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 직원 ‘또 사망’

지난 9월 25일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가 자신의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숨진 이씨는 27살의 젊은 나이로, 특별한 지병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져 사망원인에 관심이 집중됐다. 특히 한국타이어는 몇 해 전 직무연관 집단돌연사 논란을 일으켰던 바 있으며 그 같은 의혹이 아직까지 완전히 불식되지 않은 상태로, 이번 근로자 사망으로 또 한 번 집단돌연사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TRB수리장에서 근무하던 이 모씨는 추석 연휴 뒤 출근해 24일 밤 10시까지 근무한 뒤 집으로 돌아왔다. 곧바로 잠든 이씨는 다음 날 오전 11시 30분경까지 깨어나지 않았다. 이상하게 여겨져 확인해 보니 이씨는 이미 숨진 상태였다.
이씨가 하던 일은 완제품의 표면상태를 점검하는 것으로, 타이어 접착 시 필요한 유기용제인 솔벤트를 많이 취급하는 TRB 수리장의 작업공정을 근거로 일부에서는 직무연관성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솔벤트에 의한 사망?
타이어 공장에서 노동자들이 쉽게 접하는 작업장의 고무 부진과 솔벤트는 각종 중독을 일으키고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한국타이어에서는 이를 보호장비 없이 때로는 밀폐된 공간에서 작업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한국타이어 유기용제 및 유독물질 중독피해자 대책위원회’ 등은 현장 내에서 사용하고 있는 유기용제 독성에 대한 전면적 역학조사와 시정 등을 끊임없이 요구해왔다.
2007년 노동자들의 잇따른 돌연사에 대해 직무연관성 의혹이 처음으로 제기돼 산업안전보건공단이 역학조사를 벌였지만, 집단사망의 명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고, 2008~9년 추가역학조사까지 벌였지만 이때도 역시 작업상 연관성을 밝혀내지 못했다. 때문에 유기용제 사용에 관한 재해 대책은 제대로 마련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듯 아직까지 솔벤트와 한국타이어 노동자 사망 간에 관련성은 확실히 밝혀지고 있지 않으나 이를 지적하는 목소리는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2007년 당시 민주노총 김응기 노동안전부장은 “솔벤트는 호흡기를 통해 흡수돼 뇌와 신경에 해를 끼치는 유해물질로 알려진 톨루엔이 주성분”이라며 “한국타이어에서 많은 노동자들이 돌연사로 사망하는 것은 톨루엔에 의한 사망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던 바 있다.
한편 경찰은 이번에 숨진 이씨의 정확한 사망원인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또 한국타이어대전공장 관계자는 “사망한 이씨는 협력업체 직원으로 지난 5월에 입사해 채 5개월도 근무하지 않았다”며 “근무시 안전수칙을 잘 준수하도록 하고 있고, 짧은 근무기한 등으로 볼 때 직무연관성으로 사망했을 개연성은 희박하다고 본다. 또한 사망한 노동자가 근무했던 곳은 솔벤트 등 유기용제 측정 결과 노출 기준치 보다 낮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올해 한국타이어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질병으로 숨진 것은 지난 1월에 이어 두 번째다. 지난 1월 8일에는 대전공장 제품검사팀 손 모씨(52)가 가슴 통증을 호소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도중 급성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
한국타이어 집단돌연사 논란은 지난 2007년부터 시작됐다. 2006년 5월부터 2007년 9월까지 1년 반 사이에 한국타이어 대전공장과 금산공장에서 숨진 이가 15명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이들은 각각 심장질환 7명, 폐암 2명, 식도암 1명, 간세포암 1명, 뇌수막종양 1명, 사고암 1명, 화상으로 인한 사망 1명, 자살 1명 등으로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국타이어는 유해한 작업환경에 대한 비난여론에 직면했다.
이후 몇 차례의 역학조사에서 집단사망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현재 의혹과 논란만이 남아있는 상태지만, 1996년부터 올해까지 총 1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한 이상, 한국타이어는 이 같은 논란에서 더욱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100명 사망에 책임 없다?
한국타이어 사망자는 1996년부터 올해 1월까지 딱 100명을 기록했다. 질병으로 인한 사망자가 63명(전현직 포함), 교통사고 등 24명, 자살 6명(퇴직 후 2명) 등이다. 지난 9월 25일 이 모씨가 숨지면서 알려진 것만 101명을 기록, 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그러나 한국타이어 측의 진상조사와 보상, 사과 등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것에, 많은 관련인들이 울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9월 27일 논평을 통해 “어찌 한국타이어의 설명을 믿을 수 있겠는가”라며 정부가 나서 진상조사와 재발방지 대책 마련에 나설 것을 주장하기도 했다.
<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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