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지난 1일 소모성 자재 구매대행(MRO) 사업 철수를 선언한 후, 업계의 관심은 해당 사업을 맡고 있는 아이마켓코리아(IMK)의 지분 매각에 집중됐다. 삼성은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이라는 취지에 맞춰 대기업은 매각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밝혔지만, 인수금액이 너무 크다보니 이를 감당할 중소기업이 전무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중소기업연구원은 삼성의 IMK 지분을 글로벌 기업이 인수할 경우와 사모펀드(PEF)가 인수할 경우의 부정적 시장 영향을 전망하고, 삼성이 현재의 지분매각 방식을 사업별 지분매각 방식으로 전환하여 중소기업 컨소시엄의 참여 가능성을 높이거나, 글로벌 기업이 인수할 경우 동반성장의 취지를 수행할 수 있는 기업을 최우선 대상으로 선정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현재 삼성전자 등 삼성그룹의 9개 계열사가 보유하고 있는 아이마켓코리아(IMK) 지분 58.7%의 평가액은 5,000억원이 넘으며, 여기에 최대 2000억 원으로 추산되는 경영프리미엄을 더하면 총 매각 규모가 무려 7,0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도 "100~200억원도 아니고 수천억원의 매각 자금을 국내 중소기업이 감당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볼멘 목소리를 냈던 바 있다.


"삼성 MRO 사업 철수,
동반성장 최고의 해법"

 

중소기업연구원은 지난 9일 '삼성의 MRO 계열사 지분매각과 시나리오별 영향 분석'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놓았다.

연구원은 우선 삼성의 IMK 지분 매각 결정에 대해 "대·중소 동반성장의 새로운 해결방안이라는 점에서 높게 평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동안 대기업은 동반성장을 위해 주로 시혜적 차원의 기름 출연 방식으로 대응을 해왔는데, 이번에 삼성이 '사업철수'라는 대기업 스스로 최고 수준의 적극적 해법을 제시함으로써 다른 대기업의 참여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또 지분매각, 사업철수라는 해결 방법이 MRO 사업은 물론 다른 업종으로 확대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연구원은 IMK의 인수대금이 7,0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됨에 따라, 이를 인수할 수 있는 기업은 또 다른 대규모 자본일 것으로 예상되고, 때문에 지분에 대한 소유만 바뀔 뿐 MRO 시장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갈등은 여전히 존재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연구원은 현재 거론되고 있는 지분매각 시나리오를 점검한 결과,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며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들을 내놓았다. 총 세 가지 정도로 나뉘는 시나리오는 '글로벌 MRO 기업의 지분 인수', '사모펀드의 지분 인수', '중소기업 컨소시엄의 지분 인수' 등이다.

 

기억해야 할 것은 '동반성장'

연구원은 먼저 글로벌 MRO 기업의 삼성 지분 인수 시 시장불안 완화, 국내 중소기업의 해외납품 가능성, 중소기업의 선진화 등 긍정적 효과가 있지만, 어찌됐든 삼성과 다를 바 없는 대기업이라는 점에서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과 상생협력이라는 지분 매각의 취지가 훼손된다고 지적했다.

또 '대·중소 동반성장'은 국내에서만 조성된 사회적 분위기이기 때문에 글로벌기업의 동반성장 참여를 기대할 수 없으며, 중소기업 사업영역을 침해했을 때 이를 제재할 수단도 없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글로벌 MRO 기업은 국내 중소기업을 대신하여 해외소싱도 할 수 있기 때문에, 이 경우 한국 중소기업에 막대한 피해가 발생될 것도 예상됐다.

다음으로 거론되는 시나리오는 사모펀드(PEF)가 삼성 지분을 인수하게 되는 경우다. 삼성은 이미 지난 7월 초 MBK파트너스, 어피티니에쿼티파트너스, 한앤컴퍼니 등 4~5개 사모펀드에 인수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모펀드는 통상 M&A 이후 구조조정 등으로 기업가치를 올려 전략적 투자자(SI)에게 재매각을 시도한다. 이 때 매각의 신속성을 위해 사업별 부분매각(소모성 자재, 소액 설비, 부자재, 소액 원자재 등)을 할 가능성이 높아 중소기업이 지분인수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사모펀드는 수익 창출을 최우선으로 하기 때문에 중소제조업체에 대한 무리한 납품단가 인하 요구, 중소기업의 사업영역 침해 문제가 더욱 심각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중소기업 컨소시엄의 지분 인수 경우를 생각해 보면, 글로벌 기업이나 사모펀드의 인수에서 있을 수 있는 문제점은 해결될 수 있다. 그러나 인수자금 조성의 어려움이 여전히 남아 있고, 중소기업 컨소시엄이 인수한다고 해도 대기업 집단으로 분류될 수밖에 없다는 한계가 있다.

중소기업연구원은 "금번 매각절차의 기본원칙은 중소기업의 참여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래서 내놓은 방안은 첫째, 현재의 지분매각 방식을 사업별 지분 매각 방식으로 전환하여 중소기업 컨소시엄의 참여 가능성을 높여 한다는 것, 둘 째 글로벌 기업이 인수할 경우 중소기업의 글로벌 판로 확대를 보장하는 등 동반성장의 취지를 수행할 수 있는 기업을 최우선 대상으로 선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오동윤 연구위원은 "사업별 지분 매각이 그나마 최선일 뿐, 사실상 참여할 중소기업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으며, 근본적 납품단가 문제를 해결할 주도적인 기업이 없다. 삼성의 IMK 지분 매각은 중소기업 시장에 효과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고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는 한편, "내려가 있는 납품단가를 현실화해 올리는 것이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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