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그룹 전체에 부정부패가 퍼져 있다"고 강하게 질책했던 것이 방산업체인 삼성테크윈의 '조직적 성능조작' 때문이라는 의혹이 나왔다.

이 회장의 질타 이후 삼성의 대량 징계 과정에서 해고된 삼성테크윈 전 파워시스템사업부장 이정훈(53) 전무는 "그룹 측이 삼성테크윈의 '성능 조작'이 있었는지 내부비리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개인의 비리가 인정된 임원을 제외하고 아무런 혐의가 없는 나를 징계했다"며 부당해고임을 주장했다.

이 전 전무는 지난 8일 삼성테크윈과 삼성그룹 김순택 미래전략실장 등을 상대로 '해고무효 확인' 등 소송을 제기하며 이 같이 주장했다.

삼성테크윈이 수주를 위해 기계의 핵심 성능인 유량과 파워를 부풀려 고객에게 보여주고, 출하 검사 때는 미리 입력해 둔 허위 데이터가 출력되도록 성능계측기를 조작해 품질이 높은 것처럼 속였다는 구체적인 얘기도 나왔다.

이에 대해 김순택 미래전략실장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법원에서 사실 여부가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으며, 이인용 삼성그룹 커뮤니케이션 부사장도 10일 삼성수요사장단회의를 마친 뒤 브리핑을 통해 "해임된 임원은 삼성테크윈이 얼마 전 리콜했던 공기압축기 사업부의 책임자였다"며 "내부 자체 감사에서 성능에 미달하는 제품을 판 사실을 적발했기 때문에 회사로선 해임조치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 "이러한 사실을 회사가 숨기려고 했으면 해당 임원을 해임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공개되는 것을 감수하고 리콜을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테크윈은 지난 달 "일부 공기압축기 제품이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지만 목표 효율에 미달하는데도 출시된 사실이 경영 진단 결과 확인됐다"며 산업용 공기압축기 300기에 대해 자발적 리콜을 시행한 바 있다.

이번에 삼성 측에 소송을 제기한 이 전 전무가 일했던 삼성테크윈 파워시스템사업부는 공군과 해군에 항공기 엔진과 선박용 터보 압축기 등을 생산·납품해 온 곳이다. 만일 삼성 측 주장과 달리 이 씨의 주장대로 성능 조작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문제는 심각한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저작권자 © 월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