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원그룹 김문기 회장이 편법상속 논란에 휩싸였다. 자동차 부품 전문업체 '세원정공'이 자회사인 세원테크 지분 중 일부를 김 회장의 아들부부 회사에 헐값에 매각한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세원정공은 지난해 말 계열사인 세원테크 주식 150만주를 53억2500만원에 SNI(에스엔아이)에 매각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순자산가치와 비교했을 때 매각 가격이 터무니없이 낮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세원그룹 김문기 회장이 편법상속 의혹과 함께 주주배임 의혹까지 받게 된 것이다. 세원정공이 이번에 지분을 매각한 세원테크는 김 회장 일가가 지분 70%를 가지고 있으며, 세원테크의 지분을 사들인 에스엔아이는 김 회장 아들 김상현씨 부부가 100%를 보유한 비상장 계열사다.

 

 

세원정공은 지난 해 12월 29일 재무구조 개선 및 향후 시설투자를 위한 유동성 확보를 위해 자동차체 부품생산업체인 계열사 세원테크 보유주식 350만주(42.9%) 중 150만주(18.4%)를 53억 2500만원에 처분했다. 매각 대상은 세원그룹 김문기 회장의 아들 김상현씨와 부인이 소유한 회사인 SNI(에스엔아이)로, 자동차부품(CKD 및 설비) 판매 및 전산시스템 용역 제공업체다. 2008년 4월 설립돼 주로 세원정공과 세원정공 계열사들에 대한 매출을 담당해오고 있다.

 

 

매각 가격 적당한가
 
세원정공이 에스엔아이에 세원테크 지분을 매각하면서 받은 대금은 세원테크의 순자산 가치 에 절반도 되지 않는 43.3%수준이다. 지난해 6월 말 기준으로 세원테크의 순자산가치(자본총계)는 670억원이고 지분 18.36%의 가치는 약 123억 원이다.

 
세원정공이 처분한 지분의 주당 매각가격도 3550원으로 주당순자산가치 약 8270원의 절반에 미치지 않는 값이다.

 
때문에 많은 전문가들이 헐값 매각 의혹을 제시하며 세원정공이 김문기 회장의 아들부부에 이익을 주기 위함이 아니냐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세원정공 측은 세원테크 지분을 매각하면서 장외거래가격을 참조했다고 밝히고 있지만, 장외 시장은 거래량이 거의 없기 때문에 장외거래가격이 무의미하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또 실제 매수호가는 3000원대 초반이고 매도호가는 4000원 정도로 차이가 크기 때문에 시장가격이 형성됐다고 보기 어렵다.

 
일각에서는 대주주 일가가 70%를 보유한 세원테크의 상장을 앞두고 실적이 부진한 시점에 아들회사에 헐값으로 매각을 함으로써 사실상 상속 효과를 높인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돼 편법상속 논란이 가시화되고 있다.

 

세원테크는 세원정공이 최대주주로 42.9%의 지분을 가지고 있으며, 세원물산 13.5%를 포함해 김문기 회장 일가가 70%를 보유하고 있다.

 
세원테크는 자동차 부품소재 업체로 지난해 순이익 148억원을 거둔 바 있으며, 세원테크가 60%를 보유한 자회사 세원아메리카는 지난해 적자를 봤지만 설비투자가 완료된 올해부터는 이익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세원정공은 매각 당시 재무구조개선효과와 유동성 확보 등을 매각 이유로 제시했다. 하지만 세원정공은 9월말 현재 순현금 433억원을 보유하고 있고 부채비율이 39%에 불과해, 세원정공 측이 밝힌 매각사유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의견이 많다.

 

 

주주들 반발 심각

 

이렇듯 헐값매각, 편법상속 논란이 커지면서 소액주주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도 세원정공의 세원테크 지분 매각 내용에 대해 주주 배임행위를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한 인터넷 사이트의 세원정공 관련 종목토론실에서는 소액주주들의 불만이 여기저기 올라와 있었다.

 
자신이 세원정공 소액주주라고 밝힌 어떤 이는 "세원테크 주식매각은 배임죄에 해당한다"는 게시글을 통해 세원테크 주식 150만주를 53억 2500만원에 매각하는 것에 찬성한 세원정공 이사진에 대하여 이를 시정조치하지 아니하면 소액주주로서 배임죄로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세원테크의 주식평가는 단순히 계산하여도 130억원 주당 1만원이상이 될 것이고 순이익가치 등을 감안하면 200억원이상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를 헐값으로 SNI이라는 회사에 매각한 것은 이사로서 회사의 자산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여 주주에게 엄청난 피해를 준 것"이라며 이사들은 주주에게 상법상 배임죄에 해당된다고 본다고 했다.

