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돌] 정치 쟁점화로 여·야 대립 극대화

오세훈 서울시장과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전면 무상급식'이 인기에 영합해 예산을 낭비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반면, 민주당과 시민단체 측은 경제 성장의 혜택이 보다 넓게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양측은 내년 지역구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을 통해 또 한차례 격전을 펼쳐야 한다. 여기에 오 시장의 '대권 불출마' 언급 이후, 논란의 크기는 한층 커진 상태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이번 주민투표가 내년 양대 선거의 전초전, 내지는 바로미터라는 시각을 내놨다. 표심의 향배와 파장을 살펴본다.

 

▲ 오세훈 서울시장(좌)과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우)

전면 무상급식 시행을 사이에 둔 찬반 대결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더욱, 최근에는 주민투표일 얼마 남지 않으면서, 양측의 신경전도 갈수록 심화되는 양상이다. 흡사 일부에서는 이번 갈등이 정치 쟁점화 되면서 내년으로 다가온 총선과 대선의 전초전, 나아가 정파의 성패를 가를 바로미터라는 시각까지 내놨다.

정책 갈등이 정치 갈등으로
현재까지 드러난 이들의 갈등을 대략 살피면 이렇다. 오세훈 서울 시장과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한 측에서는 '전면 무상급식'이 인기에 영합해 예산을 낭비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반면, 민주당과 시민단체 측은 경제 성장의 혜택이 보다 넓게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복지'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이들의 입장은 맞닿을 수 없는 철로처럼 평행선을 달리며, 투표 반대 입장을 가져온 측은 주민들에게 '투표 거부'를 공공연히 강조하고 있을 정도다.

이들의 입장이 크게 다르다는 것은 이미, 공중파를 통해서도 드러난 바 있다. 갈등의 핵심이라할 수 있는 오세훈 시장과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TV를 통해 날선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시청자의 입장, 나아가 당장 투표권을 가진 유권자의 입장은 난감해 하기에 충분한 대목이다.

이에 대해 일부 유권자는 "투표를 하자니, 갈등의 파장이 간단치 않다. 그렇다고 투표를 하지 않자니, 민주주의 기본 원리인 기본권을 스스로 포기하는 셈이 된다"며 고민을 드러낸 것.

하지만 논란의 끝은 이것이 아니다. 여기에 유권자의 심기를 더 어지럽히는 것이 있다. 논란이 정치쟁점으로 확대되면서, 심지어 이념적 갈등으로 비화됐기 때문. 그전에 우선 이번 논란이 정치쟁점으로 떠오른 이유를 살펴보자.

논란에 대해 여야의 구분이 비교적 분명하다. 한나라당은 투표 지원을 약속했고, 이명박 대통령도 투표의 당위성에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에서 시작된 파장이 한강을 건너 여의도를 급습한 이유다.

일부에서 이번 주민투표가 내년 양대 선거의 전초전, 내지는 바로미터라고 말하는 배경도 이것이다. 여야가 날선 공방을 벌이며 사실상의 득표전을 치르고 있다는 점이다. 인물끼리 맞서는 총선과 대선에 비해, 쟁점이 맞선다는 것을 제외하면, 크게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오 시장 불출마, 파이 키워
더욱, 득표전을 치르는 기간, '전면 급식'을 거부해온 오세훈 시장에 의해 쟁점의 크기는 더 확대 됐다. 정치권에서조차, 민감한 탓에 입에 올리기를 꺼려온 '대선'을 언급한 것이다. 오 시장은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급식 투표에 정치적 생명을 걸었다는 평가다.

이쯤 되면, 파장의 여파는 가히 내년을 향할 만 하다. 문제는 당장의 투표를 바라보는 소위 '유권자'들의 시각이다. 이들의 선택에 따라 투표의 향배는 물론이고, 거대 선거들의 운명도 크게 바뀔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그렇다고, 표심의 향방을 쉽게 가늠하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투표일을 앞두고 극단적인 혼란상이 야기되고 있다는 게 주된 원인이다.

정책적 이견이, 정치쟁점으로 확대된 이후 진보와 보수라는 이념적 대립상까지 드러나면서 갈등의 골은 더 깊어진 형국이다. 한마디로 이번 주민투표가 '성장'이냐 '분배'냐의 보수냐 진보냐를 가르는 주요 잣대가 됐다는 말이다.

유권자들의 향방을 종잡을 수 없는 것도 이런 이유다. 만약 단순한 예산 문제라면, 기왕이면 적은 비용으로 많은 혜택을 누리는 방법을 찾는 것이 옳다는 것과 일부 시행됐던 것처럼, 소득하위자 가정을 선별하는 '선별 급식'을 추진하는 것도 맞다는 선택에서 좀처럼 표심의 행배가 갈리지 않고 있다는 게 정당 관계자들의 말이다.

그렇다고 이번 논란의 답을 찾는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국민들의 그것도 아이들의 밥그릇을 가지고, 정치 놀음을 벌이는 쪽은 내년 두 선거에서 모두 참담한 패배를 맛볼 것"이라며 "진정성 있는 경쟁이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이념으로 나뉜 양측과 정파로 갈린 양측의 대립이 총선과 대선에 앞서, 서울에서 펼쳐지고 있다. 표심의 향배가 어느 쪽을 향하느냐에 따라서 정당, 정파들의 내년 판세가 크게 달라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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