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 노조들의 본사에 대한 불만이 날이 갈수록 커져가고 있다. 현재 하나은행 노조 조합원들은 하나은행에 외환은행 인수를 계기로 그동안 인수합병(M&A) 과정에서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인사제도와 임금체계 개선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잘 받아들여지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그런데 얼마 전 하나은행 본사에서 노조 간부들이 농성 중에 유인물을 부착하는 과정에서 하나은행 측에서 부른 용역직원들이 몰려와 노조와 몸싸움을 벌였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하나은행지부의 온라인 사이트 게시판에는 하나은행을 향한 노조 조합원들과 비정규직 직원 등의 아우성이 끊이지 않고 올라오고 있다. 그 중에 지난 1월 12일에는 노조 간부들의 본사 농성 상황 가운데, 용역직원들이 와서 강제진압을 하려고 했다는 글들이 올라와 진위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여성 간부 폭행?

 

자신을 본점의 분회장이라고 밝힌 어떤 이는 자신이 본 것만 알린다면서 당시 상황에 대해 증언했다. 1월 12일 아침부터 하나은행 노조 간부들은 피켓을 들고 출근하는 임원들을 상대로 시위를 벌였고, 간부들 수보다 더 많은 하나은행 본점 청경들이 간부들을 가로막고 있었다고 한다.

 

전 날 퇴근시에는 로비 바닥에 노조에서 붙인 유인물이 많이 붙어 있었는데 이날 출근할 때는 전부 제거된 상태였고, 유인물을 두고 노조가 다시 붙이면 회사 측에서 다시 제거하는 식의 과정이 반복됐다고 한다. 그 가운데 노조 측과 청경들 간의 마찰도 있었다고.

 
그러다 오후 쯤 다시 노조 간부들이 유인을 붙이려고 하는데 본점 청경들과 함께 귀에 무전기기와 연결된 이어폰을 끼고 다니는 사설 경호원으로 보이는 외부 용역들 스무명 정도가 나타나 노조 측과 뒤엉키는 상황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직원의 말에 따르면 마구 멱살잡이를 하고 여성 간부 한 명은 바닥에 쓰러져서 짓밟히고 있는 지 비명소리도 들렸다고 한다. 그는 덩치 큰 용역직원들에게 노조 간부들은 상대가 되지 않는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나타냈다.

 
하나은행 노조 조합원들은 "하나은행에서 내부적인 차별철폐를 위한 노조활동을 하는데 경영진에서 용역깡패를 동원해서 탄압하고 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또, "용역깡패를 동원해서 직원들에게 물리적 힘을 행사하려는 것이 선진은행이 할 짓이냐"며 하나은행 경영진에 비난을 날렸다.

 
사건이 발생했다고 알려진 지난 12일부터 트위터 등 소셜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외부로 잘 알려지지 않고 있는 하나은행 사태에 대해 사회적인 관심과 지지를 호소하는 글들이 여러 차례 올라오고 있다. 언론 등에서는 잘 알려지고 있지 않지만 이미 인터넷 상에서는 이야기가 점점 퍼져가고 있고 이에 따른 동조의 움직임도 많이 나오고 있는 추세다.

 

 

외딴섬 신세

 

현재 하나은행 노조가 가장 크게 요구하는 것은 '직렬통합과 충청사업본부 인사 및 임금 차별 폐지' 문제이다.

 
하나은행 노조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지난 1998년 자산부채이전(PNA) 방식으로 충청은행과 보람은행을, 2002년 서울은행을 인수하고 2005년 금융지주체제로 전환했다. 이 과정에서 서로 다른 은행 출신이라는 이유로 임금과 인사에서 차별이 발생하고 부서별로도 처우가 다르다고 한다.

 
특히 충청사업본부는 하나은행이 충청은행을 인수한 뒤 사업본부 형태로 운영하고 있는데, 대학생들을 별도로 선발하다보니 임금과 인사제도는 하나은행과 다르게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임금과 복리후생이 하나은행과 차이가 있는 데다 한 번 충청사업본부에 속하게 되면 다른 지역이나 부서로 이동도 쉽지 않다고 한다. 직원 고충 차원에서 인사교류 정도만 가능하다고.

