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7년 만에 배럴당 80 달러를 넘어섰다. 지난 14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물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0.87 달러 오른 배럴당 81.31 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사진=뉴시스
국제유가가 7년 만에 배럴당 80 달러를 넘어섰다. 지난 14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물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0.87 달러 오른 배럴당 81.31 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사진=뉴시스

[월요신문=승동엽 기자]국제유가의 오름세가 심상치 않다. 세계 각국이 위드 코로나를 선언하면서 국제수요는 급증하고 공급 병목 상황은 해소되지 않아 국제유가가 지속 상승한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에너지 자원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경기침체와 물가급등이 맞물려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섞인 전망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국제유가는 7년 만에 처음으로 배럴당 80 달러를 넘어섰다. 지난 14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물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0.87 달러 오른 배럴당 81.31 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또한 17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두바이유 현물 가격이 지난 15일 배럴당 82.99 달러를 기록하며 지난 2018년 10월 이후 3년 여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국제유가는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원유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으면서 상승하고 있다. 여기에 주요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추가 증산 계획을 일축하며 상승 압력이 가해졌다. 골드만삭스 등 주요기관들 역시 국제유가가 계절적 수요 등으로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유가 외에도 다른 원자재 가격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이달 들어 천연가스(네덜란드 TTF 거래소 기준)와 석탄(호주 뉴캐슬 거래소 기준) 가격은 전월대비 각각 38.8%, 24.3% 상승했다. S&P 곡물지수도 미국 농림부의 소맥 생산 전망치 하향 조정 등으로 전월대비 1.1% 올랐다.

세계경제 성장률 또한 암울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5.9%로 0.1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선진국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도 5.6%에서 5.2%로 낮췄는데 공급망 차질과 코로나19 확산 등을 요인으로 지목했다.

최근 들어 미국의 자산매입 축소 및 기준금리 인상 논의가 본격화 되고 있고 중국 부동산개발업체 헝다그룹 부실 우려에 따른 신흥국 투자 심리 악화 현상도 고조되고 있다.

헝다그룹은 9월 지급 예정이었던 달러채 이자 1조3100만 달러와 위안화채 이자 2억3200만 위안을 미지급한 데 이어, 이달 중에도 달러채 이자 1억4813만 달러를 상환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도 경제 재개에 따른 수요측 물가압력 증대와 공급병목 현상 등의 영향으로 소비자 물가가 5%로 높은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다.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 세계경제 침체, 신흥국 투자 심리 악화 등으로 원·달러 환율 또한 치솟으면서 회복세를 보이던 우리 경제에도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12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동결 발표 이후 장 중 한때 1200.4원까지 치솟았다. 장중 기준으로 12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7월 28일 1201.0원을 기록한 이후 처음이다.

이처럼 대내외 악재가 겹치면서 우리나라 경제가 향후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올해 경제성장률이 4%로 전망되고 있다. 재정효과 등 정부기여도를 제외한 실제 성장률은 1% 초중반 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로서는 침체를 보이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스태그플레이션은 아니지만 기저효과 등이 사라지는 내년 3월 이후 부터 스태그플레이션이 올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성장률이 나쁘지 않지만 이는 지난해 낮았던 성장률에 따른 기저효과로써 국민들이 체감하는 것은 부진에 가까울 가능성이 높다"며 이미 스태그플레이션이 진행 중에 있다고 밝혔다.

스태그플레이션은 물가 상승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성장률은 내려가는 등 경기가 둔화되는 현상이다. 세계경제는 1970년대 중반과 1980대 초반 두 차례의 석유파동으로 스태그플레이션을 경험한 바 있다.

반면 한국은행은 스태그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이 낮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나올 수 있지만 현재 그런 단계에 들어섰다고 보지 않는다"며 "다른 나라의 여러 전문가들도 지금 상황은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했던 1970년대와 다르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국제유가, 곡물 가격 등 공급측 요인의 물가 상승 압력이 쎈 것은 사실이지만 수요가 살아 나는 것을 보여주는 것도 많다"며 "공급병목 또한 일부 경기회복세에 따라 나타나는 현상이고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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