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동색이라는 옛말이 있다. 말뜻을 그대로 빌리면, 초록 계통의 색은 모두 같다는 뜻이다. 이를 의역하자면, 엇비슷한 성격을 가진 사람의 차이가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서 이런 류의 말은 곧잘 인용된다. 뜻이 같으니, 정파도 같다는 것.


하지만, 이런 말과는 큰 차이를 보이는 일이 최근 정가를 뜨겁게 하고
있다. 같은 학교 동문으로 전직까지 빼 닮은 두 사람이 운명의 승부를 벌일 것으로 전망된 것. 오는 4.27 재보선에서 강원도지사 선거를 두고 하는 말이다. 선거를 앞두고 여야의 신경전이 얼마나 치열한지, 귀추가 모아지는 대목이다.

 

 


초록이 동색이라는 말은 옛말인가 싶다. 같은 학교 출신으로 전직까지 빼 닮은 두 사람이 오는 4월 지방선거에서 운명의 한판 승부를 벌일 것으로 전망됐기 때문이다. 새봄을 맞은 정치권도 이로 인해 일찌감치, 4월 선거 체재로 전화되는 분위기다.

 

<시작도 안 했는데 ‘후끈’>
'엄기영對최문순' 오는 4월 강원도지사직을 두고 각각 여야로 나뉘어 출사표를 던진 인물들이다. 실제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강원도는 물론이고 오는 재보궐선거에 나설 후보를, 아직 가리지 않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 이들은 최근 정국 전면을 장식하며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유는 대략 이렇다. 강원도지사직이 오는 선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실로 막대하다. 지난 1월 이광재 전 지사의 정치자금법 위반이 확정되면서 보궐선거를 치루는 지역으로 최종 확정된 만큼, 오는 4월 선거의 덩치를 한차원 키우는 기폭제가 됐다.

예비후보들은 물론이고, 여야의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오는 강원도 선거에서 지사직을 차지하는 측이, 향후 정국 운용에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여야의 격전은 불보듯 하다.

하지만, 양측의 입장은 판이하다는 것도, 선거 분위기가 조기에 과열조짐을 보이는 원인이 되고 있다. 한나라당의 입장에서 오는 강원선거는 이명박 정부의 후반기를 결정할 최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강원도가 전통적인 보수진영의 텃밭이었다는데 따른다. 접경지라는 지리적 여건이 정치상황과 맞물리면서, 오랜 기간 보수층의 위세가 맹위를 떨치던 곳. 한나라당으로선, 과거의 영토를 ‘수복?’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반면, 민주당의 입장도 한나라당의 속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김진선 전 도지사의 3선 연임으로 두터운 보수층을 형성해온 곳에 지난해 6월 선거를 시발로 야권 성향의 가능성이 싹을 틔웠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6월 선거에서 후발 주자로 더불 포인트로 뒤지던 민주당 이광재 후보는 선거 기간 내내 줄곧 우세를 보였던 한나라당 이계진 후보에 신승을 거둔 바 있다.

 

<‘엄對최’ 구도 굳어질 듯>
문제는 이 전 지사가 도지사 취임 후 6개월도 못돼 자리를 내놓으면서 강원도에서의 야권 천하는 수개월도 못돼 끝나는 비운을 맞아야 했다. 하지만, 이 전 지사의 당선으로 민주당은 강원도에서 도전을 받는 입장이라는 독특한 구도가 만들어지게 됐다. 민주당 역시, 한나라당의 후보군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이런 정치 상황에 강원도의 선거가 더욱 눈에 띄는 이유는 최근 두각을 보인 두 인물간 격돌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데 있다.

최근 한나라당은 오는 4월 선거를 앞두고, 후보 공천에 본격 착수했다. 외부 인사들도 속속 입당과 함께 출마의사를 밝히고 있다. 강원도에서는 지난 2010년 초까지 MBC 사장을 지낸 엄기영 전 사장이 전격 입당했다. 도지사를 바라본, 입장이다.

민주당의 경우, 사정은 좀 다르다. 현직 비례대표로 의원직을 갖고 있던 최문순 의원이 의원직을 버리고, 공식 출마를 선언했다. 최 의원 역시, 엄 전 사장에 앞서 MBC 사장을 지낸 바 있어, 이들의 대결은 세간의 관심을 촉발하는 계기가 됐다. 일부에서는 이를 두고 인물군의 중량감에 비해, ‘빅매치’라는 말을 서슴치 않으면서, 양대 인사의 대결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1년을 사이에 두고 같은 춘천고를 나와 고교 동문이기도한 ‘엄, 최’ 두 예비후보는 당내 경선엔 아랑곳없이 서로에 대한 설전으로 전초전을 치른 바도 있다. 이를 바라보는 강원도 민심의 향배도 비교적, 백중이라는 분석이다.

인지도와 대중성에 과거 전력까지 엇비슷한 인사의 대결이 현실화 될 경우, 여야의 대결은 한층 치열해 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저작권자 © 월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