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시공 논란이 있어 온 대구 북구 칠곡 읍내동에 위치한 SD강북아이프라임 아파트가 최근 소방밸브와 급수관이 터지면서 물난리가 일어나 또 한 번 빈축을 사고 있다.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은 순식간에 물바다로 변했으며, 집 안 벽과 바닥 곳곳에 물방울이 맺히거나 복도 천장에 곰팡이가 핀 곳도 있었다. 아파트 입주민들은 입주 때부터 제기해 온 날림공사와 하자에 대한 문제를 시공사인 SD건설이 외면해오면서 이런 사태를 불러왔다며 완벽한 하자보수와 함께 경제적·정신적 피해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SD건설이 지난 해 3월 준공한 대구 칠곡 강북 아이프라임은 573가구로 구성돼 있으며, 2008년 4월 분양 당시 '교육특화 아파트' '뛰어난 입지' 등을 내세우며 평당 분양가가 주변 지역보다 훨씬 높은 800만원대에 달했지만 입주 초부터 부실공사 논란에 휩싸이며 여러 번 입주민들에 의해 하자 지적을 받아 왔다.

 
하지만 시행사와 시공사는 서로 책임전가를 하며 입주민들의 피해를 외면, 갖가지 하자보수를 하면서도 눈에 보이는 것만 형식적으로 처리할 뿐 결정적인 부분은 거의 손도 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지난 2월 5일 소방밸브 등이 연이어 터지면서 지하 주차장이 물난리가 되는 문제가 발생했지만, 시공사인 SD 건설 측은 단순한 혹한으로 인한 동파 탓을 하며 부실시공 논란을 회피하려고 하고, 이후 확실한 보수공사와 보상도 없어 더욱 비난을 사고 있다.

 

물난리가 동파 때문?

 

지난 2월 5일부터 대구 강북아이프라임 아파트에서는 6개동 12개 소방밸브와 2개 급수간이 사흘 간 연이어 터졌다. 5일 오전 3시 쯤, 이 아파트 106동 지하주차장 입구에는 계단과 옥내 급수전 통로에서 새어나온 물이 철문을 부수고 뚫고 나와 순식간에 지하 주차장과 엘리베이터 내부를 물로 가득 채웠다. 물은 어른 가슴까지 올라올 정도로 복도에 가득 찼다.

 
주차장 입구에 마련된 CCTV를 통해 이 장면은 그대로 녹화됐으며, 화면 속에서는 계단에서 흘러나오는 물의 수압을 이기지 못한 통로문이 조금씩 찌그러지더니 갑자기 폭포수 같은 물이 몰아치는 것을 확인할 수가 있다.

 
입주민들은 당시 현장에 사람들이 있었다면 감전사고와 익사사고의 위험이 있었다며 가슴을 졸이며 두려움에 떨어야만 했다.

 


 
시공사인 SD건설 측은 "올해 이곳만 그런 것이 아니고 워낙 추워서 동파가 전국적으로 많았다"며 동파로 인한 일이라고 주장, 강북아이프라임 입주민들의 불만에 대해 되려 "유독 예민하게 반응한다"고 말하고 있다. 혹한으로 소방밸브에 금이 가고 차차 녹으면서 수압을 견디지 못해 깨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입주자들은 저급자재 사용과 부실공사가 근본 원인이라면서, "터진 밸브로 물이 흘러 내려온 배관용 공간인 비트가 배수가 안 되는 이상한 형태로 설계된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동별로 거의 빠짐없이 소방밸브가 터진 것이 단순 동파가 아닌 부실 문제로 보는 주요 이유다. 입주자들은 외부 공기와 직접 닿지 않는 계단식 아파트에서 동파가 웬말이냐며 부실의혹을 제기하고, 이번에 터진 소방밸브도 KS제품이 아닌 형식승인만 받은 저급자재임을 확인했다며 관련기관에 소방밸브의 품질검사를 의뢰할 계획이다.

 

"물난리 후에도
근본적 해결 없어"

 

입주자들은 물난리까지 난 마당에도 시공사 측이 부실시공 인정을 하지 않고 입주 초부터 제기돼 온 논란을 피해가려고 한다면서 근본적인 해결책을 강구하지 않는 것에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참다 못한 일부 주민들은 더 이상 사람이 살 수 없는 환경에서 살기 불안하다면서 아파트를 버리고 임시 거처로 떠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물난리가 난 이후 3일간 이 아파트 6개동에서는 소방밸브와 급수관 여러 개가 연달아 터지면서 22대의 엘리베이터 중 4대가 고장나고 언제 재가동 될지 모르는 가운데 오랫동안 멈춰 서게 됐다. 또 물난리가 난 지 20일 가량이 흘렀을 때도 아파트 지하주차장은 배수불량까지 겹쳐 곳곳에 물이 흥건한 상태였다.

 
시공사 측에서 마련한 해결책은 터진 밸브를 교체하고 미입주 라인에서 성한 엘리베이터를 떼와 옮겨 단 정도이다. 그 사이 주민들은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못해 20층에 가까운 계단을 걸어서 오르내리며 불편함을 겪어야 했다.

 
시공사와 시행사는 입주민들이 제기한 배수 설계 문제와 밸브 문제 등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표면적인 문제 해결에만 급급해 소극적인 대응이라는 불만을 사야만 했다.

 
이번에 터진 밸브는 아파트 내 스프링쿨러 등에 소방용수를 공급하는 장치이다. 그런데 또 다른 밸브 파열이 우려된다면서 메인 밸브를 잠가놓아 또 다른 불만을 사고 있다. 당장 불이 났을 때 사용할 수 있는 물이 없기 때문이다.

