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 '신세계 센텀시티'를 건축한 신세계건설(주)의 인허가 로비 사실이 드러났다. 부산지검 특수부는 신세계건설이 신세계센텀시티의 준공검사 과정에서, 소방점검 등 편의를 제공받는 대가로 관할 소방서 서장 및 직원들에게 수천만원대의 금품을 건넨 혐의로, 신세계건설 고위간부와 협력사 직원 등 3명에 대해 불구속 기소 조치를 내렸다. 해당 소방서 전 서장과 직원들에게도 기소조치가 내려졌다. 신세계건설의 소방비리가 드러나면서 신세계 센텀시티의 소방시스템에 대한 불신도 커져가고, 그동안 신세계 건설이 진행해온 사업들에서도 비슷한 로비 사실들이 있어온 것이 아니냐는 의혹들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신세계건설이 소방 관련 로비를 했다는 의혹은 지난 10월 검찰의 수사 사실이 알려지면서 부터이다. 지난 11월 22일, 끝내 검찰이 신세계건설로부터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부산 해운대소방서 이 전 서장과 전.현직 직원 2명, 그리고 부산시소방본부 직원 1명 등을 불구속 기소하고, 뇌물공여 혐의로 신세계건설 상무이사 김모씨와 간부 및 협력사 직원 등을 불구속 기소하면서 그동안의 로비 의혹이 거의 사실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1400만원대 금품 수십차례 제공

 

부산지검 특수부는 지난 2008년 초 부산 해운대구 신세계 센텀시티 준공검사 과정에서 당시 해운대 소방서 서장이었던 이 모씨 등 소방공무원들이 시공사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를 포착, 지난 10월부터 이에 대한 수사를 진행해 왔다.

 
지난 10월 19일에는 이 전 서장 등 직원들이 시공사로부터 소방시설 완공검사 통과를 대가로 금품을 받았다는 자백을 받아내고, 정확한 금품수수규모를 밝히기 위해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던 바 있다.


검찰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이들이 금품을 주고받는 데에는 '소방시설 완공검사필증'을 별다른 점검 없이 임의대로 교부해주는 등의 편의가 대가로 치러지고 있었다.

 
통상 건물의 준공허가가 나려면 '소방시설 완공검사필증' 첨부가 필수 조건이다. 신세계건설은 이를 용이하게 처리하기 위해 신세계 센텀시티 건축 당시 관할 소방서였던 부산 해운대 소방서 서장과 실무 직원들에게 직급별로 담당 직원을 정해 금풍을 제공하는 소위 '전방위 로비'를 펼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금품 제공액수도 직급별로 차등을 둬 현금과 상품권 등을 전달하고 접대까지 따로 했다고 한다. 해운대소방서 이 전 서장은 2006년부터 2009년까지 부하 직원들을 통해 모두 1400만원 안팎의 금품을 수십 차례에 걸쳐 거둬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0월 검찰 수사가 막 시작될 당시, 신세계건설 관계자들이 소방 공무원들에게 전달한 금품 가운데 윤곽이 드러난 것은 5000만원 가량이었다.

 
이 전 서장은 강서소방서장으로 재임 중이던 지난 4월, 비리 혐의로 검찰의 내사를 받자 돌연 사표를 내고 현직에서 물러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로비의혹 제기돼

 

로비의혹의 중심이 됐던 부산 해운대 신세계 센텀시티는 지난 해 3월에 오픈한 대형 쇼핑몰이다. 연면적이 29만3000여㎡에 달해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할 만큼 세계 최대 규모의 백화점으로 유명하다. 신세계그룹 측도 남다른 애착과 자부심을 가지고 있을 정도이다.

 
그런 대형 백화점이 준공 당시 소방시설 점검을 '대충' 넘어간 것으로 드러나면서 고객들의 불신과 불안은 커져만 가고 있다. 그렇게 만들어진 건물이 얼마나 안전할 것이냐는 것이다.

 
신세계건설 측은 이번에 드러난 사건에 대해 어느 정도 잘못에 대한 인정과 유감을 표하면서도, 신세계 센텀시티의 소방시설 관리와 점검 등은 건물 준공 이후 담당업체에서 계속 제대로 맡아오고 있다면서 신세계 센텀시티를 둘러싼 화재 위험 의혹을 빗겨가려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또 신세계건설 관계자는 이번 사건이 회사 측과는 상관 없이 현장에서 직원들 몇 명에 걸쳐 일어난 일로 선을 그으려고 했지만, 회사 간부가 연루된 사건이 회사와 관련 없다는 것은 다소 설득력이 없어 보였다.

