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 김다린 기자] 쇼핑을 하다가 제법 말쑥한 제품이 있으면 우리는 으레 뒷면이나 품질태그를 확인하게 된다. 예전 같으면 선명하게 새겨진 ‘Made in China’ 에 얼굴을 찌푸리곤 했지만 지금은 ‘Made in Japan’ 에 놀라 서둘러 제품을 제자리에 놓고 만다. 

2011년 3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대한민국은 방사능 공포에 떨고 있다. 주말이 가까워지면 회식자리를 갖는 회사원으로 늘 붐비던 단골 횟집이나 생선구이 가게에 이제는 빈자리가 더러 보인다.

지난달 정부는 일본 8개현 49개 수산물에 대한 수입 금지 조치를 내렸다. 국민들의 방사능 사태에 대한 우려가 갈수록 깊어지자 내린 특단의 조치다. 이 뿐만이 아니다. 각종 조사를 통해 국내 인근 해역의 해수와 수산물의 방사능 측정을 지시해 매달 새로운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써 “우리는 안전하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들의 방사능 공포는 여전하다. 국내 수산물 시장은 차갑게 얼어붙었으며 후쿠시마와 관련돼 있다는 루머만 돌아도 그 제품은 천대받기 일쑤다.

이런 사태와 관련해 정부는 ‘기준치 이하’를 언급한다. 국내에 유통되는 물품들은 방사능 측정 결과 ‘기준치 이하’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논리다. 기준치라니, 당치도 않다. 인류가 가진 방사능에 대한 공포는 기준치로 측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히로시마가 그랬고, 체르노빌이 그랬다. 기준치는 누구에게 맞춰진 기준치란 말인가. 가령, 성인보다 상대적으로 약한 면역체계를 갖추고 있는 어린아이들에게 성인과 같은 기준을 적용시켜도 안전한지가 의문이다.

 

  김다린 기자

방사능은 청산가리처럼 먹는 즉시 ‘억’ 하고 죽는 게 아니란 건 누구나가 다 아는 이야기다. 몸에 서서히 쌓여 내부 피폭으로 끔찍한 죽음을 맞이한 체르노빌과 히로시마의 사람들의 슬픔은 ‘기준치 이하’ 로 잊을 수 있는 역사가 아니다. 

올해 대규모로 터진 원전 비리로 국민들의 방사능 공포는 더욱 증가했다. 이건 이념과 가치를 떠난, 생존에 대한 근원적인 공포다. 철학자 홉스는 리바이어던을 통해 생존에 대한 공포가 국가를 탄생시켰다고 설명했다. 국가는 속해 있는 국민들에게 이러한 공포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는 더 이상 ‘안전하다’라는 말만 되풀이 할 것이 아니라 국내 수산업계의 늘어가는 근심을 해결하고 국민들이 방사능의 공포로부터 해방될 수 있는 정책 마련에 힘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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