 
또 지배주식 재산을 매각하려면 최소한 이 주식의 가치가 얼마인지 제대로 평가를 받아야 하는데 가치 평가를 했는지 모르겠다며 이 거래 숫자는 가치 평가도 없이 매각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와 같은 사항은 삼성 에버랜드 대법원의 판례에도 있다면서 에버랜드의 경우 주주들의 고발이 없었기 때문에 무죄였으나, 자신은 세원정공의 소액주주로서 고발 조치를 취하고 주당 16,500원 폭락에 대한 책임도 추궁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다른 소액주주들도 크게 동조하며 세원 측에 배신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저도 이 회사 재무제표 보고 건실해 보여서 주주가 되었는데, 이런 전혀 몰상식한 짓을 하고도, 일언반구 해명도 없다니 배신감에 기분이 참 좋지 않네요"라는 글도 찾아볼 수 있었다.

 
현재 소액주주들은 세원정공의 세원테크 주식매각에 대한 집단소송을 준비하며 참가 희망자를 모집하고 있을 정도다.

 

어느 정도 주주가 참가하면 공동 명의로 제일 먼저 검찰에 배임죄로 서명한 이사들을 고발하고, 이후 손해를 끼친 임원과 회사에 대하여 손해배상이라는 집단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한다.


만일 고발 전에 회사측에서 원위치를 시키면 고발을 하지 않을 것이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고발 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오너일가가 주식 절반 보유

 

대구에 본사를 둔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인 세원정공은 주로 현대차, 기아차 등에 차체를 납품하고 있으며 현재 코스피 시장에 상장돼 있다. 자회사로는 이번에 논란을 빚고 있는 세원테크를 비롯해 코스닥 상장업체인 세원물산(7,310원 30 -0.4%), 세원이엔아이, 중국 북경의 삼하세원기차과기, 미국 세원아메리카를 두고 있다.

 

세원정공은 이른 바 세원그룹의 지주사격인 셈. 세원정공은 2005년, 현대차와 중국-북경(중국-상하이는 성우하이텍 진출)에 동반진출하여 차제부품을 생산하는 삼하세원(보유지분율: 세원정공 62%, 세원테크 19%, 세원물산 19%)을 설립했다.

 
세원정공의 주식은 김문기 세원그룹 회장 가족이 거의 절반을 가지고 있다. 김 회장의 동생인 김성기 세원물산 부회장이 15.89%로 최대주주에 올라있으며, 김 회장이 9.56%, 김 회장의 처남이 7.12%, 김회장 부인이 3.77%, 아들 김상현 씨와 김도현 씨가 각각 2.14%, 2.12%를 보유하고 있다.

 
아들들에 대한 경영권 이전은 이뤄지지 않은 상태이며 김 회장의 아들들은 세원정공 및 세원아메리카의 임직원으로 근무 중이다. 이번에 세원테크 지분을 사간 에스엔아이의 김상현 씨에게는 해외부문인 세원테크와 세원아메리카를, 도현씨에게는 국내부문인 세원물산 등을 맡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6월 결산 기업인 세원정공은 지난해 회계년도 영업이익(126억5400만원)과 당기순이익(429억5700만원)이 전년대비 각각 457.98%와 188.08% 증가했다고 공시하면서 주가를 끌어올렸다.

 
세원정공의 총 주식수는 지난 96년 7월에 상장된 이후 변동 없이 100만주에 머물러 있다.   14년이 넘도록 단 한번의 유상증자를 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유증에 관한 제안을 받고 있는 만큼 때가 되면 증자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신기술 동력 사업 분야에도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진출하고 계열회사를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는 전언도 있었다.

 

 

에스엔아이 성장세 이유?

 

김 회장의 아들 김상현 씨 부부가 소유한 에스엔아이는 세원정공의 실적이 주춤한 것과 달리 지난 2008년 매출액 152억9000만원, 영업이익 63억8000만원, 순이익 59억6000만원, 2009년에는 매출액 639억6000만원, 영업이익 296억6000만원, 순이익233억8000만원이라는 대규모 흑자를 올릴 만큼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처럼 에스엔아이가 일반 자동차부품 관련업체로서 달성하기 힘든 수익성을 나타내는 데에는 세원정공 및 계열사의 이익이 에스엔아이로 유출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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