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 생산부터 유통·공급, 연료전지 발전에 이르는 수소 밸류체인 구축
강달호 대표 "친환경 사업 추진…블루수소·화이트바이오·친환경 소재 등 투자"

고순도수소 정제 설비. 사진=현대오일뱅크
고순도수소 정제 설비. 사진=현대오일뱅크

[편집자 주] 탄소중립을 향한 '탈석유'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정유업계는 배터리, 수소, 석유화학 등 다양한 미래전략을 선보이며 위기를 기회로 만들고자 한다. 실제로 비정유 사업의 비중을 절반 이상까지 늘린 정유 4사(SK이노베이션, S-Oil, 현대오일뱅크, GS칼텍스)의 실적도 오름세를 타기 시작했다. 결국 정유사들의 출구전략은 친환경으로 통한다.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 일대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가운데 현대오일뱅크는 미래 탄소배출량을 현재 수준보다 대폭 줄이기 위해 수소 산업에 집중 투자한다는 전략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는 올해 상반기 6785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면서 흑자로 전환됐다.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현대오일뱅크의 영업이익은 5500억원, 당기순이익은 3598억원 손실을 기록했다.

실적 개선을 이룬 현대오일뱅크는 정유사업 매출 비중을 2030년까지 40%대로 낮추고, 친환경 화학 소재, 블루수소 등 친환경 사업의 영업이익 비중을 70%까지 높인다는 계획이다.

우선 현대오일뱅크는 수소 생산부터 유통·공급, 연료전지 발전에 이르는 수소 밸류체인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강달호 현대오일뱅크 사장은 "탄소를 처리하지 않는 수소사업은 진정한 친환경 사업이라고 할 수 없다"며 "현대오일뱅크의 수소사업은 온실가스를 전량 재활용하는 블루수소 인프라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오일뱅크는 대산공장 내 수소 제조공정에서 발생하는 연 20만 톤(t)의 이산화탄소를 반도체 공정용 탄산가스나 드라이아이스 원료 생산에 투입할 계획이다.

수소 제조공정뿐 아니라 공장 전체에서 배출되는 탄소를 포집해 재활용하는 이산화탄소 포집 및 활용(CCU) 사업을 확대한다.

탄산화제품 설명도. 사진=현대오일뱅크
탄산화제품 설명도. 사진=현대오일뱅크

이를 위해 현대오일뱅크는 DL이앤씨와 지난 8월, 정유 부산물인 탈황석고와 이산화탄소를 활용해 탄산칼슘과 무수석고 등 탄산화제품을 생산하는 CCU 설비를 구축하기로 했다. 내년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 내 연간 10만t의 생산공장 건설을 시작으로 이후 최대 60만t으로 생산량을 늘릴 계획이다.

또 수소연료전지 관련 사업에도 진출한다. 연내 분리막 설비 구축 및 시운전을 마치고 2023년 제품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현대오일뱅크는 국내 정유사 중 최초로 자체 생산한 수소 중 일부를 수소 자동차 연료로 쓸 수 있는 99.999% 고순도 정제 설비도 설치했다. 2030년까지 전국 180곳에 수소차 충전 네트워크를 구축해 하루 최대 3000㎏의 차량용 고순도 수소를 공급할 예정이다.

아울러 현대오일뱅크는 롯데케미칼과 합작해 진행한 대산공장 HPC 프로젝트의 본격 가동을 앞두고 있다. 이 프로젝트에 투자된 2조7000억원 중 60%는 현대오일뱅크가, 40%는 롯데케미칼이 부담했다. HPC는 9월부터 시운전하고 있다.

HPC는 원유 찌꺼기인 중질유분을 원료로 사용해 올레핀(석유화학산업의 기초 소재)과 폴리올레핀을 생산하는 설비다.

납사를 원료로 쓰는 일반적인 올레핀 제조설비와 달리 HPC는 납사보다 저렴한 탈황중질유, 부생가스 등을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납사분해설비(NCC)보다 원료 가격이 낮아 수익성이 높다.

HPC에선 내년부터 연 85만t의 폴리에틸렌과 50만t의 폴리프로필렌이 생산된다. 현대오일뱅크는 그동안 자회사인 현대케미칼과 현대코스모를 통해 아로마틱(방향족) 제품을 생산해왔다. HPC를 통해 올레핀 제품군까지 생산하게 되면 석유화학 분야에서 종합적인 포트폴리오를 갖추게 된다.

현대오일뱅크는 HPC에서 태양광 패널 소재로 쓰이는 에틸렌비닐아세테이트(EVA)도 제조할 계획이다. 연 18만t을 생산하는 게 목표다.

정유사 중 EVA를 생산하는 건 현대오일뱅크가 최초다. EVA 사업에서만 연 2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EVA 세계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10조원에 달한다. 2024년엔 12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강 대표는 "2021년을 탄소중립 그린성장의 원년으로 삼고 본격적인 친환경 에너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지금까지의 사업 경쟁력을 바탕으로 블루수소, 화이트바이오, 친환경 소재 등 3대 미래 사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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