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 도입이 일자리 문제의 해결책 될 것”

[월요신문 김영 기자] ‘기본소득’이란 사회공동체 구성원 모두에게 아무런 제약없이 일정수준의 소득을 지급하는 것으로 언뜻 진보적 몽상가의 실없는 발언처럼 들리기도 한다. 상상 속의 나라 ‘유토피아’에서나 가능할 법한 생각으로 여겨지기 때문인데, 알고 보면 이를 실제로 주장하는 사람이 꽤 많고 브라질 등에서는 관련법이 제정되기도 했다. 우리나라 역시 기본소득 도입을 요구하는 이들이 상당수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지난 17대 대선에 출마하기도 했던 금민 기본소득네트워크 운영위원장이다. 그는  기본소득 도입의 필요성을 수년 전부터 피력해오고 있다. 

기본소득에 대해 설명 중인 금민 기본소득 네트워크 운영위원장

사회적 부는 사회구성원 모두의 몫이란 인식 전환 필요
기본소득 실시로 노동문제 및 창조경제 실현까지 가능

최근 발생한 ‘세모녀 자살사건’은 우리사회에 커다란 충격을 전해줬다. 대통령은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를 외치는 세상인데 저소득계층의 삶은 더욱 황폐해져 가고 있다는 걸 방증한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가난은 나라님도 구제 못한다’는 말처럼 어쩌면 우리사회가 지금보다 더 눈부신 발전을 이루더라도 기존 복지제도 아래서는 ‘세모녀 자살사건’ 같은 일은 또 다시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사회 전반을 커버하지 못하는 현행 복지제도의 빈약함 때문인데, 이에 일부 진보진영 인사들의 경우 기본소득 도입이 이 같은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한 이들은 기본소득제도가 시행될 경우 소득 재분배를 통한 건전한 일자리 재창출이 가능하며, 우리 사회 전반에도 긍정적 효과를 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 월요신문에서는 금민 기본소득 네트워크 운영위원장을 만나 기본소득에 대한 정의와 그 필요성 및 도입 가능성 등에 대해 들어보는 시간을 가져봤다.

- 우선 기본소득이란 무엇인지 소개해 달라.

기본소득이란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국가나 공동체가 개별적으로 일체의 자산심사와 노동심사 없이 정기적으로 주는 소득을 의미한다. 그 안에는 현금뿐 아니라 현물 즉 의료와 교육까지 함께 포함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저소득층을 상대로 기초생활수급비가 지급되는데 이 역시 일체의 심사없이 지급된다면 좁은 의미의 기본소득이라 볼 수 있다.
재원 마련은 조세제도 개혁을 통해 가능하며, 알래스카에서는 매장 자원 등 사회적 재산을 이용한 사례도 존재하다.

- 재원마련 계획은 조금 뒤 다시 듣고, 기본소득이 우리사회에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기본소득이 필요한 이유는 대략 4가지 정도로 설명할 수 있다. 그 첫 번째는 현행 기초생활수급비 자체가 진보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지원을 받는 순간부터 ‘기초생활수급자’란 낙인을 찍기 때문이다. 기본소득의 경우 사회 모든 구성원이 함께 받기 때문에 이 같은 걱정이 없다.

두 번째 역시 현행제도와 관련된 것으로 현재 지원정책으로는 탈빈곤 가능성이 전무 하다는 것이다. 기초생활수급비의 경우 선택적 지급이다. 직업이 생기면 더 이상 받지 못한다는 것으로 그렇다 보니 노동을 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저소득층도 상당하다. 기본소득의 경우 노동 유무와 무관하게 지급되기 때문에 점진적 빈곤 탈출이 가능하다고 본다.

 
무엇보다 중요한 게 세번째 이유로 현행 노동시장의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전 세계 노동인구 중 불완전 노동자 수는 약 1/4 정도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그 수치가 더 높아 약 절반가량이 불완전노동을 하고 있다.

이는 약 300만~350만 명 정도로 알려진 영세 자영업자를 포함한 것으로, 이들 불완전노동자의 경우 저임금을 받으며 불안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그런데 기본소득이 제공되면 일자리의 상향이동이 가능해져 불완전노동자가 줄어들게 될 것이다.

그리고 네 번째로 경제 전반에도 긍정적 효과를 줄 수 있다는 점이다. 현 박근혜 정부에서는 청년들의 창조경제 지원을 위해 4조원가량의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다. 그런데 우리가 보기에 이 돈은 고학력에도 불구 고용불안시대를 살아가다 보니 창업에 나설 수밖에 없게 된 청년들을 위한 앞세대가 주는 일종의 위로금이다.

그런데 기본소득이 제공되면 인간의 자유로운 활동이 어느 정도 보장되고, 이를 통해 진짜 창조적인 활동을 할 수 있다. 기본소득이 우리의 삶 전체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설명이다.

- 기본소득이 노동문제 해결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했는데 부연설명을 좀 더 부탁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주5일제 시행에도 불구 야근 및 특근 등이 빈번해 실제적인 노동시간은 전과 비교해 크게 줄어들지 않았다. 그나마 불완전노동시장에서는 주5일제마저 잘 시행되지 않고 있다.

장시간 노동체제의 변화가 필요한 상황인데 이를 위해서는 서구의 경우처럼 임금삭감을 통한 노동시간 단축을 감행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대기업 정규직 사원들이 임금삭감을 받아들이기 위해서 기본소득이란 보조제가 필요한 것이다.

