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이즈 캔슬링 차단 두드러져…통화 품질 개선은 '글쎄'
폼팁 다양해지면 착용감 문제 해소될 듯…버즈만이 갖춘 케이스 '레트로 감성'은 강점

사진=왕진화 기자
사진=왕진화 기자

[월요신문=왕진화 기자]이제 소비자들은 무선이어폰을 구매하는 게 아니다. 예쁜데, 기능성이 탁월하기까지 한 액세서리를 산다. 

'칼국수'만 고집하던 필자에게 '콩나물' 본연의 맛을 알려줬던 에어팟 1세대를 아직도 기억한다. 지난 2018년 여름이었다. 선이 없는 새하얀 이어폰을 귀에 꽂는 사람들이 주변에 하나둘씩 늘어가고, 그들은 하나같이 "삶의 질이 올라갔다"는 말을 아끼지 않았다. 

콩나물과 비슷한 외관이 특히 튀었다. 혹자는 디자인 호불호가 갈렸던 제품이라고 평가할 수도 있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2016년 겨울 출시됐던 에어팟이 뒤늦게 트렌드로 올라선 이유는 애플이 잘 뽑아낸 외형 디자인이 한몫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당시 삼성에는 '기어 아이콘 X'가 있었다. 에어팟보다도 몇 달 앞선 출발이었다. 그런데도 삼성전자 갤럭시 스마트폰 유저들 중 일부는 연결 문제를 감안하면서까지 에어팟 1세대를 구매하고, '삼성 폰에서 에어팟 기기 이름 바꾸는 법' 등의 사용법을 여러 SNS로 활발히 공유해나갔다.

그때만 해도 '이어폰'이란 고장나지 않고 오래 잘 들리기만 하면 됐었기에 세부적인 기능은 그 다음 따지고 볼일이었다.

(왼쪽부터) 갤럭시 버즈 플러스, 갤럭시 버즈 라이브, 갤럭시 버즈 프로. 라이브는 오픈형이며 플러스와 프로는 커널형이다. 착용감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귀 모양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호불호가 정확히 갈린다. 개인적으로는 오른쪽 귀에 사이즈가 딱 맞지 않아 눌러주며 쓰고 있다. 이는 추후 다양한 폼팁 출시로 개선될 여지가 있어보인다. 사진=왕진화 기자
(왼쪽부터) 갤럭시 버즈 플러스, 갤럭시 버즈 라이브, 갤럭시 버즈 프로. 라이브는 오픈형이며 플러스와 프로는 커널형이다. 착용감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귀 모양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호불호가 정확히 갈린다. 개인적으로는 오른쪽 귀에 사이즈가 딱 맞지 않아 눌러주며 쓰고 있다. 이는 추후 다양한 폼팁 출시로 개선될 여지가 있어보인다. 사진=왕진화 기자

삼성전자는 2019년 2월 절치부심으로 '갤럭시 버즈'를 공개했다. 갤럭시 S10, 갤럭시 S10 플러스(+) 사전 예약자에게 사은품 무료 제공 마케팅을 펼치는 등 삼성 유저들을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무선이어폰 시장까지 스며들고자 했다.

당시로는 파격 결정이었다. 그리고 이는 스마트폰 액세서리 시장에 갤럭시 버즈를 안착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에어팟 1세대 이후 모든 회사들의 무선이어폰은 기능과 외관 모두 급격히 발전됐다. 현재 버즈의 외관은 애플의 에어팟처럼 삼성만의 상징적인 모습을 뚜렷하게 갖고 있진 않다. 다만 구매욕을 자극하는 하나의 웨어러블 액세서리로 진화 과정을 끊임없이 거듭하는 중이다.

그 예로 버즈 시리즈의 색상이 갈수록 특색을 갖추고 있다는 점과 트렌디하면서도 레트로 감성을 자극하는 전용 케이스를 출시하고 있다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또한 삼성전자는 2019년때와 같이 갤럭시 주력 플래그십 스마트폰을 출시할 때마다 무선이어폰 혜택을 제공하며 궤를 같이 하고 있다. 네 번째 갤럭시 버즈 라인 무선이어폰인 '갤럭시 버즈 프로'는 갤럭시 S21 울트라 사전예약 구매 고객에게 주어진 혜택이다.

갤럭시 버즈 프로 구성품과 (오른쪽)프로 전용 애니콜 레트로 케이스. 삼성전자는 해당 케이스들의 인기에 힘입어 애니콜 케이스 1종을 추가로 선보인다는 방침이다. 사진=왕진화 기자
갤럭시 버즈 프로 구성품과 (오른쪽)프로 전용 애니콜 레트로 케이스. 삼성전자는 레트로 감성을 입힌 전용 케이스 2종을 선보였는데, 반응이 좋아 애니콜 'A100 미니폴더(SCH-A100)' 모양의 전용 케이스 1종을 추가로 선보인다는 방침이다. 사진=왕진화 기자

막귀(이어폰, 헤드셋 등의 음향기기로 노래를 감상할 때 음질이 좋고 나쁨을 잘 구별 못하는 귀)인 필자는 갤럭시 S20 울트라 유저이며, 갤럭시 버즈 플러스를 약 1년 사용해오다 프로로 넘어왔다.

지난달 19일 택배를 받고 약 3주동안 써본 '내돈내산' 버즈 프로는 나만의 세상에서 흐르는 음악을 전달해주는 이어폰 역할에 매우 충실한 액세서리였다. 실버 색상은 마치 이너컨츠 피어싱을 한듯 은은하게 튄다.

