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불 적립금 현금처럼 쓸 수 있다고 안내…돌연 사용 범위 대폭 축소
이용자 요구 '외면' 지적에 "따로 할 말 없다"

사진=에바종 홈페이지 갈무리
사진=에바종 홈페이지 갈무리

[월요신문=남정운 기자]호텔 예약 업체 에바종이 코로나19로 인한 부득이한 환불을 현금 대신 적립금(클럽머니)으로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이용자들의 반발이 거세다. 당초 에바종이 설명한 것과 달리 적립금 활용 범위가 크게 줄었다는 이유에서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에바종 이용자들은 '적립금을 쓸 곳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에바종은 지난해 환불 진행 당시 "현금 환불은 어렵다"며 "클럽머니로 환불은 가능한데, 이는 플랫폼 내에서 현금처럼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에바종은 올 상반기 돌연 클럽머니로 호텔비를 결제하지 못하도록 했다. 예약금 결제 기능은 유지됐지만 한 번에 1만원대 수준인 예약금만 클럽머니로 내고 몇십·몇백만원에 달하는 호텔비는 현금으로 결제하라는 방침에 '배보다 배꼽이 크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클럽머니로 460만원가량의 호텔비를 환불받았다는 한 이용자는 "클럽머니로 호텔을 예약하려 해도 가능한 곳이 서울에 단 한 곳뿐이라 사실상 없는 것과 마찬가지였다"며 "예약금으로 저 돈을 다 쓴다고 치면 여행을 몇백 번을 가라는 것인데 말이 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이용자 반발이 거세지자 에바종 측은 "코로나 장기화로 운영에 어려움이 너무 크다"며 "이름만 들어도 다 아는 거대 여행사·항공사들도 파산하고 있는 상황에 안전한 거래를 하기 위한 조치"라고 해명했다. 아울러 "이는 영구적인 조치는 아니며, 백신 접종률 상승과 위드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시행에 발맞춰 클럽머니 이용 범위를 재차 확대하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8월 이같은 안내를 받았다는 한 이용자는 "거대 여행사·항공사의 파산과 에바종 클럽머니 결제 범위가 무슨 상관이 있는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위드코로나 이후 (결제기능을) 정상화하겠다는 약속도 지키지 않고 있지 않은가. 명백한 이용자 기만"이라고 꼬집었다.

한 이용자의 항의에 에바종 측이 남긴 답변내용 중 일부.
한 이용자의 항의에 에바종 측이 남긴 답변내용 중 일부.

클럽머니 이용이 어려워지자 일부 이용자들은 현금 환불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에바종 측은 "클럽머니로 이용 가능한 몇몇 곳이 있다"며 "유효기간 2년 이내 사용하지 못한 클럽머니도 영구 갱신(연장) 해주겠다"는 답만 반복하는 등 사실상 현금 환불을 거부했다.

또한 본지 취재 결과 에바종은 이용자들에게 "클럽머니 이용 기간 연장은 이용자가 기한 도래 시마다 매번 직접 요청해야 가능하다"고 안내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미납 환불금이 없어지기라도 하냐"며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한편 에바종의 '현금 환불 거부 사태'는 지난 6월 에바종의 관련 재판 사실상 패소와 맞물려 더욱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당시 에바종은 클럽머니 환불을 거부하고 현금 환불을 요구한 이용자들과의 소송에서 1심 패소 후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 또한 원고 전부승소 취지의 화해권고결정을 내렸고, 에바종 측이 별도의 이의신청을 하지 않아 해당 결정은 지난 6월 17일 확정됐다. 현재 에바종은 강제 집행 절차에 따라 소송에 참여한 이용자들에게 환불금을 순차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용자 측 법률대리인은 "앞선 판결과 현 상황은 '당초 클럽머니 환불을 받아들였는가'의 여부가 다르므로 같은 유형의 사건으로 법원이 인정해 줄지는 확언할 수 없다"면서도 "향후 법적 분쟁이 있다면 인용해 도움받을 만한 여지는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에바종 측이 현재 결제 범위 변경이 정당했다는 근거로 삼고 있는 약관은 관련법에 어긋나 무효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진단했다.

한 이용자는 "오히려 업체 사정을 감안해 클럽머니 환불에 응했던 사람들이 더 푸대접 받고 있다"며 "추가적인 비용을 들여 에바종을 이용할 생각은 없으니 클럽머니 사용범위 확대나 환불 절차가 조속히 이뤄졌으면 하는 심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논란에 대해 에바종 측은 언급을 피하는 모습이다. 에바종 관계자는 "따로 전달할 입장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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