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김다빈 기자]"벼를 빠르게 자라게 하기 위해 억지로 싹을 잡아당기면, 그만큼 일을 그르친다"

고사성어 중 발묘조장(拔苗助長)이란 말의 뜻이다. 결과를 빨리 가져오기 위한 무리한 시도가 오히려 역성장을 가져온다는 의미다.

최근 문재인 정부가 코로나19 극복과 민생경제 회복을 위해 추진 중인 올해 2번째 추가경정예산(추경) 집행을 보면 이 말이 생각난다.

정부는 지난 5일 2차 추경사업의 골자 중 하나인 '코로나19 상생국민지원금' 관련 예산 11조원을 다음 달 말까지 빠르게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소상공인 지원 강화를 위한 4조2200억원 규모 '희망회복자금' 지급 시기도 최대한 단축해 이 역시 9월 말까지 집행율 90%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의 무리한 금융지원에 반기를 든 이도 상당수다. 특히 정부기관인 중소벤처기업부의 1조원 규모 '중·저신용 소상공인 특례보증'과 금융위윈회가 추진한 '저신용·저소득층 서민을 위한 신규정책서민금융상품'이 대표적이다.

두 정책 모두 시장과 금융기관들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정부가 무리하게 추진 중인 금융지원이라는 비난의 목소리도 나온다.

중기부의 특례보증은 지난 5일부터, 전국 16개 지역신용보증재단과 신한·KB국민은행 등 13개 시중은행들을 통해 일반 업종 소상공인들에게 5년간 최대 2000만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무리하게 추진한 탓에 소상공인들의 불편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16개 지역재단들의 규정이 각각 상이하고, 시중은행 간 업무 협의도 원활히 이뤄지지 않아서다.

한 소상공인은 "전날 신청일이라 은행을 방문했더니 은행에서는 재단에 문의하라 하고, 재단에서는 은행에 문의하라 한다"며 "도대체 신용대출과 다른 점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정부특례라면 합일점이 있어야 하는데 비대면으로 신청이 가능하지도 않다. 말로는 서민들을 위한 지원이라지만 정말 소상공인을 돕겠다는 정부의 의도가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26일 13개 시중은행들이 출시하기로 한 '햇살론뱅크' 등 정책서민금융상품도 별반 다르지 않다.

출시된 지 10일이 넘었지만 13개 은행 중 현재 이용이 가능한 곳은 ▲BNK경남 ▲IBK기업 ▲NH농협 ▲전북은행 4곳 뿐이다. 17일과 27일이 지나야 나머지 은행에서도 해당 상품을 판매한다. 그럼에도 금융위는 지난 4일 이 정책 관련 지원 규모를 7조9000억원에서 9조6000억원으로 늘린다고 한다. 모든 은행들의 상품 취급이 가능해야 소상공들의 혼란 없이 정책 또한 실효성을 얻을 수 있지만 정부는 이를 빠르게만 추진하려고 한다.

정부의 정책을 평가하는 기준은 '의도'가 아니다. 국민들의 실생활에 힘이 되고 편의성이 강화돼야 그 정책은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을 것이다.

나라 곳간도 우려스럽다. 나라 빚은 내년 1000조, 이자만 110조원으로 추정된다. 감동도 없는 지원에 무르익지 않은 정책으로 살림살이도 거덜날 수 없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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