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그룹·폭스바겐 등에 해당 사업 '부분 매각설'도 대두…주식시장은 연일 반색

사진=LG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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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신문=왕진화 기자]'LG전자가 모바일 사업을 접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내용의 루머는 의외의 시점에 돌았다.

CES 2021에서 LG 롤러블폰의 시연 영상이 공개됐을 때만 해도 국내외의 반응은 뜨거웠다. 둘둘 말리는 디스플레이 원리가 어떤 식인지 기대된다는 평이 줄을 이었다.

그런데 CES가 끝나갈 무렵 미국 현지에서 루머가 퍼지기 시작했고, LG전자 글로벌커뮤니케이션 담당자는 당시 이를 부정했다. 

불과 엿새 만에 분위기는 급반전됐다. 권봉석 사장이 20일 MC사업본부(Mobile Communications)의 사업 운영 관련 본부 구성원에게 이메일을 보낸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다.

권 사장은 "MC사업본부의 사업 운영 방향이 어떻게 정해지더라도 원칙적으로 구성원의 고용은 유지되니 불안해 할 필요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LG전자 측은 "모바일 사업 관련 현재와 미래의 경쟁력을 냉정하게 판단해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고 보고 있다"며 "현재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사업 운영 방향을 면밀히 검토 중"이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LG 윙. 사진=LG전자
LG 윙. 사진=LG전자

이 같은 발표는 여러 의미를 내포한다. 가장 모호해진 건 롤러블폰 그 자체다. 지난해 하반기 MC사업본부의 스마트폰 고급화 전략인 '익스플로러 프로젝트' 첫 주자 'LG 윙'의 바통을 이어받기로 한 다음 주자였던 롤러블폰이 세상 빛을 볼 수 있을 지 불투명해졌다.

사실 롤러블폰 출시 이후의 시점에서도 LG전자는 사업 방향성을 얼마든지 고민해볼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6년째 누적된 5조원 규모의 적자, 윙의 부진까지 뼈아프게 다가오면서 냉정해졌다. LG 롤러블폰에 대한 대중의 기대감도 결국 LG전자가 그간 느껴온 부담감만큼은 이기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공식 입장 속 '모든 가능성' 안에는 사업 전체 매각 혹은 폐지, 부분 매각도 포함돼 있다. 다만 회사 안팎에선 전체를 팔거나 본부를 없앨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평가다. LG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씽큐(ThinQ)'가 이미 LG 가전에서 상당 부분 비중 있는 역할을 해내고 있어 부분 매각설에 무게 추가 더 기우는 모습이다.

만약 부분 매각이 이뤄질 경우 해외 전문가들은 빈그룹(vingroup), 폭스바겐, 구글,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잠재적인 후보로 떠오를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중에서도 빈그룹이 유력한 인수후보로 거론된다. 이는 빈그룹의 스마트폰·TV 브랜드 빈스마트(VSmart)가 북미 진출 등 글로벌 마케팅 전략에 탄력을 붙게 할 요인으로 여러 기업을 놓고 지분 인수 카드도 고려 중이었기 때문이다.

2018년 12월 출범한 빈스마트는 베트남 내 모바일 사업 후발주자였지만, 스마트 전자 공장 단지를 소유 중인 모기업 빈그룹을 발판삼아 지난해 베트남 관련 시장 점유율 3위를 차지하는 등 짧은 시간동안 급성장했다.

이들은 1, 2위인 Viettel과 Mobifone을 빠르게 치고 나가기 위한 전략 중 하나로 북미 시장으로의 진출을 택했다. 또한 5G 커버리지가 제대로 구축되지 못한 베트남 내 기업에게 이는 절호의 찬스이기도 하다.

앞서 지난해 7월 응우옌 타이 홍(Nguyen Thi Hong) 빈스마트 스마트폰 사업부 총책임자는 "현재 5G가 인기를 끌고 있는 미국 시장을 위해 중저가 5G 스마트폰 모델 개발 및 상용화를 준비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LG전자가 모바일 사업 매각 혹은 철수를 단행하더라도 핵심 모바일 기술은 내재화할 것으로 보인다"며 "사물인터넷(IoT) 가전, 로봇, 자율주행차 등 미래 사업 경쟁력을 뒷받침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내 주식시장은 LG전자가 모바일 사업부 매각 가능성을 시사한 이후 반색했다.

LG전자는 20일과 21일 이틀동안 주가가 25%나 급등했다. LG전자의 시가총액도 24조원에서 30조원으로 6조원이 늘어났으며, 유가증권시장에서의 시가총액 순위도 이에 따라 16위에서 12위로 4계단 올라갔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LG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1만8000원(10.78%) 오른 18만5000원에 마감했다. 이는 종가 기준으로 사상 최고치다. 금일 장중 최고 기록은 19만2500원까지 올라가기도 했다.

노경탁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전장사업의 성장이 본격화되는 시점에 해당 결정이 있었다는 점은 LG전자 사업전략의 방향성 및 속도 등이 다방면에서 과거와 달라졌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이어 "향후 매각이나 구조조정 등이 이뤄질 경우 그 동안 큰 비중을 차지했던 영업적자가 해소될 것으로 전망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가전과 전장부품 및 B2B 등에 대한 사업 집중도도 보다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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