 
한편 물난리가 난 강북아이프라임 아파트에는 부실시공에 불만과 두려움을 느낀 입주민들이 몇몇 빠져나가고 입주 초부터 부실시공 논란 등 잡음이 흘러나와 미입주 가구들이 대부분 방치되면서, 적막해진 단지 내에 좀도둑도 끊이지 않고 있어 주민들의 불안감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입주 당시부터 말썽

 

SD강북아이프라임 내 입주민들은 이번에 물난리가 나고도 근본적인 대책을 내 놓지 않고 입주민들이 임시거처로 떠날 지경이 됐는데도 팔짱만 끼고 있는 건설사 측을 보며, 이제 더 이상 참을 수 없다고 적극적인 대응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입주자들의 말에 의하면 물난리가 나기 전부터 목욕탕 벽면과 안방 붙박이장 안쪽에 물방물이 맺혀 색이 변하거나 집 안 벽과 바닥 곳곳에 물방울이 맺히고, 복도 천장에 곰팡이가 새카맣게 피어 있는 곳도 있었다고 한다.

 

지하주차장은 방수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천장 도색이 녹아 내렸으며, 천장에 물방울이 맺혔다 주차 차량에 떨어져 얼룩이 생기는 일이 빈발해 지하주차장 일부를 폐쇄하기도 했다.

 
때문에 입주자들은 구청공무원 등이 입회한 가운데 엘리베이터 공간과 맞닿은 목욕탕 벽면을 뜯어 본 결과 설계상 반드시 하게 돼 있는 단열시공이 빠져 있었다면서, 단순 하자가 아닌 부실시공 논란을 제기하고 있다.

 
지은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아파트에서 물난리가 난 것에, 주민들은 시행사와 시공사를 상대로 부실시공과 하자보수 관련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SD강북아이프라임은 지난 해 봄 준공검사 전 입주점검에서부터 하자가 지적됐지만 입주 이후에도 개선되지 않는 등 쭉 문제가 있어왔다. 단지 내 곳곳에 균열 등이 있어 날림공사 의혹이 끊이지 않았던 곳이다.

 

아파트 내부는 지은 지 1년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내부가 엉망이었다. 한 입주민은 빗물이 새는 바람에 바닥 마루가 썩고, 벽지가 습기로 벌어지거나 곰팡이가 핀 작은 방의 하자보수를 요청했지만, SD건설 측이 1년 뒤에나 수리해 주겠다면서 계속해서 문제를 '나 몰라라'해, 입주민이 해당 방을 쓰지 못하는 등 불편을 초래했다고 한다.

 

지난 해 4월 준공 직전 입주자 점검 때 미장 불량으로 거실 한 쪽 면 도배가 되지 않은 것이 발견돼 이에 대한 빠른 처리를 요청했는데도 입주날까지 그대로 방치돼기도 했었다고.

 
이 외 많은 집들이 습기로 인해 벽면이 엉망이고 욕실과 방에 진드기 등 벌레가 득실거렸으며, 싱크대나 욕실 등의 접착 부분도 엉망, 창문고리와 손잡이 등도 부적합하게 시공된 것으로 알려졌다.

 
단지 내 차도와 보도 블록 등이 깨진 곳도 많고, 비가 오면 어린이 놀이터와 배드민턴연습장, 지하주차장에 물이 고이고 토사물이 흘러 들어왔다고 한다. 또 무인경비시스템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주민들의 불안을 가중시켰다.

 
한편 SD강북아이프라임은 분양 당시 광고했던 인터넷 학습 프로그램, 창의공간, 전자도서관 등 각종 편의시스템도 약속대로 마련해 놓지 않아 사기분양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재앙은 예고됐었다

 

사태의 근본 원인은 저가수주와 미분양 등으로 시행사와 시공사가 서로 책임을 전가하려 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00년대 중반 대구지역에 불어닥친 '시행' 바람으로 수급을 고려하지 않은 채 비싼 가격에 아파트를 내놓았고, 573가구 중 450여 가구가 미분양으로 남다보니 시행사는 수익 위기에 처하고, 때문에 시공사는 저가도급을 핑계로 날림공사를 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러한 가운데 시행사와 시공사가 서로의 탓만 하고 책임을 회피하려고 하니 문제해결이 이루어질 수가 없는 것이다.

 
게다가 준공검사를 해 준 관할 북구청도 초반부터 민원해결이 있어왔음에도 현장실사는 감리단이 하므로 직접 책임이 없다고 한 발 물러서는 양상을 보여 이 사태에 또한 책임이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대구은행은 2007년 초 당초 강북아이프라임 시공사였던 태왕의 보증으로 시행사에 500억원을 PF 형태로 대출했고, 이후 태왕은 겨우 기존 건축물 단계의 공정률 제로 상태에서 부도가 났다.

 

이후 SD건설이 새 시공사로 나섰지만 최종적으로 573가구 중 450여가구가 미분양으로 남을 정도로 분양이 저조했다. 이에 따라 대구은행은 시행사에 200억원을 공사비조로 추가 대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시행사와 시공사 측은 입주민들이 부실공사 논란을 제기하는 것에 대해 정말로 부실 여부가 있으면 적법한 절차를 거쳐 문제를 해결하면 된다면서 단순히 다른 목적에 의해 부실 시비를 걸고 있다는 식으로 말하고 있다. 이번에 물난리를 일으킨 문제는 모두 해결되었다고 한다.

 
강북아이프라임의 시공사 SD건설은 구 대백종합건설로, 그동안 대형 건축공사, 주택, 각종 토목, 전기, 소방 및 조경공사, 산업플랜트를 포함한 개발사업에 이르기까지 많은 시공을 맡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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