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선, '적극형' 김혜경·'은둔형' 김건희

1964년 12월 6일부터 12월 8일 독일(당시 서독)을 방문한 박정희 전 대통령 영부인 육영수 여사가 근교 고아원을 방문한 모습. 사진=뉴시스
1964년 12월 6일부터 12월 8일 독일(당시 서독)을 방문한 박정희 전 대통령 영부인 육영수 여사가 근교 고아원을 방문한 모습. 사진=뉴시스

[월요신문=승동엽 기자]초대 이승만 대통령 영부인 오스트리아 출신 프란체스카 도너 여사부터 문재인 대통령 영부인 김정숙 여사까지 역대 대한민국 대통령 영부인은 총 11명이었다.

대한민국이 건국된 지 73년이 지난만큼 그간 청와대 안방을 거쳐 간 영부인의 수도 늘었고, 유형도 다양해졌다. 대통령 곁에서 있는 듯 없는 듯 좀처럼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는 유형이 있는 반면 대통령의 최후 참모로 직언을 하고, 더 나아가 국정 운영에 실질적으로 관여하는 참여형도 볼 수 있다.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에 있어서 대통령 자신은 물론이고 영부인이 끼치는 영향은 상당하다. 때로는 영부인의 대외적 이미지로 인해 남편의 과오를 희석시킬 때도 있고, 더욱 부각시킬 때도 있다.

역대 대통령 영부인 중 정통적 영부인상을 떠올리면 육영수 여사가 떠오를 것이다. 외모뿐만 아니라 행적면에서도 '국모형'으로 분류돼 역대 최고의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국정에 지나치게 관여하지도 않으면서, 박정희 대통령이 올바른 길을 가지 않을 때 마다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아마 박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지 않나 생각된다.

박 대통령의 강압적 이미지도 육 여사로 인해 많이 희석된 면이 있다. 단아한 한복 차림과 올림머리는 국민들에게 소박한 인상을 심어줬다. 박근혜 대통령 또한 모친인 육 여사를 연상케 하는 올림머리를 고수한 것은 육 여사에 대한 대중적 향수를 자극하려는 의도가 깔렸다고 볼 수 있다.

육 여사처럼 '국모형'으로 분류되는 또 다른 인물은 노태우 전 대통령 영부인인 김옥숙 여사다. 김 여사 또한 쿠데타 세력인 노 대통령의 부정적 이미지를 희석시키는 데 많은 일조를 했다.

김 여사는 공개석상에서 항상 90도로 인사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노 대통령 옆에선 미소를 띤 채 가만히 서 있는 등 철저히 그림자 내조를 했다. 전임 이순자 여사가 남편 못지않게 이곳저곳 관여하며 잡음을 일으킨 것과 대비된다.

이순자 여사는 '월권형'으로 분류된다. 전두환 대통령 집권 당시 항간에는 '육사 위에 보안사 그 위에 여사'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이 여사는 잡음을 많이 일으켰다.

영부인으로서 화려하고 사치스러운 의상을 고집했고, 일가친척 비리 또한 끊이질 않았다. 특히 자신의 일가친척 비리에 관해 전 대통령과 마찰까지 일으킨 바 있다. 전 대통령 퇴임 후에도 남편과 함께 끝까지 반성하지 않는 모습으로 일관해 지금까지도 국민들 뇌리 속에 부정적 이미지로 남아있다.

'참여형'도 있다. 단순히 대통령 부인으로서가 아니라 정치적 동반자 관계로 남편에게 힘을 실어준 경우다. 대표적으로 이희호 여사가 그랬다. 이 여사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이기 이전에 대한민국 1세대 여성운동가이다.

청와대 입성 후 이 여사는 자신의 전문성을 살려 여성 권익 향상을 위한 정책들을 김 대통령에게 제안했고, 실제로 김 대통령 집권 시기 여성 장관과 청와대 여성 비서관 수가 크게 늘었다. 여성가족부 또한 김 대통령 집권 당시 출범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부인 김혜경 씨가 지난 18일 서울 고척돔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4차전 관람 모습. 사진=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부인 김혜경 씨가 지난 18일 서울 고척돔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4차전 관람 모습. 사진=뉴시스

그렇다면 20대 대선 유력후보들의 부인들은 어떤 유형을 나타내고 있는지 살펴 볼 필요가 있다. 현재까지 모습만 놓고 본다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배우자 김혜경 씨는 '적극형'으로 보인다. 남편 못지않게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김 씨는 지난달 초 선거대책위원회 출범과 동시에 이 후보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낙상사고로 잠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을 때를 제외하고 이 후보에 버금가는 강행군을 펼치고 있다.

김 씨는 지난달 18일 한국시리즈 4차전을 이 후보와 함께 관람하고, 21일에는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아 연평도 포격 당시 전사한 장병들의 묘역을 찾았다.

또한 김 씨는 지난달 24일부터 호남을 방문해 민심 다지기에 주력했다. 여수에서 현장실습을 하다 사망한 고(故) 홍정운 군의 49재에 참석했고, 광주 소화자매원을 찾아 고(故) 조비오 신부를 기리는 등 이 후보 보다 앞서 호남 일정을 소화했다. 김 씨는 향후에도 이 후보와 '따로 또 같이' 일정을 소화하며 지원에 나설 전망이다.

반면 윤 후보의 아내 김건희 씨는 아직까지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어 '은둔형'으로 평가된다. 지난 2019년 윤 후보의 검찰총장 임명장 수여식 이후 두문불출이다. 윤 후보가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이후에도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신비주의 콘셉트를 유지 중이다.

일각에선 윤 후보 출마 직후 불거진 '쥴리' 논란과 학위 논문 표절 의혹,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 등 자신을 둘러싼 의혹들로 인해 등판을 주저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KBS 주진우 라이브를 통해 "사업하는 분이기 때문에 지금은 통상적인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이 같은 논란을 일축했다.

이처럼 20대 대선 양강후보 배우자들이 정반대 유형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김건희 씨가 베일을 벗고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면 영부인 후보들 간의 경쟁도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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