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등 불확실한 요인 속 변화보다 '안정' 꾀할 듯
각 사, 세대교체부터 ESG 기업가치까지 다양한 키워드 등장

이재용(왼쪽부터)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재용(왼쪽부터)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월요신문=왕진화 기자]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큰 변수와 미국 대선, 미·중 갈등 등 불확실한 요인이 많았다. 이러한 가운데 삼성과 현대, SK, LG그룹의 연말 정기인사가 조만간 실시된다.

위기 속에서도 안정적으로 실적 선방 이상의 의미를 거둔 4대 그룹은 이번 정기인사에 큰 변화를 주지는 않을 전망이다. 이들 기업은 내년 코로나19 등 불확실성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예측하고 기업 체질 개선 등 선제적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4대 그룹 중 가장 먼저 인사를 실시하는 LG그룹은 연내 이사회를 열고 LG상사와 판토스, LG하우시스의 계열분리 안건을 의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본준 고문은 그룹 지주회사인 ㈜LG의 2대 주주로 지분 7.72%를 보유하고 있다. 이 지분 가치는 약 1조원 수준이다. 구 고문은 이를 매각해 LG상사와 LG하우시스 등의 지분을 인수하는 형태로 독립할 것으로 전망된다.

LG그룹은 장남이 그룹 경영을 이어받고, 동생들이 계열사를 분리해 나가는 '형제 독립 경영' 체제 전통을 이어왔다. 구 고문은 고 구자경 전 LG그룹 명예회장의 셋째 아들이자 고 구본무 회장의 동생이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조카다. 일각에서는 전통에 입각해 구 고문의 계열 분리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LG그룹은 지난달 19일 시작한 계열사 사업보고회를 이번 주중에 마치고, 이달 말 조직개편과 함께 사장단과 임원인사를 단행할 계획이다. LG그룹은 구광모 회장이 취임한 뒤 2년 연속으로 LG전자와 LG화학 등 주력 계열사의 최고 경영진을 대거 교체하는 쇄신 인사를 택한 바 있다.

권영수 LG 부회장과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등 4명의 부회장단의 유임 가능성도 높게 점쳐지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를 방문한 모습. 사진=삼성전자 제공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를 방문한 모습. 사진=삼성전자 제공

삼성은 예년대로라면 12월 초쯤 정기 인사를 단행한다. 이재용 부회장은 부친인 이건희 회장의 별세로 회장 승진이 예고되고 있다.

그러나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 재판 등 사법 이슈 때문에 올해는 인사 자체에 변화를 주지 못할 것이란 평가가 우세하다. 이에 인사 폭 또한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3년째 고동진 무선사업부문(IM) 사장, 김기남 DS부문 부회장, 김현석 CE부문 사장 등 3각 부문장 체제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올해 초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실적 선방과 더불어 분기 최대 매출액까지 기록했기에, 인사 또한 이를 굳히는 데에 주력할 것이란 분석이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올해 코로나19 여파 속에서도 미국과 유럽, 인도시장에서 좋은 실적을 거둔 현대차그룹은 전무 이하 승진 인사를 올해 말 예정하고 있다.

정의선 회장이 취임한 이후 이뤄지는 첫 인사인 만큼, 부회장단을 포함한 사장단 인사를 통해 세대교체에 힘을 실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수석부회장 당시 "'IT 기업보다 더 IT 기업 같은 회사'로 탈바꿈해야 한다"며 "수평적 조직문화를 확산시키고 일하는 방식에서의 변화를 가속화시키자"고 강조했던 모습이 이러한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아버지 정몽구 회장 세대 고위 임원들의 용퇴 여부도 관전 포인트 중 하나로 꼽힌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3일 제주 디아넥스 호텔에서 열린 '2020 CEO세미나'에서 파이낸셜 스토리 실행력을 강화해 기업가치를 제고해 나가자고 강조하고 있다. 사진=SK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3일 제주 디아넥스 호텔에서 열린 '2020 CEO세미나'에서 파이낸셜 스토리 실행력을 강화해 기업가치를 제고해 나가자고 강조하고 있다. 사진=SK

SK그룹도 12월 초 사장단과 임원인사가 예정돼 있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달 23일까지 가진 '2020 CEO세미나'를 바탕으로 임원 평가를 진행 중이다.

당시 최 회장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기업가치 등을 강조했다. 최 회장은 "기업가치 공식이 바뀌고 있는 만큼 CEO들은 고객, 투자자, 시장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에 적합한 각 사의 성장 스토리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신뢰와 공감을 이끌어 내야 한다"면서 "한 발 더 나아가 CEO들은 파이낸셜 스토리를 실행하면 더 큰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이제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지난해 12월 장동현 SK 대표이사 사장이 수펙스추구협의회 산하 커뮤니케이션 위원장으로,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이 에너지·화학 위원장으로 재선임된 만큼 SK 핵심 계열사의 수장이 교체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도 지난해 선임됐고,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를 주도하고 있어 당분간 사장직을 유지할 전망이다.

SK그룹 측은 지난달 "SK CEO들은 2021년을 각 사가 제시한 파이낸셜 스토리에 대한 이해관계자의 신뢰를 높이는 원년으로 삼고, 재무제표 중심의 성장 전략을 신뢰와 공감 중심의 성장 전략으로 바꿔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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