익히 알려진대로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ANC) 기능이 매우 쓸만하다. 막귀임에도 불구하고 플러스에선 느껴본 적이 없었던 이 탁월한 차단성이란, 구매를 후회하지 않게 해준 원동력이었다.

4호선 출근길에 올라설 때면 머리가 복잡해지는 경우가 많았으나 이를 적용시킨 뒤 음악을 들으면 주변 잡음마저 거의 들리지 않아 이내 침착함을 찾게 됐다. 유튜브를 보거나 웨어러블 앱 내 게임모드를 켜고 게임을 할 때면 집중도도 더 높아졌다.

이와 반대의 기능으로 볼 수 있는 주변 소리 듣기(Ambient Sound)는 주변 소리를 4단계로, 최대 20데시벨(dB)까지 증폭해 준다. 음악을 끄고 이 기능을 켜둔 상황에서의 필자 목소리는 아직도 왜곡돼 들리긴 하지만, 확실한 건 이전보다 훨씬 더 자연스럽게 들린다는 점이다.

특히 갤럭시 버즈 프로는 사용자의 발화를 인식해 ANC 기능과 주변 소리 듣기 기능을 자동으로 전환해준다. 이 기능이 주효하게 쓰이는 설정은 '대화 감지'로, On/Off로 컨트롤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말을 하면 프로가 이를 인식해 주변 소리 듣기 기능으로 자동 전환하고 재생 중이던 음악 음량을 줄여준다.

대화 감지 기능에 대해선 기대가 많았으나 잠긴 목을 풀기 위해 헛기침을 할 때마다 쓸데없이 작동되곤 했다. 지하철에서 남의 목소리가 필자와 비슷하게 들려올 경우까지 민감하게 적용돼, 불편해 껐다.

갤럭시 버즈 프로는 3개의 마이크와 보이스 픽업 유닛(VPU, Voice Pickup Unit)으로 사용자의 음성과 불필요한 소리를 분리해 최대한 선명하게 듣도록 돕는다.

특히 외부 마이크 중 하나는 신호 대 잡음비(SNR, signal-to-noise ratio)가 높아 배경 소음을 효율적으로 제거해준다는 설명이다.

또한 그간 갤럭시 버즈 시리즈에서 만나볼 수 없었던 윈드실드(Wind Shield) 기술이 갤럭시 버즈 시리즈 중 처음으로 적용됐다. 바람이 심하게 부는 외부에서도 상대방 목소리를 잘 들을 수 있도록 했다는 부연이다. 

(왼쪽부터) 갤럭시 버즈, 갤럭시 버즈 플러스, 갤럭시 버즈 프로. 라이브를 제외한 이 세 모델들은 커널형이다. 외부 마이크는 버즈 1개, 플러스 2개, 프로 3개다. 사진=왕진화 기자
(왼쪽부터) 갤럭시 버즈, 갤럭시 버즈 플러스, 갤럭시 버즈 프로. 라이브를 제외한 이 세 모델들은 커널형이다. 외부 마이크는 버즈 1개, 플러스 2개, 프로 3개다. 사진=왕진화 기자

이러한 특징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통화 품질에서는 플러스 모델과의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다만 상대방들은 플러스 사용 때의 통화보다 필자의 목소리가 훨씬 선명하고 안정감 있게 들린다는 후문을 전해왔다. 

'지옥철'일 때 피할 수 없는 연결 불안정성은 개인적으로 아쉬운 대목이다. 앞서 갤럭시 버즈 플러스는 지하철에서 밀집도가 높으면 음이 자주 끊기곤 했다. 또한 특이하게도 지하철 개찰구에서 카드를 찍고 내린 순간부터 일정 시간이 지날 때까지 음악이 불안정하게 들리거나 아예 끊기기도 했다.

갤럭시 버즈 프로는 이러한 특이 증상은 없다. 그러나 어떤 역에서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 들어올 때 음악이 잠시 끊기거나 지지직 소리가 들리는 등 불안정한 모습을 조금씩 나타내긴 한다.

ANC 기능으로 노이즈 캔슬링이 잘 돼서인지, 해당 현상이 더 잘 인지될 때도 종종 있다. 이는 개인적으로 느낀 바이며 실사용 조건에 따라서는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사진=삼성 갤럭시 SmartThings find 앱 캡쳐
사진=삼성 갤럭시 SmartThings find 앱 캡쳐

지금도 중고 물품이 거래되고 있는 시장에선 간혹 한쪽 무선이어폰이 매물로 올라온다. 각 이어버드마다 스마트싱스 파인드(SmartThings Find)가 지원되는 점은 여기서 두드러진다.

사용자가 이 기능을 갤럭시 스마트폰에서 활용한다면, 블루투스 연결이 끊어지더라도 두 개의 이어버드 위치를 이전보다는 더 쉽게 기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10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지난달 언팩에서 S21 시리즈와 함께 공개된 갤럭시 버즈 프로는 전작 대비 약 2배 수준으로 판매가 늘어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사전예약 구매 고객 뿐만 아니라 일반 판매도 늘어났는데, 이는 해당 모델에서 갤럭시 버즈 시리즈 중 ANC 기능이 가장 두드러진다는 장점으로 이목을 끌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ANC 기능을 켜면 최대 99%까지 외부 소음을 줄여주며, 이에 대해 글로벌 인증기관 UL로부터 검증을 받았다"는 설명이다. 

저작권자 © 월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