지능의 존재와 성능을 제대로 인식하게 된 계기를 꼽으라면 단연 '알파고'의 등장이다. 2016년 이세돌 전 바둑기사가 알파고와 손에 땀을 쥐는 경기를 펼쳤던 순간은 아직도 두고두고 회자된다. 알파고는 구글의 딥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이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두뇌로 할 수 있는 일들을 빠르고 정확하게 지원한다. 인간의 학습능력과 추론능력, 지각능력, 자연언어의 이해능력 등을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실현한 기술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의 '핵심두뇌'는 무엇일까. 바로 AI반도체다. 데이터의 학습·추론 등 인공지능 서비스 구현에 필요한 대규모 연산을 높은 성능과 높은 전력효율로 수행한다.

반도체는 메모리반도체와 시스템반도체 등 두 종류로 크게 나눠볼 수 있다. 메모리반도체는 정보(데이터)를 저장한다. 따라서 AI반도체는 시스템반도체(비메모리반도체) 분야에 속한다. 해당 분야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꼽힌다.

정부는 2030년까지 향후 10년간 해당 시장 규모가 6배 성장한 총 1179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X-cube' 적용 테스트칩의 모습. 사진=삼성전자
'X-cube' 적용 테스트칩의 모습. 사진=삼성전자

◆ 삼성전자, 국내 이어 글로벌 AI반도체 선두기업 되나

4차 산업혁명, 비대면 경제 가속화로 인해 AI반도체는 국가 핵심 전략의 공통분모로 묶인다. 정부는 인공지능과 시스템반도체를 혁신성장 전략투자 분야로 지정하고, '디지털 뉴딜' 등을 통해 집중 지원 중에 있다. 지난 12일에는 AI반도체 산업 발전을 위한 전략을 확정 발표했다. 

세계 반도체 시장의 60% 이상은 시스템반도체가 차지한다. 인텔과 퀄컴, 엔비디아, 텍사스인스트루먼츠 같은 글로벌 기업이 대장으로 꼽힌다. 그러나 정부는 AI반도체 관련 시장만큼은 '지배적 강자가 없는 초기 단계 수준'으로 보고 있다.

국내 기업 중 이를 가장 먼저 선점할 기업으로는 삼성전자가 대표적으로 꼽힌다. 메모리반도체 세계 1위 삼성전자는 메모리에 편중된 기술 경쟁력을 시스템 쪽으로도 나누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13일(현지시각) 네덜란드 ASML 경영진과 AI 등 미래 반도체를 위한 차세대 제조기술 개발 협력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반도체 구현을 위해 EUV 기술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2000년대부터 EUV 장비를 독점 생산하는 ASML과 초미세 반도체 공정 기술 및 장비 개발을 위해 협력해 왔다. 2012년에는 ASML에 전략적 지분 투자를 통해 파트너십을 강화하기도 했다.

EUV 기술은 극자외선 광원을 사용해 웨이퍼에 반도체 회로를 새기는 기술로, 기존 기술보다 세밀한 회로 구현이 가능해 인공지능·5세대(5G) 이동통신·자율주행 등에 필요한 최첨단 고성능·저전력·초소형 반도체를 만드는데 필수적인 기술로 꼽힌다.

또한 삼성전자는 PIM 기술 등을 통해 종합반도체 기술 발전에도 집중하는 모습이다. 이 기술은 메모리반도체와 시스템반도체가 합쳐진 '지능형반도체'를 뜻하기도 한다. PC, 서버, 모바일 기기 등의 두뇌격인 CPU의 역할을 메모리 반도체가 일부 대신한다. 

삼성전자는 시스템반도체 자체를 발전시키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 시스템반도체는 일반적으로 CPU·GPU·NPU 등의 역할을 하는 로직 부분과 빠른 작업을 가능하게 돕는 캐시메모리(Cache memory) 역할을 하는 SRAM 부분이 하나의 칩에 평면으로 나란히 배치돼 설계된다.

지난 8월 삼성전자는 이러한 칩 면적을 줄이면서 고용량 메모리 솔루션을 장착할 수 있는 'X-cube' 적용 테스트칩 생산에 업계 최초 성공했다는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이 기술은 슈퍼컴퓨터·인공지능·5G 등 고성능 시스템반도체를 요구하는 분야는 물론 스마트폰과 웨어러블 기기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핵심 기술로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SK텔레콤
사진=SK텔레콤

◆ 정부, AI반도체 인재 키우는 데에도 주력…대학들도 관련 커리큘럼 도입·개편 등 발빠른 준비

한편 인공지능·종합반도체 강국 도약을 위해서는 인재 확보에도 힘을 기울여야 한다. 주요 대학들은 이미 관련 인재 양성을 위한 커리큘럼을 발빠르게 도입하는 모습이다. 

SK텔레콤에 따르면 SKT의 'AI 커리큘럼' 도입을 희망하는 대학은 전년(5개)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 SK텔레콤은 자사 소속 AI 전문가들이 현업 경험을 토대로 기술 이론과 비즈니스 사례 등을 강의하는 AI 커리큘럼을 경북대, 경희대, 고려대, 광운대, 서강대, 서울대, 성신여대, 아주대, 연세대, 인하대, 전남대, 중앙대, 충남대, 충북대, 한양대, DGIST 등 16개 대학에 올 하반기부터 제공 중이다.

정부 또한 AI반도체를 위해 인재 양성에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방침이다. 2030년까지 고급인재 3000명을 키우는 데에 나설 계획이다. 이를 위해 기업과 함께 AI반도체 아카데미 사업을 신설하는 한편 석·박사급 설계인력을 집중양성하는 선도대학을 육성한다. 

실무·융합인재를 위한 AI반도체 실습 기반 및 재직자·학부생 대상 교육 프로그램도 강화된다. 이를 위해 AI 반도체 연합전공 활성화가 추진될 방침이다. 또한 대학원을 중심으로 AI반도체 관련 커리큘럼도 2022년부터 본격 공유·확산될 전망이다. AI반도체 관련 과목을 들을 수 있는 일명 'AI 대학원'으로 거듭나게끔 대학들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AI 반도체 특화 인력양성 센터 구축, 관련 분야에 주력할 대학ICT연구센터(ITRC)를 확대 지정할 방침이다. 지난 2018년 강원대, 고려대, 국민대, 서강대, 세종대, 숭실대, 아주대, 포항공대, KAIST, 한국산업기술대, 호서대 등이 ITRC에 선정된 바 있다. 이 센터들은 산업수요에 맞는 고급인력을 공급하는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김덕기 세종대학교 전자정보통신공학과 교수(한국연구재단 나노·반도체 단장)는 "정부가 지난해부터 AI반도체 분야를 본격 지원함에 따라 학교 현장에서도 AI반도체 관련 진로를 고민하고 관심을 두는 학생들이 많아졌다"며 "산업 발전 동향, 관련 일자리 창출 소식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내용을 접한 일부 학생들의 질문을 많이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어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커리큘럼 추가, 연구 프로젝트 등을 통해 학교와 교수들은 관련 인재 양성에 이미 상당히 힘쓰고 있다"며 "다양한 연구사업을 정부와 민간 기업들과의 협력으로 이뤄내고 있기에 향후 10년 안에 (정부의) AI반도체 산업 관련 인재 양성 목표는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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