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 김보배 기자] 집에서 학교까지 통학이 불가능한 학생들이 기숙사를 택하는 이유는 ‘안전과 편리’에 있다. 자취나 하숙보다 기숙사가 저렴하지도 않거니와 입·출입 시간에 제한이 있어 한편으로는 불편할 수도 있지만 자녀의 안전을 생각하면 그 정도는 감수할 수 있다는 것이 학부모의 생각이기도 하다.

지난해 부산의 한 대학교에서 발생한 성폭행 사건이 사회에 큰 파장을 몰고 온 것도 이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안전할 것이라고 믿었던 학교 내에서의 범죄는 모두에게 기숙사 안전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었다.

지난주 <월요신문>취재 결과 부산에서의 성폭행 사건이 있은 지 반년이 지난 지금도 ‘기숙사 내 사고’ 예방에는 미흡한 제도와 대책이 확인됐다.

기숙사 담당 교직원은 ‘학생들의 안전 의식에 대한 교육 부족과 스펙 쌓기에 급급한 나머지 서로에 대한 관심의 부재’를 첫 번째 범죄 발생의 원인으로 꼽았다. 기숙사 감사 제도의 부재, 안전 관리를 위한 인력 및 CCTV 등의 시스템 부족은 그 다음이란 설명이었다.

성폭력상담소 성문화운동팀 담당자의 말도 비슷한 범주에 있었다.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았다는 문제 이전에 ‘문을 활짝 열어놓고 자도 안전한’ 사회·도덕적 합의가 우선이란 의견이었다.

이들 모두 체계적인 기숙사 관리를 위한 제도 확립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다각적인 문제 해결의 방식과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는 데에 궤를 함께 했다.

교육부의 입장은 조금 달랐다. 기숙사 운영·관리에 대한 권한은 오롯이 학교 측에 있다는 규정만을 반복 설명했다. 기숙사 운영 및 관리에 대한 책임을 학교에만 떠맡기는 정부의 생각 자체에 허점이 보인다.

실제로 기숙사 안에서 도난·폭행·따돌림·성폭력 등의 크고 작은 범죄가 일어나고 있음에도 기숙사 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는가에 대한 정량적 감사만을 시행할 뿐, 문제 발생 원인을 들여다볼 수단이 전혀 없다는 것이 우려되는 현실이다.

지금이라도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두루 반영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기숙사 사생·담당 관리자·학교 운영진·정부 당국이 머리를 맞대고 실효성 있는 감사제도 도입과 더불어 범죄 예방을 위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이번 취재를 통해 학교 기숙사와 직·간접적으로 관계된 이들과 만나면서 의견을 듣다보니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불가능하지만은 않아보였다. ‘제 2의 부산 기숙사 성폭력 사건’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공통된 마음을 갖고, 문제의 원인 또한 다양하게 제기됐다. 원인을 파악했다면 문제 해결도 가능하다는 생각에서 제도·사회적 대책마련에 희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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