 
충청사업본부 소속 직원들은 스스로를 '외딴섬'이라 표하며 자신들이 본사나 다른 지역본부에 속해 있는 직원들과 비교해 훨씬 적은 월급을 받고 인사상에서도 차별을 받고 있다고 울분을 토한다.

 

충청사업본부 노조지부장은 "본사 쪽에서는 충청본부 직원들이 본사 직원 임금의 94% 정도를 받고 있다고 얘기하고 있지만 각종 수당과 퇴직금 등을 모두 따지면 충청 노조원들이 실제로 느끼는 임금 수준은 75%에 불과하다"고 말하고 있다.

 
다른 은행들도 인수합병이 많았지만 이처럼 별도로 운영하는 곳은 하나은행이 유일하다.  실제로 국민은행의 경우 대동은행을, 신한은행도 동화은행을 PNA 방식으로 인수했지만 직급과 성과제도는 동일하게 운영하고 있다.


직렬별 임금 차별 문제도 심각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는데, 가계쪽을 담당하는 가계금융과 본점 및 기업금융을 담당하는 기타직렬 간 초임이 다르다는 것이 쟁점이다. 과거에야 가계금융 쪽에 여성행원이 많아 업무 부담 등을 고려해 초임이 달랐지만 지금은 성별, 학력 등 조건이 비슷해졌음에도 채용조건이 달라 초임에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하나금융 측은 충청사업본부 인수 당시 하나은행과 통합절차를 거치지 않는다는 것이 전제조건이었다는 식으로 지금 문제삼을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직원들은 "우리는 제1금융권도, 제2금융권도 아닌 2.5금융권이냐"며 "같은 하나은행 직원인데 왜 충청사업본부 직원들만 훨씬 적은 임금을 받아야 하는 지 모르겠다"고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은행 다닌다 하기 창피"

 

현재 하나은행에 다니고 있다는 한 직원은 지난 7일에 책임자 승진대상자가 확정이 되어 사령장을 받게 됐다고 한다.

 

근무하는 동안에 STAFF 1명, FM/CL 3명이 승진하는 것을 지켜봤지만 매년 승진인사가 있을 때마다 STAFF의 승진폭은 FM/CL의 승진폭의 절반도 되지 않았다고 한다. 때문에 그는 이렇게 차별을 받으면서까지 계속 다녀야 하는 것인지 씁쓸함을 느꼈다며 노조 게시판에 자조적인 글을 남겼다.

 
얼마 전 인사이동을 보고 어처구니가 없었다며 은행을 배불리고 살리는 것은 영업점인데 본부부서만 대거 발령을 받은 것에 형평성이 어긋남을 지적하는 글도 있었다. 그는 언제까지 참고 있어야 하냐며 "경영진의 오만방자한 태도는 이제 도를 넘어 섰다"고 맹비난했다.

 
직렬통합은 물 건너가 보이고 승진도 소규모로 끝날 것이고, 회장직도 연임될 것 같다며 임금인상에 대해서도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또 다른 이가 올린 글에는 하나은행의 차별대우 등을 비유한 듯한 시가 올라와 있기도 했다. '임금인상 성과보상 직렬통합 충청통합 해달란게 무어그리 잘못인가?', '원통하고 분하도다 우리민초 무얼그리 잘못했나 시중은행 최저임금 최저인원' 등이 시의 일부 내용이다.

 
타행 대비 직급을 막론하고 작게는 1천만원에서 많게는 3천만원 정도 차이가 난다며 "어디 가서 은행다닌다고 하기도 창피하다"는 이들도 많았다. 인원이 많은 것도 아닌데 업무량은 많고 시간 외 근무수당은 마음 편하게 받지 못하는 데 대한 불만들도 적지 않았다.

 
이처럼 하나은행의 임금문제와 직원 차별제도 등에 관한 불만의 목소리들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경영진이 어떤 방안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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