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명그룹(회장 박춘희) 오너 일가가 골프장 계획 부지 내 농지를 미리 불법으로 취득해 뒀다가, 그룹계열사인 대명리조트가 골프장 건설을 시작하기 전에 되팔았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사업 실시계획 인가 전에는 법인이 농지를 취득할 수 없기 때문에 박춘희 회장과 박흥석 그룹 총괄사장, 박 회장의 동생 춘석씨 등 오너 일가가 골프장 건설 등을 염두해 개인명의로 미리 농지를 사두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들은 직접 농사를 짓기 위해 농지를 취득한 것이 아니라 허위 농지취득자격증명을 통해 농지를 취득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어, 골프장 건설을 위한 불법 농지 취득 여부에도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대명리조트는 현재 강원도 홍천군 서면 팔봉리 일대에 '홍천 리더스 골프리조트 조성사업'이란 명칭으로 146㎡ 규모의 골프장 및 승마장 건설 실시계획 인가를 추진 중이다.

 
골프장의 경우 131만㎡ 면적에 대중골프장 18홀과 클럽하우스, 티하우스, 관리동 등이 들어서고, 승마장은 15만㎡ 규모에 클럽하우스, 실내마장, 마사, 관람석 등이 지어질 예정이다.

 

 

농지 취득 진짜 이유는?

 

대명리조트가 골프장 및 승마장 건설을 위해 취득한 부지 가운데 농지는 37필지로, 이 가운데 대부분이 박춘희 회장 일가가 소유하고 있다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오너 일가가 대명리조트에 되팔기 전에 사전에 매입했던 농지 면적은 6만여㎡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박춘희 회장이 소유하고 있다 리조트 쪽에 넘긴 농지는 골프장 및 승마장 계획 부지 내에 속해 있는 팔봉리 일대 1002㎡ 규모의 농지다. 박 회장은 지난 2000년 이 필지를 취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박흥석 그룹 총괄사장이 3필지(241㎡)를 소유하고 있다 되팔았다.

 
박춘희 회장의 동생 박춘석 씨는 2004년부터 29필지를 매입했다가 올해 6~11월 대명리조트 쪽으로 농지를 넘겼다. 박 씨는 현재도 145㎡ 규모의 농지를 소유하고 있다고 한다. 박 회장의 딸인 서경선·지영씨도 골프장 계획부지 내 3000㎡ 이상의 농지를 취득해 현재까지 보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렇듯 오너 일가가 취득했던 농지가 그룹 계열사의 골프장 계획부지이고, 사전 매입-되팔기의 모습을 보이면서 이에 대해 많은 의혹의 시선이 나오고 있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일종의 편법을 이용한 듯한 양상이기 때문이다.

 

현행 농지법상 일반법인이 농지를 취득할 수 없으니까 법인과 관련된 오너 일가가 개인 명의를 통해 농지를 대신 취득해 뒀다가 마치 약속한 듯 넘긴 것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현재 대명 측은 박 회장 일가가 농지를 매입한 시기가 10~20년 전임을 언급하며 골프장 건설을 위한 사전 매입이 아닌 것 같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대명그룹 오너일가의 농지 매입이 불법취득에 해당한다는 의혹이 제기돼 문제는 더욱 커지고 있는 양상이다.

 

 

불법 농지취득 의혹

 

현행 농지법은 '자기의 농업경영에 이용하거나 이용할 자가 아니면 농지를 소유하지 못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농지를 취득하려는 자는 농지 소재지를 관할하는 시장, 구청장, 읍·면장에게서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아야 한다.

 
그러나 대명그룹 박 회장과 그의 가족들은 농사를 지을 것도 아니면서 오로지 골프장 건설만을 위해 불법으로 골프장 계획 부지내 농지를 매입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박 회장 일가가 농지를 매입한 10~20년 전에는 농지를 취득하기 위해 농지소재지에 전세대원주민등록이전 및 실제 6개월 이상 거주를 해야 하는 등 자격요건이 매우 까다로웠다.

 

박춘석 씨를 제외한 박 회장 일가는 서울 강남구를 주소지로 두고 있어 농업경영을 목적으로 직접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여건이 아니다.

 
때문에 박 회장 일가가 허위로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 받아 농지를 취득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본지가 대명 측에 사실관계를 확인하려 했지만 "잘 모르겠다"는 답변만 들려올 뿐이었다.

 

박 회장 딸들의 농지 취득 사실과 직접 농사를 짓고 있는 지 여부도 확인할 수 없어 현재 제기되고 있는 의혹들을 풀어주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대명그룹과 대명리조트가 오너가의 골프장 부지 사전 불법 취득 의혹에 둘러싸이면서 골프장 건설에 난항이 예상된다고 말한다.

 
한편 대명그룹은 지난 5월 창업주인 고(故) 서홍송 회장의 막내딸 서지영씨가 자신의 상속지분을 반환해 달라며 친어머니인 박춘희 회장과 오빠인 서준혁 서앤컴퍼니 대표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가 취하하는가 하면, 최근에는 박 회장이 서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대명레저에 무리한 인수합병을 추진했다는 의혹을 받는 등 올 한해 동안 오너일가를 중심으로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 1일 대명리조트로 잘 알려진 대명레저산업은 연매출 100억원(2009년 기준)도 되지 않는 코스닥 상장사 지분 일부를 500억원이 넘는 거액을 들여 인수했는데,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박 회장이 대명레저산업의 우회상장을 통해 대명그룹의 자산가치를 늘리고, 그룹의 회연확장을 통해 서 대표에게 힘을 실어줌으로써 안정적인 경영승계를 하기 위함이라는 분석들이 나왔던 바 있다.

저작권자 © 월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