 

게다가 회사 측이 이런 사항을 모른다면 인허가 과정에서 여러 가지 로비들이 알게 모르게 진행되었을 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만큼 내부 관리 체계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신세계건설 관계자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인정을 했다. 본사 쪽에서 말려도 현장에서 통상 관례로 인사치레의 금품이 어느 정도 관할 기관으로 전해진다는 것이다.

 

또 신세계건설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솔직히 소방서 이쪽 사람들이 원래 준공검사 하고 할 때 소방시설 완공검사를 대충 하고 따로 돈을 챙기는 경우가 많다"고 말 해, 다른 사업장에서의 로비 사실도 의심케 했다. 일각에서는 소방비리 뿐 아니라 인허가 과정에서 또 다른 비리들도 많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로 수사를 맡은 부산지검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센텀시티 인허가와 관련, 해운대구청으로까지 수사를 확대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져, 앞으로 신세계건설의 비리가 추가적으로 더 많이 밝혀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신세계그룹 계열사 중 한 곳인 신세계건설은 대형할인점과 백화점 및 물류센터 등 유통관련 건축물(신세계 본점 및 죽전점 시공)을 담당하고 있는 종합건설회사로, 주거사업(청담 피엔폴루스 주상복합 등)과 리조트사업(힐튼 남해 골프·스파 리조트 등), 환경사업(경안천 생태공원공사) 등에도 진출해 있다.

 
(주)신세계가 대주주(32.41%)로 등재돼 있으며, 2009년 12월 기준 이명희 신세계 그룹 회장이 9.49%, 정용진 부회장이 0.8%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 등 주로 계열사 쪽으로만 물량을 소화해 와 다소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지난 8월, 각종 인허가와 관련해 정관계 로비설이 흘러나오면서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었던 바 있다.

 
이번에 부산 신세계 센텀시티 소방비리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당시에 점화됐다 가라앉았던 로비 의혹이 또 한 번 고개를 들고 있는 상황이다.

 

 

정관계 로비 밝히려 했던 정씨

 

지난 7월 코오디오 건설 전 대표 정모씨는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신세계건설이 이마트 등 각종 공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자신을 시켜 정·관계를 상대로 전방위적 로비를 벌였다고 폭로했다. 당시 정 씨는 신세계 건설의 로비내역이 담겼다는 다이어리 20여 권을 공개하며 자신이 입을 열면 다칠 사람들이 많다고 밝혀, 로비폭로 후폭풍에 세간의 시선이 모아지기도 했다.

 
정씨는 자신이 공사에 참여했던 공사현장 50여곳 중 20곳 정도에서 자신이 직접 로비를 주도했다고 주장하며, 1999년 서울 가양 이마트 토목 공사를 시작으로 2007년까지 1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신세계를 위해 로비를 펼쳤다고 밝혔다.

 

신세계에서 이사 명함까지 만들어주면서 민원해결·로비를 부탁했고, 정씨는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사재를 털어가며 때마다 2~3억 가량의 로비금을 썼다는 것이다. 이유는 신세계건설이 다음 공사를 주겠다는 미끼를 던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당시 정씨의 폭로가 담긴 보도로 어마어마한 파장이 예상됐었지만, 이는 다소 자료의 신빙성이 떨어지고 관계당국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아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듯 했다. 신세계건설 측도 정씨의 주장을 전면적으로 부인하고 나섰었다.

 
하지만 단 몇 개월만에 부산에서 인허가 로비 사실이 드러나면서 당시 가라앉았던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사건이 정씨가 말했던 일들과 연결되는 것이 아니냐는 시선들도 나오고 있다.

 
신세계건설 관계자는 "그것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라면서 "또 정씨는 토목공사 쪽 사람이었고 그가 주장한 것은 '착공 전'의 일이고 이번 건은 '준공 전'의 일"이라고 전혀 다른 문제임을 강조했다.

 
어쨌든 투명하고 기본에 충실한 기업문화를 중요시하는 신세계건설이 잇따른 로비설에 휩싸이면서, 그동안 신세계건설이 건축해 온 건물들에도 의심을 품는 시선들이 적지 않게 생겨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신세계 센텀시티는 하루에도 수천 수만 명이 오가고 외국 관광객도 즐겨 찾는 만큼 이번 소방비리가 세간에 크게 알려진다면 그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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