이렇게 임금삭금과 기본소득 제공이 이뤄진 뒤 정규직 사원이 빠진 자리는 중소기업 출신 인력이 대체하게 될 것이고 이들의 자리는 알바 등 불완전노동시장에서 일하던 이들이 메꾸면 된다. 일자리의 상향이동이 가능해진다는 설명이다. 임금격차가 줄어드는 효과도 가져올 수 있다.근무시간 단축을 통한 임금삭금을 위해 기본소득 지급분을 회사가 감당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니라고 본다.

대기업의 경우 이를 감내할 수 있지만 중소기업으로서는 부담이 커지고 회사가 문을 닫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가가 나서야 하는 것이다.

- 그렇다면 이처럼 좋은 취지의 기본소득을 왜 우리 정치권에서 받아드려지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나?

새누리당의 경우 대자본과 충돌이 발생할 수 있어 이를 기피한다고 본다. 대자본 입장에서는 불완전노동의 존재가 필요할 수 있다. 이는 그들이 말하는 귀족 노조에 대한 대응논리로도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측이 전 국민에 대한 기본소득 도입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유다. 또한 우리사회 기득권층이 불로소득을 사회적 해악이자 도덕적 해이로 보는 인식 또한 제도 도입의 걸림돌이라 생각한다.

다만 새누리당에서도 아동과 청소년 그리고 노인으로 한정한 기본소득 제도 수용은 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재원문제만 해결되면 비경제활동 인구에 한해 기본소득 제공에 동의할 수 있다는 것으로, 이는 이번 기초연금법 논란에서도 드러난 부분이기도 하다.민주당 등 야권 정치인들의 경우 기본소득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인사들이 다수 있고 그 취지에 공감하는 분들도 많다.

그러나 이들 역시 재정 문제 때문에 기본소득 도입에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전국민을 상대로 기본소득 50만원을 지급할 경우 약 300조원의 예산이 필요한데 이를 위한 증세에 부담이 있기 때문이다.그리고 무엇보다 일하지 않고 돈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우리가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했던 일이 아닌가. 그래서 어려운 일이다.

- 기본소득이 한국사회에 자리 잡을 수는 있다고 생각하나.

일단 사회적 부에 대해 특정세력의 소유가 아닌 협동의 산물이란 인식전환이 필요하다고 본다. 과거 공장노동자 시대와 달리 지금 사회에서는 소비자가 곧 생산자인 경우가 많다.그리고 국가의 역할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신자유주의자들의 주장과 달리 국가는 언제나 개인의 삶에 관여해 왔고 지대한 영향을 끼쳐왔다. 그렇기에 국가는 인간다운 삶을 보장할 의무 또한 존재한다. 또한 국가에서 말하는 것처럼 일자리 보장이 소득증대가 되는 세상이 아니다. 소득보장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는 걸 알기 바란다.그리고 이 같은 인식 전환이 차례로 이뤄지고 기본소득 도입에 대한 국민적 찬성론이 늘어난다면 아마도 다음 대선에서는 청년 기본소득 제공 정도까지의 진전은 있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다. 현금지급보다 돈이 적게 들어가는 의료와 교육의 무상실시 등 기본소득 도입을 위한 단계적 추진도 희망하고 있다.

- 기본소득이 도입된다고 가정할 때 재원마련 방법은 무엇이 있겠나.

재원마련 방법은 다양하다. 기본은 OECD 기준의 증세 실시로 현행 25% 수준의 세율을 35% 정도로 올리면 된다. 세목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토지보유세와 생태세 등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부가가치세 증세도 생각해 볼만하다.그리고 무엇보다 금융과세 시행에 주목하고 있다. 거래세와 양도소득세 등을 늘릴 필요가 있다는 것으로, 금융보유세 도입은 시기상조일수 있으나 금융이득 환수는 재원마련을 위한 좋은 대안이 될 것이라 본다.

현재 우리 기업들은 국내 투자를 줄이고 해외투자 및 금융투자를 늘리는 모습인데 금융과세가 실시될 경우 기업들의 생산적 투자 확대로도 이어질 수 있다. 금융자산에 따른 세금부담이 싫어서라도 기업들이 설비투자 등을 늘릴 수 있기 있기 때문이다.아울러 대기업 오너가의 상속세 문제 역시 금융과로 해결가능하다. 금융소득에 따른 차익 환수가 이뤄질 경우 상속세를 피하기 위한 탈세·탈루를 저지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 끝으로 기본소득을 알리기 위한 운동을 향후 어떻게 전개해 나갈 계획인가.

지난 2월 23일 ‘기본소득 공동행동 심포지움’ 및 ‘기본소득 공동행동(준) 발족식’을 가졌는데, 올해 말까지는 기본소득 공동행동에 참여할 개인과 단체를 늘려 단체명 끝에 (준)자를 떼 낼 생각이다.

현재 30여개 단체가 함께 하고 있는데 두 개 단체 정도를 제외하면 그렇게 크지 않은 조직들이다. 운동의 동심원도 넓혀 나갈 계획이다.그래서 2016년에는 기본소득지구대를 결성, 그해 말 서울 여의도에서 기본소득 분야의 세계적 명망가까지 초청해 대규모 서울대회를 개최할 생각이다.또한 앞서 말했듯 2017년 대선에서 기본소득이 여야 대선 후보 공약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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