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 김영 기자] 13일 부산에서는 전직 프로게이머 출신 천모(22)씨가 팀 차원의 승부조작에 가담했다는 자책감에 유서를 남기고 건물 12층에서 뛰어내렸다. 다행히 천씨는 가벼운 타박상만 입고 현재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서는 천씨의 자살시도 이유에 대해 정신쇄약과 우울증 등 복합적 원인 때문이라 밝혔다. 게임을 좋아했고 그래서 프로게이머까지 된 그였을 텐데 감독 지시에 따른 것이라 해도 승부조작에 가담했다는 사실은 살기 힘들만큼 부끄럽고 괴로웠던 선택이었나 보다.

천씨 소식을 듣던 중 문뜩 우리나라를 이끌어 나가시는 높으신 분들 생각이 났다. 과연 그들이 천씨와 같은 처지였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그런데 아마도 대다수 정치인들이었다면 다른 이유를 찾아서라도 스스로를 합리화 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동안 그들이 숱한 비리의혹과 불법 그리고 거짓말이 들통 났음에도 불구 아니라고 발뺌하기 바빴고, 설렁 사실로 들어난 경우라도 어떤 식으로든지 이를 희석시켜 왔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잘못을 저지른 정치인들에게 천씨처럼 자살을 선택해라는 것은 절대 아니다. 생명은 그 무엇보다 상위에 있다는 점은 밝혀두고 싶다.

단 자신의 양심에 가책이 느껴질 정도의 일을 했고 그게 세상에 들통 났다면 최소한 진정성 있는 사과 정도는 해야 하지 않나 싶은 생각이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 정치인 모두 자신들이야 말로 새정치를 달성할 적임자라 외치지만 ‘진짜 새정치는 솔직함'이 아닐까 생각한다. 또한 거짓·과장 선동이 아니라 진실로 대중을 대하고 잘못이 있을 경우 이를 부끄러워하고 진심 어린 반성의 모습을 보여주는 정치인 출현을 천씨 사건을 계기로 다시 한 번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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