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 김보배 기자] 서울 송파 가든파이브가 지난 2010년 개장 이후 50%가 넘는 공실률을 보이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최근 SH공사와 상가 관리단이 가든파이브에 현대백화점 아울렛을 입점시킴으로써 상권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으나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대백화점 아울렛 개장을 위해서는 기존 점포주 전원의 위임장이 있어야 한다. 전체의 동의가 불가능하다면 최소 80%의 위임장이 필요하지만 지난달 위임장 접수 결과는 이에 훨씬 못 미치는 62%에 불과했다.

개장 후 3년 넘게 적자를 면치 못하는 가든파이브 상인들이 ‘현대백화점 아울렛 입점’을 상가활성화의 유일한 대안으로 생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위임장 동의에 의견일치를 보이지 못하는 까닭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했다.

가든파이브는 지난 2006년 이명박 서울시장 시절 착공됐으며, 청계천 복원에 따른 상가보상의 의미도 있었다.

당시 청계천에서 가든파이브로 이주해온 이모씨는 “서울시로부터 점포 이주를 권유받고 SH공사에서 융자를 내 가든파이브를 분양받았으나 4년이 넘게 은행 이자만 물고 있다”며 “2년 안에 모든 점포를 이주시켜 상권을 형성해주겠다고 약속한 서울시의 말을 믿은 게 잘못이다”고 토로했다.

계속되는 적자에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자리를 지키고 있는 상인들은 이씨와 비슷한 심경을 밝혔다. 더욱이 “비싼 임대료와 관리비를 감당하지 못해 쫓겨나 생계를 잃고 자살한 사람들도 여럿 있다”, “상가 활성화가 절실하지만 현대백화점 측이 제시한 임대료는 월 이자를 갚기에도 턱없이 부족해 동의할 수 없는 현실이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 같은 현실을 타파하겠다는 서울시와 SH공사, 상가 관리단은 지난해부터 현대백화점의 아울렛 입점을 위해 상가 점포주를 설득하는 등 부단히 움직이고 있다. 대안이 그것뿐이라면 한시라도 빨리 현대백화점을 들여오는 게 옳다.

그러나 한 가지 이해되지 않는 점이 있었다. 서울시와 SH공사의 태도다.

가든파이브는 지난 2003년 서울시가 6천여명의 청계천 상인을 송파구에 이주시켜 새로운 동남권유통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으로 시작한 전국 최초의 공공기관 100% 재정사업이다. 사업초기부터 1조6천억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공사비를 들여 기존 상인에게조차 비싸게 임대한데다, 높은 분양가는 가든파이브의 입주율을 감소시켰다.

   
 

 

 


서울시와 SH공사의 무분별한 개발이 낳은 피해를 상인들이 모두 떠안아야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지금이라도 무조건적인 위임장 동의를 요구할 것이 아니라 제대로 사과하고 벼랑 끝에 내몰린 그들의 생계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모습이 우선돼야 한다. 기본부터 다시 짚고 넘어간다면 난항에 빠진 현대백화점 아울렛 입점도 생각보다 수월히 해결될 수 있을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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